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Night's Mistery Club
아마 제가 고등학교 3학년 때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공업계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한창 호기심도 왕성하고 여자에 대한 욕망도 컸었던 것 같아요.
어느 날인가, 녹번역 삼거리를 지나는데 여학생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등하교할 때 가끔 보던 여학생인데, 예전에는 분명 교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학년이 바뀌고 개학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녀는 교복을 입고 있지 않았습니다.
단추로 앞을 채우는 원피스에 외투를 걸치고 있었죠.
전에도 가끔 그 녀를 볼 때마다 투명하다 싶을 만큼 하얀 피부와 오뚝한 콧날 때문에 가슴이 설레던 여학생이었습니다.
사복을 입은 걸 보니 대학생이 되었나 보다 싶었죠.
별 생각 없이 그 녀 뒤를 따라갔습니다.
그 날은 실습 수업이 있었던 날이라 공구는 모두 학교에 두고 빈손으로 교복만 입고 있었거든요.
슬슬 그 녀의 뒤를 따라가는데 문득 주위에 사람이 없다는 걸 느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신기하게도 사람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무언가 그 녀에게 말이라도 걸어보고 싶었습니다.
"저기요. 잠시만요. 길 좀 물어볼게요."
조금 긴장을 한 저는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그 녀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무언가 만져지는 걸 느꼈습니다.
그 날 학교에서 실습 시간에 심심풀이로 만든 작은 주머니 칼... 쇠 줄을 갈아 만든 것이라 보잘 것 없고 조악하지만 워낙 재료가 강해서 제법 날카로운 그런 칼입니다.
주머니에 들어갈 정도로 작게 만들었는데 그게 주머니에 들어있었습니다. 게다가 긴장을 해서 그런지 그 칼 끝에 손가락을 살짝 찔려서 따끔했습니다.
무심코 그 칼을 꺼내 들었는데 고개를 돌리던 그 녀가 칼을 보더니 겁 먹은 표정을 짓더군요.
엉겁결에 달려들어서 칼을 든 손으로 그 녀의 어깨를 감싸 쥐었습니다.
도대체 제가 뭘 하려고 이런 행동을 하는지 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 녀를 끌고 층계를 올랐습니다.
입안은 바짝바짝 마르고, 신경은 온통 곤두서고...
그때 그 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가진 거 다 줄 테니 보내달라고 하더군요.
경찰에 신고하지 않을 테니까 제발 살려달라면서...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머릿속이 환해지면서 성기가 빳빳하게 일어서기 시작했습니다.
그 녀가 입고 있는 옷을 모조리 벗겨보고 싶었습니다.
층계를 오르면서 그 녀의 원피스 단추를 칼로 떼어냈습니다.
몇 개의 단추가 떨어지고 나니 하얀 면으로 된 속옷이 보이고 그 속으로 브래지어가 보였습니다.
긴장해서 떨리는 손으로 속옷과 브래지어를 끊었습니다.
원피스 앞섶이 벌어지고 그 녀의 하얀 속살, 젖가슴이 드러났습니다.
저도 모르게 그 녀의 가슴을 주물렀습니다. 보드라운 젖가슴의 촉감, 작게 튀어나온 유두의 느낌은 저를 더욱 흥분하게 했습니다.
거칠게 그 녀를 잡아 끌었습니다. 그 녀는 몇 번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습니다.
층계를 다 오르며 보니 앞에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보이더군요.
그 동네는 제가 잘 아는 동네였습니다. 층계를 다 오르면 야산으로 이어지죠.
그 산은 재개발인지 뭔지 때문에 아래쪽 집들은 다 비어있었습니다.
그 나무를 지나서 오른쪽으로 돌면 제법 널찍한 공터가 있고 공터를 지나면 판자 몇 개를 얽고 너저분한 담요를 덮은 움막이 있습니다.
친구들이 가끔 담배를 피울 때 가던 곳이죠. 밖에서 보기엔 지저분하지만 그 안은 제법 깔끔합니다.
산에서 놀다가 졸리면 들어가서 자기도 했었던 곳이니까요.
그곳으로 그 녀를 데려갈 심산이었습니다.
그곳이라면 누구에게 들킬 염려도 없고, 설령 그 녀가 소리를 지른다 해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층계를 거의 다 올라갔습니다.
나무를 지나가려는데 조금만 더 가면 된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이 조급 해지더군요.
점점 쳐지는 그 녀를 세게 잡아 끌었습니다.
그런데 나무 뿌리에 발이라도 걸렸는지 갑자기 그 녀가 뒤로 넘어지는 겁니다.
어깨에 두르고 있던 손에서 힘이 풀려 버렸는지 그냥 툭 떨어지며 그 녀가 넘어가는 걸 보았습니다.
급하게 손을 내밀었지만 그 녀를 잡지 못했습니다.
그 녀가 층계를 구르는 걸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잠시 후 그 녀가 층계 아래 인도에 널브러진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전 순간적으로 나무 뒤로 몸을 숨기고 말았습니다.
잠시 후 그 녀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들더군요.
누군가가 신고를 했는지 경찰도 몰려오고 구급차도 몰려오고...
저는 정신없이 뛰었습니다.
움막 안으로 뛰어든 저는 그대로 숨어 있었습니다.
얼마나 지났는지 주변이 어둑어둑하더군요.
그 칼... 낮에 만든 그 칼... 그 녀의 옷을 찢었던 그 칼이 손에 쥐어져 있었습니다.
어딜 찔렸는지 칼에는 피가 묻어 있더군요.
바닥의 송판 아래로 칼을 쑤셔 넣었습니다.
주머니를 더듬었지만 담배는 없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친구들이 두고 간 담뱃갑이 눈에 띄었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습니다.
그녀가 죽었을까?
그 긴 층계를 굴렀는데 살 수 있을까?
난... 난 그럼 살인자가 되는 건가?
움막을 나와서 올려다 보니 깜깜한 밤하늘에 별이 몇 개 반짝이더군요.
어제 보았던 밤하늘, 그제 보았던 밤하늘...
제가 기억하는 모든 밤하늘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조심스럽게 층계를 내려갔습니다.
그 녀가 굴러 떨어진 흔적은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사람들도 여전히 띄엄띄엄 지나가고 있었고 무엇 하나 달라진 것이 없었습니다.
제 손, 저의 왼손에는 그녀의 보드랍고 봉긋한 젖가슴의 기억이 남아 있었지만, 세상은 그대로였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습니다.
경찰도 오지 않았고, 학교에서 담임 선생님도 절 찾지 않았습니다.
제 손에서는 더 이상 그 녀 가슴의 촉감도 남아있지 않았고 전 그냥 그렇게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었습니다.
봄이 끝나가고 교복도 하복으로 바뀌도록 무엇 하나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정말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일까?
내가 정말 칼로 위협해서 여자를 납치해서 옷을 찢고 가슴을 주무르고... 그렇게 그 여자를 죽게 했을까?
꿈이 아닐까?
그 날 이후 전 그 움막에 가지 않았습니다. 단 한 번도...
여름방학이 시작된 그 날...
뜨거운 태양이 너무도 짜증스러웠습니다.
녹번역에서 친구들과 헤어지고 터덜터덜 걸어가는데 그 층계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천천히 층계를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층계 끝에 있는 나무에 다다르기까지...
제가 그 녀를 잡아 끌었던, 그 녀의 옷을 찢고 가슴을 주무른 흔적은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꿈이 아닐까?
움막...
송판 아래에 손을 넣었습니다.
더듬거리는 손가락에 무언가 날카로운 것이 잡혔습니다.
그 순간 저는 질겁을 하며 손을 빼냈습니다.
꿈이... 아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