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그 어려운 가족독서모임을 우리가 해냈다!
헐렁한 캠핑을 다녀왔다.
준비물은 의자 넷, 테이블 하나.
따수운 보쌈 한 팩과 피자 한 판.
오물오물 열심히 먹고, 종알종알 이야기하다가 해가 지면 의자 접기.
우리 가족 캠핑은 오후 3시에 시작해 7시면 끝난다.
이렇게 헐렁할 수가!
이렇게 가볍고 상쾌할 수가!
가볍고 헐렁해서 기대되는,
두 번째 캠핑을 준비하다가 번뜩! 기막힌 생각이 떠오르고 말았다.
(언제나 기막힌 생각이 가득한 나 ㅋ)
캠핑장에서 독서모임을 하면 어떨까?
복학생인 J군은 단박에 오케이.
복학하고 나서 학교 독서모임을 하는데, 다양한 전공을 공부하는 친구들의 다채로운 생각을 들을 수 있어서 참 재미있다고 했다. 우리 가족의 책 이야기도 궁금하다며 반겼다.
고딩 푸린양은 고개를 갸우뚱.
"굳이.... 모임까지?"
가족독서모임을 생각하게 된 가장 중요한 변수는 고딩 푸린양이었다.
이 아이가, 세상에,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다!
"캠핑장에서 맛있는 거 먹으면서 하려고."
한 마디 보태자, 갸우뚱거리던 고개를 천천히 끄덕거렸다.
자, 이제 문제적 인물이 남았다.
1년에 한 권도 책을 읽지 않는 우리집 멤버, 아빠에게 소식을 전했다.
"독서모임을 하기로 했어!"
"나......도????"
당첨!
가족독서모임이 시작됐다.
가족독서모임의 첫 번째 규칙은,
책을 많이 읽는 편이지만, 독서모임은 하지 않고 있다.
시도했으나 나와는 맞지 않았다.
독서모임은 일반적으로 책을 선정해 같이 읽고 생각을 나누는 방식이다.
한두 번 참여해본 독서모임에서 선정된 책들이, 공교롭게도 내 취향이 아니었다.
취향이 아니어서 평소에 읽지 않을 책을, 모임을 통해 읽는다는 취지를 아주, 매우, 잘 알고 있지만 도통 재미가 붙지 않는 걸 어째....
그래서,
가족독서모임의 첫 번째 규칙은 <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
첫 가족독서모임 테마는 <내가 읽은 책을 소개합니다>.
이번 캠핑 준비물은, 하나가 늘었다.
테이블 하나, 의자 넷 그리고 소개하고 싶은 책 한 권씩.
독서모임을 시작하기 전에, 일단 잔뜩 먹었다.
든든한 배를 두드리며, 주섬주섬 각자의 책을 꺼냈다.
캠핑장 가족독서모임, 이제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