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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치 Jan 12. 2024

프롤로그 - 인면조 같이

닥터 세일즈 01

박사는 따는 거야

박사학위를 보통 딴다고 말하는데, 정확히는 학위를 받는 것이겠지만, 별을 따듯이 따온 느낌이긴 하다. 3년 정도 코스웤을 마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교수님께 키워드만 받고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연구라는 걸 시작했다. 그 연구를 계속 발전시켜서 논문이란 걸 쓰기까지 많은 시간과 금전적 투자가 필요했다. 결혼 후까지 시간은 계속 투자되었다. 그동안 ‘뭘 위해 이렇게까지 하나’라는 생각은 점점 자주 찾아왔다. 그래도 뭔가 있겠지 하는 생각에 끝까지 가게 되었다. 그리고 땄다. 머릿속에는 단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그동안 들어간 돈과 시간을 보상받아야겠어. 잊어버렸던 즐거움으로!‘

이제는 즐거움을 따보자. 그럼 뭘 해야 될까? 연구소에 지원해서 연구원이 되려고 하니 서울 근처에는 살기 어려울 것 같고, 40이 다 된 나이에 대기업에 취업해서 빡빡한 삶을 시작하기도 부담스러웠다. 그러던 중 행복하게, 신나게 해 주겠다는 말에 혹해서 외국계 소프트웨어 회사로 흘러들어 갔다. 그 스토리는 여기서 볼 수 있다.

https://brunch.co.kr/@poorwriting/82​​

학위를 한국 기업만큼 ‘쳐’ 주지는 않지만 다양한 산업군에 대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수행했던 프로젝트를 보면 옥수수 줄기에서부터 2차 전지까지 정말 넓은 스펙트럼이긴 하다. 엔지니어로서의 삶이 무료해지기 시작할 무렵, 사실 나는 쉽게 무료해지는 편이다. 업계의 선배가 귀한 조언을 해주셨다.

‘엔지니어로 롱런하려면, 영업과 기획 마인드를 장착해라’

아무래도 엔지니어는 사람을 대하는 폭이 좁다. 전혀 모르는 고객을 신규로 만나는 일도 드물고, 보통은 동료와 함께 노트북 쳐다보면서 야근하는 삶이다. 그런데 영업과 기획 마인드라니 마음속엔 거부감부터 생겼다. 내가 그러려고 학위 한 거 아닌데요. 사람 만나러 다니라고요?


반인반수

나의 변신의 시작은 갑자기 찾아왔다. 나는 분명 엔지니어로 살아온 사람이었고, 엔지니어로 입사를 했는데, 어느 날 사장님이 말씀을 하셨다. 즉,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이 온 것이다.

‘글치 과장, 앞으로 영업 50%, 기술 50%로 일을 해야겠어요. 말하자면, 반인반수가 되는 거죠 ‘

반인반수?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나는 평창 올림픽 때 핫이슈가 되었던 ‘인면조’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사람의 얼굴을 하고 몸은 용이나 큰 새 같은 모습의 기괴한 모습의 생물, 기괴한 모습과는 달리 이 생물이 하는 역할은 하늘과 땅이 연결되는 평화의 상징이라고 한다. 일단 중요한 키워드는 ‘연결’이다. 기술과 영업의 연결, 고객과의 연결 이런 것들에 갖다 붙여 볼만하다. 반인반수이니까. 기술과 영업 중 하나는 인간이고 하나는 짐승일 텐데 뭐가 인간이고 뭐가 짐승인지는 물어보신다면? 그건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를 것 같다.

인면조, 한국의 반인반수



업계에서는 이런 업무를 프리세일즈라고 부른다. 용어만큼이나 뭘 해야 할지도 모르고 시작했지만 어느 정도시간이 흐르면서 적응도 하고 실적도 향상되어 갔다. 재미도 생기고 노하우도 생겼다. 우연히 발을 들였지만, 프리세일즈를 하면서 느끼게 된 것들을 기록하고 싶어졌다. 잘 기록하면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했고, 한 번쯤 정리해보고 싶은 마음에서 글을 적어 보게 되었다. 이런 류의 주제에 관심 있는 사람이 소수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프로젝트는 거의 나를 위한 정리의 시간이라고 볼 수 있다.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계획하고 있는 목차는 아래와 같다. 모든 프로젝트의 초기 계획이 그렇듯이 변동은 있을 수 있다.


1. 프롤로그 - 인면조 같이

2. 영업이 아니다. 기술이다.

  2-1. 제품을 팔려면 제품을 설명하지마라

  2-2. 고객님 믿으십니까?

  2-3. 양날의 검, 프로젝트

  2-4. 고객의 용어는 법이다.

3. 기술이 아니다. 영업이다.

  3-1. 그래서 얼마인가요?

  3-2. 고객 실적 우선주의

  3-3. 돈대신 이름이라도

  3-4. 고객 발굴은 뉴스에서

4. 에필로그 - 인센티브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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