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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선아 Sep 22. 2020

저희 둘이 알아서 할게요

한국의 부모들은 자녀가 당연히 결혼하고 결혼을 하면 당연히 아이를 낳을 거란 생각을 한다. 결혼 계획도 없던 내가 자녀 계획이 있었을 리 만무했다. 그러나 결혼을 한 후, 사람들은 궁금해했다.

“언제 아이 가질 거야?”

“나이도 있는데 애 안 낳아?”

“애 낳을 거면 한 살이라도 빨리 낳는 게 나아.”

정말 궁금해서 물었던 것일까.

아직 한국 사회는 누가 만든 지도 모르는 잣대를 들고 누군가의 인생을 줄 세운다.


결혼하고 1년이 채 지나지 않았을까, 1년이 막 지났을까.

저녁 식사 중에 시어머니가 넌지시 말했다.

“너희 아이는 언제 가질 거니? 결혼했으면 아이를 가져야지.”

“저흰 2년 동안은 아이 계획 없는데요.”

나는 숨도 쉬지 않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시어머니는 뭐라 들리지 않는 말을 내뱉으셨지만 나에겐 들리지 않았다. 듣는 둥 마는 둥 밥 먹기에 열중했다.


나는 무척이나 그 말이 폭력적으로 들렸다. 누가 누구에게 아이를 가지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이는 우리의 아이이고 낳는 것도 키우는 것도 나와 그다. 내가 2년이라 대답한 것도 그와 합의한 최소한의 기간이었을 뿐이었다. 나는 아이가 없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를 좋아하는 그를 알기에 “난 아이를 갖지 않을 거야.”라고 말한 적 없었다. “내가 사랑하는 그가 원한다면 아이를 낳아야지.” 생각했을 뿐이다.


누군가는 무자녀 기혼 여성을 두고 여성의 고학력과 전문 직업을 꼽으며 이기적이라 말한다. 그런데 왜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 힘든 사회, 아이를 키우기 힘든 한국 사회의 문제나 아직도 전통주의적 가족관계로 아이를 낳으면 더 고달파지는 이유 등등은 쏙 빼놓고, 여성이 경력단절을 고민하거나 부부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어 하는 것을 이기적이라 말할까. 출산과 육아로 인한 기회비용은 누가 계산해주는 것이 아니다. 이제 전통적인 성 역할이나 가족주의는 무너졌다. 아이를 갖고 안 갖고는 개인의 자발적 선택일 뿐이다.


그 후로 시어머니는 나에게 직접 아이 이야기는 없었다. 단지 “여자는 찬 곳에 앉으면 안 된다.” “방석 깔고 앉아라.”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2년이 훌쩍 지난 어느 날이었다.

“내가 보약 한 첩 해주고 싶은데, 보약 해줄까?”

“아니요, 전 한약 같은 거 못 먹어요.”

그냥 내 몸에 좋은 보약일 수도 있지만, 왠지 몸 보신하여 아이를 빨리 낳았으면 하는 마음 같아 냉큼 그 말을 물리쳤다. 살짝 쓴맛이 도는 정도의 홍삼도 못 먹는 나다.


모두, 저희 둘이 알아서 할게요. 저희 인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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