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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인이지만 내성적이진 않은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그 사람이 바로 저예요.
제가 흔히 듣는 말이 있습니다. MBTI E 같은데? 외향인 같은데? 내향인이라기엔 활동적인데? 사람들이랑 너무 말을 잘하는데?라는 물음에 저는 역으로 의문을 갖습니다. 조금의 과장 보태서, 내향인을 약속도 안 잡고, 여행도 안 가고, 밖엔 나가지도 않는 은둔형 외톨이에, 사람이랑 말도 잘 못하고, 우울, 침울 분위기가 기본인 사회 부적응자로 여기고 있는지 말입니다.
내향인의 강점은 1:1 대화에서 나옵니다. 여러 명이 모인 자리에서 저는 그저 그런 사람입니다. 큰 소리로 웃지도,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않죠. 하지만 내향인이 누군가와 단둘이 앉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상대방이 무심코 던진 한 마디에서 그 사람의 진짜 관심사를 찾아내고, 표면적인 안부 인사를 깊이 있는 대화로 자연스럽게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이 있죠.
내향인은 모임을 갖게 될 경우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을 관찰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누가 무슨 표정을 짓는지, 누가 정말 즐거워하는지, 누가 어색해하는지 지켜보고 있어요. 그리고 나중에 그중 한 명과 개별적으로 만나게 되면, 그때 보았던 세심한 관찰들이 깊이 있는 대화의 시작점이 됩니다.
특히 처음 보는 사람과의 대화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완전히 낯선 사람 앞에서는 오히려 자유로워집니다. 관계의 역사도, 역할의 부담도 없는 깨끗한 상태에서 순수하게 그 순간의 대화만 즐길 수 있거든요. 내향인도 제대로 된 대화 상대를 만나면 저는 정말 말이 많아집니다. 단지 아무 말이나 많이 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지는 거죠. 지금만 봐도 이렇게 매일같이 말을 많이 하잖아요?
물론 사람을 만나는 일은 지칩니다. 혼자만의 시간으로 에너지를 충전할 시간이 필요해요. 하지만 어떤 사람과 진정한 연결이 이루어질 때는 에너지를 잃는 게 아니라 얻게 되는 경험도 합니다.
내향인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건 아닙니다. 저처럼 사람을 대하는 것이 어렵지 않고, 대화를 즐기고, 새로운 만남을 두려워하지 않는 내향인도 있어요. 다만 그 방식이 조금 다를 뿐입니다. 파티에서 중심이 되기보다는 깊은 대화를 나누고, 많은 사람과 얕게 알기보다는 적은 사람과 깊게 알아가는 것을 선호할 뿐이죠. 다음에 누군가가 저를 보고 '외향인 같다'라고 말한다면, 저는 그저 제 방식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고 대답할 생각입니다.
내향인에게도 여러 가지 색깔이 있다는 걸, 조용하다고 해서 모두 소극적인 건 아니라는 걸, 그리고 때로는 가장 깊은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평소에는 가장 조용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외향이냐 내향이냐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진정한 연결을 만들어가느냐인 것 같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