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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기 Nov 25. 2020

당신과 이런 얘기


    집에 오는 길에 말야. 골목길에 들어섰는데 파란 대문이 달칵 열리더니, 자주색 점퍼에 빨간색 털모자를 쓴 할머니랑 검정색 점퍼에 갈색 목도리를 두른 할아버지가 나오셨어. 두 분 다 걸음이 불편해 보이셨어. 낮은 문턱을 넘는데도 오래 걸리셨지. 할머니가 먼저 나오시고 할아버지가 뒤따라 나오시다가 살짝 기우뚱하시면서 할머니 팔을 잡았어. 할머니는 멈춰 서서 할아버지가 문턱을 넘을 때까지 기다렸지. 팔을 내어준 채로. 할아버지는 문턱을 넘자마자 빠르게(본인 생각에는) 앞서 나가려고 했지. 이번에는 할머니가 할아버지 팔을 붙들었어. 잠시 숨을 고르라는 듯, 그러나 할아버지가 기분 상해하지 않도록 말없이. 할머니는 할아버지 목도리를 고쳐 주었어. 사실 별로 달라진 게 없었는데 할아버지는 훨씬 안심하는 듯 보였어. 그렇게 잠시 멈춰 있던 두 사람은 팔짱을 끼고 천천히 걸어갔지. 그 모습이 참, 편안해 보이더라.


    그러네.

    두 사람 뒤를 천천히 걸어가며, 두 가지 생각이 들었어.

    무슨 생각?

    남자는 나이가 들어도 철이 없다. 그리고, 저렇게 함께 나이 드는 것도 좋겠다.

    응, 좋다.

    그치? 보기 좋더라고.


    응 그것도 그런데, 당신과 이런 얘기하는 거. 그게 참 좋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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