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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비니야 Oct 22. 2023

전하지 못한 말


지원이가 이혼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건 동창 모임이다. 사람들은 누군가의 불행의 전말을 자기 식대로 억측하며 근심을 보듬는데 이용했다. 난 오가는 말들을 뜬소문이라 생각하며 흘려 들었다. 평소와 다름없던 주말 오후, 선잠에 들어 있던 때 진동음에 잠에서 깼다.  발신자는 지원이었다. 통화를 하며 불현듯 모임에서 오갔던 대화가 떠올랐다. 그 순간 뇌리를 지나친 생각은 뜬소문이라 여겼던 말들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예감이었다.  별일 없지? 난 많은 의미가 담은 말을 꺼넸고, 지원은 평소와 다름없는 평온한 음성으로 최근 출간 일정이 당겨진 책의 감리까지 끝맺었다며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다고 답했다.  지난번 연락에 답을 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로 서두를 시작 해 그녀가 꺼낸 통화의 본론은 이러했다.


"물건 정리하다 네 물건을 발견했어. 돌려줘야 할 것 같아서."


내 물건이 어째서 지원에게 있는 것인지 의아했다. 그녀가 갖고 있다던 물건이 무엇인지 묻자 노트,라는 답이 돌아왔다. 난 단박에 그게 어떤 노트인지 알아차렸다.  난 노트에 학교 자습 시간 때마다 지원을 관찰하며 소설을 써내려 갔다. 작은 상상의 날개를 덧붙여 만든 이야기 속 주인공은 성격뿐 아니라 외모 또한 지원과 닮아있었다. 소설 속 지원의 곁에는 둘도 없는 친구가 있었고, 그 캐릭터의 나의 바람을 상징화한 것이다. 소설에서 나는 그녀와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실제로는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 학교 회장을 도맡을 정도로 주체성과 책임감이 강한 지원은 언제나 친구들에게 둘러 싸여 있었다. 내가 다가갈 수 있는 약간의 틈도 없었다. 그녀가 곁을 내주지 않는다기보단 아이들이 지원을 내버려 두지 않았다.  난 학창 시절 지원만이 갖고 있는 평온한 성숙과 생활 반경을 지켜가는 반듯한 자세 같은 것을 흠모했다. 좋아했다,라는 표현으론 부족할 만큼 내겐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걸 아직도 갖고 있었어?"

"내가 주인공인데 함부로 버릴 수는 없지. 넌 별로라고 했지만 난 마음에 들었어."


그 소설은 공개할 의도로 쓴 게 아니었으나 짓궂은 남학생 무리 중 한 명의 눈에 띄어 발각되었다. 그는 내가 쓴 소설의 주인공이 지원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차리고 놀려댔다. 일제히 모든 아이들의 시선이 나를 향했고, 그 사이에는 지원도 있었다. 난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화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남자애의 손에 들려 펄럭이던 노트를 잡아채서 쓰레기통에 처넣었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타입이었던 내가 호전적인 모습으로 돌변하자 교실은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그 뒤로 소설 쓰기는 중단했고 지원을 관찰하던 시선도 거둔 채 일부러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렸다. 다른 이들에게 놀림감이 될 법한 요소를 구태여 만드는 위험은 시도하지 않기로 체념했다. 나를 놀리던 아이들의 흥미는 금세 다른 방향으로 전환되었지만 글을 쓸 의지는 더 이상 없었다. 쓰레기통에 처박힌 나의 소설에 관심을 가진 건 그녀가 유일했다. 


"넌 글을 썼으면 정말 잘 썼을 거야."

"다 옛날 일이야. 혼자 끄적이던 걸 네가 너무 좋게 봐줬지."

"지금도 늦지 않았어. "


지원은 진지한 투로 말했다.


"집안일하랴 애보랴 경력 단절된 주부일 뿐이야. 너니까 읽어줬지, 이제 와서 글 쓴다고 하면 남편이 점심때 뭐 잘못 먹었냐고 물어볼걸.  그 글 덕분에 너랑 친해질 수 있었지만. 그 정도 계기로 이용됐으면 충분해. "

"감각을 사용하지 않으면 녹슬더라도 사라지진 않아."


출판사 편집장인 지원은 내게 글을 써보라고 권하곤 했다. 그녀가 제안할 때면 그럴 만한 재능이 없다며 고개를 저었지만 돌아오는 지원의 대답은 비슷했다. 


"혹시 네가 다시 글을 쓰게 된다면 나한테 먼저 보여줄 수 있어?"

"쓰게 된다면 그렇게 할게."


난 별 수 없이 수긍하는 어조로 답했다. 쓰게 된다면, 이라는 가정이 붙은 대답은 실현되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지원은 내게 언젠가는 달성해야 할 과제를 부여하듯 힘주어 말하곤 했다. 내가 글을 쓰는 일이 당연한 일이며 그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는 투였다. 그럴 때면 난 묘한 책무감을 느꼈다. 그러다가도 생활에 치이면 부탁보다 의무에 가까운 약속을 잊어버렸다. 지원이 내게 있다고 믿었던 재능은 있었다고 믿었던 적도 없지만, 설령 있었다  하더라도 퇴색되어  발전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시간이 흘렀다.  글을 써본 건 학생 때가 전부였다. 지원에 대한 나의 신뢰와 믿음의 크기만큼이나 내게 그녀의 말이 끼치는 감응력은 꽤 넓은 자리를 차지했다. 그녀가 나를 독려할 때면 내 안에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특출한 언어적 능력이 내재되어 있을지 모른다며 행복한 상상을 하기도 했지만, 밀린 설거지를 하거나 아이들을 돌보다 보면 이내 잊어버렸다.  수십 년 동안 사용하지 않아 누렇게 색이 변질되고 곰팡이가 핀 벽지처럼 나는 낡아 있었고 재기 발랄한 상상을 할 여유나 생각의 가능성은 붕괴되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치기 어린 마음에 쓴 글이라고 평했지만 지원은 나를 나무랐다. 하찮게 치부될 정도로 조약 하지 않으며 평가절하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현직 편집장님이 해주는 말이니까 믿어도 되려나."


내가 농담조로 말하자 그녀가 웃으며 대답했다. 


"믿어.  분명 잘할 거야."


통화를 끝마칠 때 나는 그녀와의 즐거운 대화를 앞지르는 불안한 상상을 해소하고 싶어서 재차 물었다.

  

"별일 없는 거지?"


지원은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톤으로 괜찮다고 대답했다.  난 그녀의 대답에 기대어 일정 정도 불안을 내려놓고 안심하게 됐다. 자신의 삶과 생활 반경을 잘 운용하는 지원에 대해 내가 넘겨짚거나 걱정하는 일이 무람되게 느껴졌다. 설령 소문이 사실이라 해도 그럴만한 이유는 있었을 것이다.  내가 알아야 하거나,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였다면 충분히 설명해 주었을 것이다.       


그 후 며칠 뒤  지원은 내가 사는 곳 근방으로 미팅을 왔던 참인데,  잠깐 얼굴을 볼 수 있느냐고 연락을 취했다. 하교하는 아이를 학원에 데려다줘야 하는 때라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미리 정할 수 있는 약속이었더라면 빼뒀을 텐데, 주부의 삶에 부여되는 자유는 한정적이다. 아이와 남편에 의해 일정이 정해지다 보니 마음대로 다른 일정을 끼워 넣을 틈은 좀처럼 가질 수 없다. 잠깐 기다려 줄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지원은 '오늘만 날은 아니잖아. 다음에 봐도 돼.  내가 우편함에 넣어둔 것만 가져가."라고 말했다. 우편함에 무얼 넣었냐고 묻자 지원은 "내가 돌려줬어야 하는 것."이라고 간결하게 말했다. 집에 돌아와 우편함을 보았다. 우편함에는 지원이 돌려주겠다고 말했던 노트가 들어 있었다. 오래된 노트는 가장자리가 해져 있었지만 비교적 깨끗했다. 오랜만에 페이지를 넘기며 훑어보았다. 노트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지원이 적은 메모가 붙어 있었다. 포스트잇에 적힌 간결한 문장은 내게 그녀와의 불발된 만남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을 짙게 만들었다.  [약속 잊지 마.  언제든 결말을 알려주기로 했으니까.]  장 본 물건을 정리하거나 집 청소를 하다가,  소란스럽게 끓고 있는 냄비의 가스불을 끈 뒤에,  아이가 학원에서 끝마칠 때를 기다리며 혼자 있을 때, 틈 나는 대로 내가 쓴 소설을 읽었다. 15년 만에 다시 읽게 된 글은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떠오르도록 만들었다. 꾸며 쓰기 위해 노력한 흔적 없이 담백하고 간결한 문체가 속도감 있게 이어졌다.  책 속의 한 구절에 지원이 형광펜으로 그어둔 문장을 발견하면 그 문단은 두어 번 더 읽었다. 어렸을 때 써본 어설픈 글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다시 보니 꽤 읽을 만했다. 소설 속에 주인공은 '나'였는데 불완전한 가정환경에서 결핍과 우울을 지니고 있었다. 실제 내 모습과 같은 캐릭터에 대해 쓰게 된 건 그런 내게 둘도 없는 친구를 부여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었다. 그 친구가 학생 시절 모두의 첫사랑이자 선망의 대상이었던 지원이길 바랐다. 그녀라면 나를 규정해 두거나 함부로 판단하지 않을 것이다. 친구들 사이에서 겉돌며 배회하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줄 거라 믿었다. 떠올려 보면 나의 바람이 담긴 소설대로 그녀는 내게 아무 의도 없이 다가왔다. 지원은 내가 버린 소설을 읽었다며 마음대로 읽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며 다가왔다. 그게 우리가 친구가 된 계기였다. 그녀는 내게 많은 걸 캐묻거나 알아내려 하지 않았고 무언가를 자주 제안해 주었다. 이 책 좋았는데 읽어볼래, 라거나 집에서 함께 과제를 하자거나, 밥을 먹으러 가자고 말해줬다. 지원과 친해진 계기로 주변의 다른 친구들과도 일정 정도의 친해질 수 있었다.

 제법 읽을 만하네.  난 글을 읽으며 중얼거렸다. 글을 읽자 책 속의 주인공들의 모습 속에서 학생 때의 지원과 나의 모습이 교차되어 떠올랐다. 평행 세계에 존재하는 같은 듯 다른 인물들처러 느껴졌다. 그 후 십여 년 전 중단됐던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조금 생겼다. 몇 차례 컴퓨터 앞에 앉아 몇 문장을 적어 내려가 보기도 했지만 글을 쓰는 일은 쉽지 않았다. 무언가를 기록하기 위해서는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 그에 대해 정제된 언어로 하나씩 빚어 조합하는 과정이 필요한 데, 이 행위가 익숙하지 않아 토막처럼 잘린 문장들이 빚다 만 밀가루 반죽처럼 여기저기 흩어졌다.  십여 년 만에 쓴 글에도 학창 시절과 마찬가지로 지원이 등장한다. 난 그녀의 대해 무언가를 계속 말하고 싶어 했고, 글을 통해 말을 걸고 싶었다. 마감기한 없는 과제를 내준 지원에게서 더 이상 연락은 없었다. 먼저 할 수도 있었겠지만 하지 못했다.  완수해야 할 미션을 건네고 사라진 지원에게 면이 서지 않아 먼저 연락을 할 수 없었다. 몇 자라도 적어 무언가를 만들어야 지원을 다시  볼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나를 믿어준 그녀에게 노력의 흔적을 보이고 싶은 강렬한 욕구를 느꼈다. 난 썼던 문장을  지우고, 지원에게 연락이 왔던 당시의 일에 대해 적었다. 다시 그녀와의 통화 내용을 복기하며 글을 쓰다 보니 괜찮다는 지원의 말의 어딘가에 둔중한 무게와 푸르스름한 어둠이 스며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후회가 밀려왔다. 대화를 이어갈 땐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그리고 얼마뒤 만날 수 있느냐고 묻던 지원의 제안이 떠올랐다. 일 때문에 겸사겸사 온 거라 설명했지만 그날, 만났어야 했는데, 만나지 못했다는 생각이 강하게 늘었다. 그녀가 우리 집 근처에 왔다고 연락이 왔던 때, 난 지원에게 한 번 더 물어봤어야 한다. 정말 괜찮으냐고, 별일 없는 거냐고. 끝맺지 못한 글을 저장해 두고 답답한 마음에 전화를 걸었지만 지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지원 와 한동안 연락이 끊겼고 쓰던 글은 임시로 저장해 둔 채 방치했다. 동창 중 한 명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건 그로부터 며칠 뒤였다. 


"거봐, 내가 사실 이랬잖아."


난 꽤나 흥미로운 어투로 말하는 친구의 말을 끊고 다음에 통화하자고 말했다. 전화를 종료한 뒤 멍해졌다. 불현듯 동창 모임 때 주고받은 대화가 부유하듯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연락이 더는 없는 지원에 대해 난 무거운 불안의 예감을 느끼며 모임 때 들었던 이야기를 곱씹었다. 혼연 한 기색이나 거리낌 없는 분위기의 대화였다. 친구들은 지원의 이혼에 대한 소문을 기정 사실화하고 유감을 표했지만 즐거운 표정이었다. 흠결 없는 지원에게 이혼은 일종의 균열이었다. 그 균열에 대해 사람들은 환호하거나 기뻐했다. 난 동창 모임이 있던 때를 떠올렸다. 

"지원이가 말 안 해서 그렇지 소문에는 남편이 문제가 있는 것 같던데." "무슨 문젠데." "간호사랑 불륜이 있었다나 봐. 아예 두 집 살림을 차렸다는 소문이 있어." "이웃에서도 큰 소리가 자주 들리는 걸 들었대." 난 그 말에 실소를 뱉었다.  마시던 물 잔을 소리가 나도록 내려놓으며 말 허리를 끊었다. "증거 있어?" 노트를 마음대로 가로채간 남학생에게 소리치듯 신경질적으로 묻자 일행은 당황한 표정으로 더듬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아니, 뭐 증거가 있다기보다 가까운 사람들한테 그런 말을 들었으니까 신빙성이 충분하다는 거지." 난 그 말에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알고 보면 그 소문의 진원지가 너희들 아니야?" 내 말에 주거니 받거니 하며 탁구공이 튀어 오르듯 원활하게 오가던 대화가 끊어지며 어색함이 감돌았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며 아이 아빠에게 연락이 왔다고 말한 뒤 자리에서 나왔다. 식당을 나와 걸으며 가방을 반대편으로 고쳐 맸다. '지원이가 이혼을? 쟤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유치하게 질투를 하지?' 난 전해 들은 소문의 진상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말도 안 되는 억측에 대해 불쾌한 실소를 터뜨렸다.


 지원은 중고등학교 때부터 아이들 사이에서 조용히 있어도 존재감을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균 정한 그녀의 몸은 넝쿨이 길게 자라듯 순탄하게 뻗어 있었고 단아한 이목구비가 예뻐서 인파 사이에서도 돋보였다. 외형적인 면모뿐 아니라 학교 선생님과 학생들 사이에서도 두루 친하게 지내며 여학생들 사이의 갈라선 무리의 중앙에서 반 아이들과 균형 있게 지냈다. 학교 성적과 대인 관계도 좋은 아이, 그녀가 사람들과 친해지는 방식은 본보기로서 좋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자신을 격하시키거나 찬미하며 잘 보이기 위해 일부러 친절을 가장하고 자신만의 그룹을 만들어 편을 가르는 일도 없었다. 그런 지원의 주변에는 친구들로 붐볐고, 난  그 사이에 끼지 못한 채 조용히 지켜보거나 그녀의 행동을 관찰했다. 여느 아이들과 다른 그녀만의 독보적인 분위기와 차분한 몸가짐, 주변 공기를 부드럽고 유연하게 조성하는 능력은 노력이나 공부를 통해 얻은 게 아니었다. 주변인들을 끌어들일 만큼 상당한 매력을 가진 존재, 사랑받는 일이 자연스러웠다. 지원의 주변에는 충만한 호의를 가진 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걔 중에는 그 아름다움에 대해 선망 어린 질투나 시기를 가진 무리도 있었다. 그들의 아니꼬운 농담이나 불쾌한 언행에 대해서도 지원은 분개하지 않고 분명하게 잘라내거나 선을 넘는 말에 대해서는 사과를 요구했다.  어느 정도 선을 지킨 농담은 즐겁게 받아주는 그녀였지만 상대를 무시하거나 함부로 대하는 경솔한 자세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명언했다. 성인이 된 뒤에도 지원의 존재감은 사라지지 않고 더욱 뚜렷이 드러났다. 서른 후반이 지나 마흔을 코앞에 두었을 무렵에는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이 많지 않았다.  동창 모임에 참여하는 멤버들만 봐도, 결혼 후 평범한 주부가 된 뒤로는 대부분 경력 단절된 상태였다. 남편의 재력이나 직업, 아이의 학벌이 유일한 자랑이 된 고루한 대화에 끼기엔 지원은 자기 일도 열심히 해나가면서 결혼을 유지하고 있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녀는 남달랐다. 그녀가 결혼한 남자와 결혼 생활에 대해서도 친구들의 노골적인 관심은 대단했는데, 그 시선은 눈꼴 시려워 못 봐줄 지경이었다.  야릇한 눈으로 지원의 말에 귀 기울이고 꼬투리가 될만한 흠을 열심히 찾아대는 뾰족한 시선이 싫었다. 자리에 없을 때에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지원, 그녀를 의식하는 이들이 많다는 건 그만큼 영향력이 크다는 뜻의 반증이었다. 불편한 억측의 중심에 그녀가 있다는 건 유쾌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레 떠오른 안부가 궁금해서 전화를 걸었다. 통화 수신음은 이어졌지만 지원의 목소리를 들을 순 없었다. 바쁘겠거니 생각하며 문자를 한 통 남겼다. [모임 왔다 생각나서 문자 남겨. 잘 지내지?]  그 뒤에 몇 주간 지원에게 온 연락은 없다. 집안일만 해도 온종일 바쁘다는 걸 아는 주부로서, 일을 하며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그녀에겐 여유가 없으리라 생각하고 시름없이 넘겼다. 나이가 든 뒤엔 덜컥 예고 없는 연락이 오는 것보다는 무소식이 길한 일이었다. 학교에서 매일 얼굴 보고 하굣길에 간식을 사 먹으며 '내일 보자'라고 말하던 때처럼 학교가 인생에 전부인 때는 지난 지 오래였다. 동창모임이나 어린 시절 단짝은 잊힐 만도 하지 않은가. 나부터도 그랬다. 1년에 한 번 있는 동창 모임에서 어린 시절 얼굴이 희끄무레하게 남은 중년의 친구들을 보며 나이를 새삼 체감하고 오는 게 전부였다. 학부모회, 아파트 입주자 모임에 참여하는 횟수가 동창을 만나는 일보다 많았고, 친했던 단짝도 1년에 한두 번 얼굴을 볼까 말까 했다. 오히려 아이의 같은 반 학부모님들과 만나 수다를 떠는 빈도가 잦았다. 미안, 아이 아빠 때문에, 아이가 이젠 학원 끝마칠 시간이라, 이런 이유가 입에서 오르내리는 게 이해받아 마땅한 사유가 될 만큼 내 삶의 판도는 처녀 시절과 비교했을 때 완전히 달라져버렸다.  결혼하고,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쯤 됐을 때부터 비교적 자유로워졌지만 추억으로 친구를 소환하는 건 쉽지 않았다. 오래간만에 아이나 남편이 집을 비운다는 이유로 불쑥 밥 먹자고 연락하는 일도 민폐로 느껴질까 봐 걱정되어 함부로 제안하지 못할 정도로 친구 사이에는 각자의 생활 반경과 계획은 빈틈없이 정해져 있었다. 가끔 보고 싶거나 떠오를 때 잘 살려나, 귓전을 비껴가는 바람처럼 생각하다 말았다.  

지원은 결혼하고부터 2년 정도가 지난 뒤엔 동창회를 나오지 않았다.  무리의 중심이자 주축이었던 그녀가 사라진 뒤에는 빈 공백을 여러 소문이 채웠지만 대개 부러움과 시기심, 찬탄 어린 카더라 통신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녀를 둘러싸고 좋지 않은 말들이 이어진 건 최근이었다.  그 소문의 근원은 무엇이며  어떤 증거로 인해 생겨난 말인지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난 무거운 마음으로 두서없이 쓰던 글을 잠정적으로 끝맺었다. 그녀가 끝내 전하지 못한 말이 무엇인지 맥락조차 알 수 없지만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내 모습을. 완성한 글은 최대한 다듬어 읽을 만한 정도로 고치고 다듬었다. 그 뒤에는 내가 알고 있는 지원의 메일로 보내 두었다. 만약 내게 전하지 못할 말이 있다면 터놓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랐고, 내 글을 기다리는 지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다. 적어도 난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노력했다는 흔적을 보이고 싶었다. 이틀 뒤 내 바람대로 지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지원의 안색은 좋아 보였다. 평온한 온기와 한결같이 구김 없는 깨끗한 셔츠가 보기 좋았다. 난 어색하게 웃으며 완성이라고 볼 수도 없는 글을 보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진솔한 글이야."


지원은 말했고 난 바짝 마른 입을 축이기 위해 물을 마셨다.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돼. 두서없는 일기에 지나지 않아."

"아니야. 네 진심이 충분히 전해졌어."


지원은 고개를 숙여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건 내가 쓴 글이었다. 분홍색 노트에 적어 내려간 내 글에 형광펜으로 표시했던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 쓴 글을 인쇄한 종이에도 문장마다  형광펜으로 그어둔 선들이 보였다.  난 말없이 지원을 보았다.  고개를 숙여 원고를 찬찬히 되짚어보던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바로 보이는 지원의 얼굴에는 처음 보는 낯선 표정이 서려 있었다.   일정한 평온을 유지한 지원은 고미를 보고 만 듯한 표정으로 웃었다. 미소 짓고 있었지만 그녀를 힘들게 하던 불편감에서 완전히 해방되지 않는 듯한 우울감이 느껴졌다.


"사실 나 바빴어. 이것저것 정리할 게 많아서. 연락이 늦었어.”


난 고개를 저었다.


“바쁜데도 소식 전해줘서 고맙지. 넌 직장도 다니니까 주부들과는 다르니까.”


난 잔에 들어있던 빨대를 규칙적으로 돌려 작은 소용돌이를 만들었다. 얼음이 달그락 거리며 부딪혔고, 잔 표면에 물방울이 맺혔다 흘렀다. 얼음 부딪히는 일정한 소음으로 공간을 채우고 있을 때 지원은 얼음을 깨듯 침묵을 끝내고 물었다.


“얼마 전에 동창 모임 다녀왔다고 했었잖아. 어땠어?”

“여전하지. 남 얘기 좋아하거나 남편 자랑하는 게 전부야. 네가 오지 않는 이유도 이해돼. 나도 안 가려고.”


난 커피로 목을 축이며 말했다. 얼음이 녹아 커피 맛은 연했다. 지원은 소리 없이 웃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내 말에 암묵적으로 공감한다는 뜻으로 읽혔다. 


“너도 없고, 이제 갈 이유가 없지. 알잖아. 난 학생 때도 너 말고 특별히 친한 친구들도 거의 없었으니까.”


난 짧은 한숨을 내쉬며 짧게 혀를 찼다. 


“다른 사람을 가십거리로 삼는 것도 들어주기 힘들어. 겉으로는 호의적 있고 공감해 주는 척 굴어도 가까이에 있는 다른 사람의 불행에는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물어뜯기 바빠. 여자들이 여럿 모이면 창문 깨뜨리는 건 일도 아니라는 말 사실이야. 거기다 난 아들이나 남편에 대해 자랑할 만한 것도 별로 없고. 굳이 자랑해야 하나 싶고 그래.”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짓던 지원은 물었다.


“나에 대해서는 별 말 없어?”


내가 머뭇거리자 그녀는 충분히 예상한 표정이었다. 뭐 너에 대해서는 자주 묻긴 해. 어디서든 애들이 널 제일 먼저 찾는 게 수순이잖아, 말끝을 흐리던 난 불쑥 모임에서 오간 높다랗고 낭자한 웃음과 유감을 표하지만 즐거움으로 들어찬 표정을 떠올리자 화가 치밀었다. 그들의 노골적인 위선과 동경했던 존재의 불행과 흠집에 안도하며 위안하는 모습에 환멸감마저 느껴졌다. 


“나이가 들어도 너에 대해서는 여전히 관심이 많고 부러워들 하지. 그래도 그렇지 그런 말 같지 않은 소리를 한 건 꼴같잖아.”


내가 모호하게 대답하며 뇌까리자  지원은 축약된 문장을 알아차리고 웃었다. 예상했던 일에 대한 태연한 수긍 같았다. 


"그 소문, 사실이야."


헛소문이라고 생각했던 그 일이 사실이라고 지원은 대답했다. 그때 내게 불쑥 전화해서 전하지 못한 말이 그것이었다고 덧붙였다.  당황한 내 눈과 입이 벌어지자 지원은 웃었다.


“안 좋은 소문은 퍼지는 속도가 빠르지. 내가 그 자리에 등장했으면 볼 만했겠다.”


지원은 웃었다. 당황한 나의 안색을 풀어주기 위해 가장한 농담조였을 뿐 그녀는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그때 네 생각이 나서 전화했었어. 너한테는 말하려고 했는데 입이 안 떨어졌어. 이혼이라는 게 절차도 복잡해. 연인 간의 이발과는 카테고리가 아예 다르더라고.”


지원은 무작정 집을 나온 뒤에 어디 갈 곳은 없던 차에 내 생각이 났다고 했다. 


"그때 네가 보낸 문자에 내가 답을 못했다는 것을 수신함을 확인하다 뒤늦게 알았지. 네 연락을 보는데, 잘 지내느냐는 그 말에 바로 대답을 해야 할 것만 같은 거야. 그냥 그땐 그런 기분이었어.  잘 지내지 못한다고 소리치고 싶어도 부모에게조차 말 못 했거든. 그때 네 안부가 세상에서 유일하게 내가 다른 사람과 연결될 수 있는 통로처럼 느껴져서 잡고 싶더라고.  너한테 전화하고 나서 바로 후회했지만.  그날은 제정신이 아니었어."  


난 통화할 때 그녀에게 건넨 질문을 곱씹었다. 별일 없다는 대답에 안심했던 내 모습이 어리석게 느껴지고 한없이 미안했다. 내 마음 편하자고 불안을 의식적으로 없애버렸을 뿐이었다. 


“말하지.”


내가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하며 쓴 물을 삼키듯 중얼거렸다. 


“말하고 싶었지.”

“했어야지.”

“그 덕에 네 노트도 찾을 수 있었어.”

“그게 뭐라고.”


내가 쓰게 웃었지만 지원은 환하게 미소 지었다.


“나한테는 소중한 추억이자 작품이야.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고 체념했다 서고에 쌓여있는 책 사이에 끼워져 있어서 환호했지. 그전까지는 이혼에 대해 되게 심각하고 무겁게 여겨져서 심란했는데, 그 노트를 발견한 순간  와, 이혼 잘했네라고 생각했다니까.”


난 그 말에 웃었다. 다소 엉뚱한 말이었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유머를 잃지 않는 그녀 다운 반응이었다.


“왜 이혼했느냐고 안 물어?”


지원은 물었다. 난 그녀의 선택에 극진한 신뢰를 갖고 있었고 어떤 선택이든 심사숙고하여 최선의 결정을 내렸으리라 생각했으므로 그에 대해 의견을 첨언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어련히 네가 고민하고 했을 일인데 이유가 뭐가 중요해. 할 만했으니까 했겠거니 하는 거지.”


내가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내젓자 지원은 웃었다.


“네 태연한 대답과 무심한 듯 수긍해 주는 태도가 위로가 되네. 진작 말할걸.”

“그니까. 바보같이 그게 별거라고 감추고 있어.”


내가 눈을 흘기자 지원은 킁킁 웃으며 손으로 웃음이 비집고 나와는 입을 가렸다. 


“결혼할 땐 다들 발 벗고 환영할 뿐 이유를 묻지 않았는데, 이혼에 대해서는 왜,라는 이유가 붙어. 그 일에 대해 원치 않아도 자연스럽게 해명하는 위치에 놓여야 하는 게 지쳤어. 동창들 사이에서 당연히 내 이야기 나올 거 아니까 굳이 가지 않았고." 

“잘했어. 오지 마. 나도 안 갈 거야.”

“네가 왜, 넌 가도 돼.”

“헛소문 부풀리고 즐거워하는 꼴 또 보라고?”


내가 컵을 세게 쥐며 몸을 떨며 이를 갈자 지원은 귀여운 동생을 바라보듯 애정이란 시선으로 바라봤다. 몸을 번듯하게 피며 그녀가 기지개를 켰다. 무거운 짐에서 해방된 듯 가벼운 표정과 몸짓이었다. 


“말하고 나니까 별 거 아니지?”


내가 묻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 말하고 보니 별거 아니네.”

“전해야 할 말은 떠오른 시기에 하지 못하면 마음에 멍울로 남게 돼. 네가 불필요하거나 소모적인 말할 사람도 아니니까 네가 하고 싶은 말이라면 그건 꼭 해야 하는 말인 거야. 그러니 이젠 네가 약속할 차례야.”


새끼손가락을 디밀었다. 지원은 무엇을, 이라고 묻는 표정으로 나를 보았고 난 대답했다.


“전해야 할 말은 흘리지 않고 말하기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머뭇거리다 전하지 못하는 일은 없도록. 적어도 넌 내 소설을 읽어준 유일한 독자니까 나한테도 네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행운을 허락해 줘. 그게 내가 15년 전에 너와 나를 주인공으로 소설을 쓴 이유.”


지원은 내가 내민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난 약속 지켰어. 그러니 너도 지켜.”라고 힘주어  말하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난 네 약속을 지키려고 조약 하지만 어떻게든 완성했어.”

“알아.”


지원은 손가락을 구부려 약속했다. 두 사람의 손가락이 허공에서 둥근 고리가 되어 단단하게 연결되었다. 꼭 중고등학교 때 갔지 아니냐고 말하며 웃었다. 


“네 소설 다시 읽어보니까 어땠어?”


지원의 물음에 난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널 많이 좋아한 그 시절의 나를 느낄 수 있었어.”


무슨 소리냐는 듯한 표정으로 지원이 나를 보았다. 


“그 시절 넌 나의 우상이었고 견딜 수 없을 만큼 싫은 학교와 집에서 숨통이 트이게 해주는 존재였거든.  널 만난 뒤로 판단이나 평가에서 벗어난 홀가분함을 처음 느껴봤어. 그때 난 친구를 원했어. 서로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그런 친구. 탁 트인 전망처럼 바라보고 있는 것 자체로 휴식을 주는 존재.”

“그 정도로 표현되기엔 내가 너한테 신경 써주지 못했어.”

“아니, 충분했어.”


난 지원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휴식 같은 관계, 연인에게도 받은 적 없어. 여느 남자들과 다를 거라 믿었던 남편이나 자식조차 이젠 옆집 엄마나 남의 아내랑 날 비교해. 그런데 넌 나이가 들어도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어. 난 큰 변화를 기대하거나 활력이 넘칠 일이 없는 만년 주부일 뿐인데, 너랑 있으면 다른 꿈을 꾸게 돼.”

“나도 네 소설을 읽으면서 그런 사람을 꿈꾸고 위로받았어. 넌 조약 하게 쓴 문장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네가 쓴 문장을 곱씹으며 난 공감하고 조용히 울거나 웃었거든.”     


우린 카페를 나와 걸었다. 산책을 하는 사이 지원의 휴대폰이 울렸다. 회사의 급한 연락이 왔다며 그녀는 가봐야 한다고 말했다. 


“가볼게, 또 보자.”


점점 멀어지는 지원의 뒷모습을 눈으로 좇다가 난데없이 이름을 불렀다.


“한지원.”


지원은 고개를 바로 돌려 나를 바라봤다.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약속 잊지 않았지? 부담 줄지 모른다고 앞질러 판단하고 해야 할 말을 삼켜서는 안 돼. 해결해 줄 순 없어도 들어줄 수 있어. 털어놓고 네 선택에 대해선 충분히 생각한 뒤에 내린 후회 없는 결정이라고 믿어. 나도 그게 무엇이든 너에 대해서는 덮어놓고 믿어줄 준비가 되어 있어.”


지원은 대답 없이 고요한 미소로 화답했다.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입꼬리가 완만한 호선을 그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다시 돌아선 그녀가 걸어갔다. 점점이 멀어지던 지원은 시야에서 흐려지다 마침내 작은 점이 되어 소멸됐다. 난 지원의 뒷모습을 눈에 담으며 처음으로 쓰고 싶은 문장을 떠올렸다. 지원의 새로운 시작과 나의 첫 문장에 공통적인 맥을 짚었다. 그녀와 나는 동전의 양면과 같이 다르지만 동시에 하나로 묶여 있다는 기분을 느꼈다. 둘 사이의 별일이라고 할 법한 일이 더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예기치 않은 일은 불시에 일어나기도 했고, 그 사실은 나이가 들수록 실감하게 되는 사례가 늘어났다. 계획이나 의도와 관계없는 일에 부딪혀 곤란하거나 아득한 기운이 덮칠 때, 낯익은 얼굴 하나 떠올리게 된다면 그 존재는 서로가 되지 않을까. 난 지원의 얼굴을, 그녀는 나의 얼굴을. 그건 우리 사이의 암묵적인 약속이었다. 그 믿음으로 살아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무언의 긍정, 조용한 지원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와 드리워진 그림자를 젖히고 힘차게 걸어가는 발걸음을 생각하며 마음이 편안했다. 그 후로 난 내가 쓴 글을 편지나 문자 대신 보내는 것으로 안부를 대신했다. 때론 메일 내용에 은밀한 비밀 접선 암호와 같은 함축적인 한마디를 남겼다. 별일 없이 잘 지내느냐는 안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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