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24시간 비 내리는 곳

어마어마하게 갬 성적인 핫 플레이스

by 고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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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좁은 텐트 안에서 서로 낄낄대며 쪼그리고 앉아 수다도 떨 수 있습니다.


로블록스는 하나의 플랫폼이다. 게임판 유튜브라 생각하면 된다.

아니, 디지털 놀이터라 생각하면 된다. 놀이터에 가서 놀이기구를 타며 놀아도 되고 바닥에 있는 모래로 모래성을 쌓아도 된다. 놀이기구는 게임이고 모래성은 로블록스 스튜디오이다. 자신이 게임을 만들어 즐겨도 되고 직접 만들어도 된다. 아니면 두리번거리며 친구를 찾고 친구의 손을 잡고 여러 놀이기구들을 타거나 구경만 해도 된다.


보통 게임하면 사용자의 적극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점수를 따야 하거나 현질을 유도하거나 경쟁심을 유도하는 등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한다. 이와 반대로 그저 틀어 놓기만 하거나 아무런 목적도 없이 돌아다니는 게임도 있다. 아니, 게임이라 부르기엔 뭔가 다른 종류의 놀이가 있다. 그저 산책하고 생각하기에 좋은 맵들이 있다.


이전에 소개한 '콰이어트 플레이스'가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로블록스에는 수많은 맵들이 있는데 굉장히 급조한 것들도 있지만 정말로 이곳에서 힐링받길 원하기를 목적으로 한 맵도 있다. 그저 컴퓨터에 틀어놓고만 싶은 콘텐츠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비 오는 날'이다.


비 오는 날 / rainy day

개발자 @tem667temmie

위치 : https://www.roblox.com/games/4960160668/rainy-day-up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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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말 그대로 비만 내리는 곳이다. 1년 365일, 24시간 내내 얕은 비가 내린다. 한 아이의 손에 이끌려 이곳에 들어왔을 때는 이해가 되질 않았다. 아무런 목적도 없고 덩그러니 비 오는 공간에서 무얼 해야 할까 많은 고민을 했다. 차분히 맵을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소품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오두막, 나무 위 2층 집, 식탁, 놀이터 등.


놀랍게도 각 소품들은 플레이어와 상호작용이 되었다. 텐트 안으로 들어가면 자동으로 턱을 괴고 엎드린 자세로 있는 등 우리가 생각하는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점차 하나씩 체험해 보면서 왜 게임 만족도 89%와 3만 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는지 알 수 있었다.


천천히 살펴보자.

실행하면 비 오는 로딩 화면에서부터 비 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눈앞에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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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그리고 은은히 빗나는 오두막 캠프..


정말 시집에서만 볼 것 같은 풍경이 들어온다.

특별한 배경음악이 있는 것 아니고 우중충한 날씨에 약간은 무거운 비가 내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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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비라고 할 수 있냐면,

결코 가볍거나 우산 없이 밖에 돌아다닐만한 비는 아니다.

몇 분만 있어도 옷이 젖는, 그런 비다.

그렇다고 폭우처럼 온몸이 흠뻑 젖는 비도 아니다.


소리를 들어보면 오직 대지를 충만하게 적시고 개구리가 연못에서 나와 울고 있고

과거 우리들이 장화를 신고 우비를 입고 신나게 잔디밭에서 놀다 미끄러져 넘어지면

손에 진흙이 묻는, 그런 정도의 비가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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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비를 맞으며 놀이터에서 논 적이 있는 사람?

온몸이 진흙이 묻고 머리는 만화 주인공처럼 뾰족 머리로 변하고 결국 엄마한테 혼난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디지털 놀이터의 세계에서도 아이들은 이런 비 오는 날 놀기를 원한다.

코로나로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본지 꽤 오래되었다. 그나마 요즘은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했지만 대부분 놀이터는 재생타이어 재질의 바닥에 너무나 세련된, 하지만 획일적인 기구들로 인해 이전보다 살짝 재미가 없어진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우리가 어릴 적 놀던 그네, 미끄럼틀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그네는 실제로 방향키나 터치를 통해 360도 회전을 하는데 딱 어릴 적 우리가 하고 싶었던 행동을 그대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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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미끄럼틀도 탈 수 있다.

심지어 계단 아래로 가면 자동으로 비를 피하는(또는 괴롭히는 아이들로부터 몸을 피하는?) 쭈그리 자세로 감성에 젖을 수 있다.(파란색 머리 아이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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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단체사진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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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산 아이템에 다가가면 자동으로 우산 아래서 비를 피하는 자세를 취한다.

그야말로 온갖 감성(갬성?)을 내뿜을 수 있는 모션들이 있다.


이번에는 커튼 사이로 은은히 랜턴 빛이 흘러나오는 오두막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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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최근 유행하는 감성 캠핑 유튜버처럼 할 수 있다.

(이때 1인칭 시점으로 변환하면 눈앞에 램프가 아른거리는 것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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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아래 탁자에 샌드위치가 마련되어 있는데 실제로 터치를 하면 가상의 샌드위치도 먹을 수 있다.

애들아 밥 먹어 밥!

갑자기 어머니 역할에 빙의해서 아이들을 부르자 우르르 몰려와 탁자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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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긴 건 다 큰 남자애들이 실제로 "우걱우걱 맛있다"라고 하며 진짜 먹는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어떤 아이는 진짜 배가 고프다며 현실에서 라면을 끓여 먹기도 했다.

비 내리는 고요한 정원에서 네 명이 탁자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는 모습은 참 기묘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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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이런 작은 노상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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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텐트 안에 들어가 감성에 젖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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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좁은 텐트 안에서 서로 낄낄대며 쪼그리고 앉아 수다도 떨 수 있다.


그리고 한 아이가 다급하게 선생님을 부르기 시작했다.


"선생님! 빨리 여기로 와보세요! 빨리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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