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Night's Mistery Club
그 날 이후 며칠이 지났습니다. 전 대리운전도 나가지 못 했습니다.
아내는 제가 마치 무언가 넋이 나간 것 같아 보였는지, 제게 말도 걸지 않고 묵묵히 아이를 돌보고 살림을 했습니다. 제가 소파에 앉아 있어도 그냥 무심히 제 할 일을 하면서 말이죠.
전 그냥 멍하니 그렇게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어제...
문득, 그곳, 녹번동 그 동네엘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철을 탔습니다.
녹번역 삼거리...
아무리 둘러보아도, 그 층계... 규격에도 맞지 않고 울퉁불퉁한... 야산까지 이어진 그 층계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아파트, 상가 빌딩으로 꼭꼭 막아서... 그 야산은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큰 건물들이 들어서기 위해 그쯤 야산이야 밀어버렸을 수도 있겠죠.
그렇다면 저기 저렇게 자릴 잡고 있는 건물들 어디엔가 그 주머니 칼이 묻혀 있을 수도 있겠군요.
생각해보니 그 녀의 차가 서있던 곳, 항상 그 녀를 만났던 그쯤 어딘가가 바로 그 돌층계가 있던 곳인 것 같았습니다.
그동안 무심하게 지나치느라 그 장소가 바로 그 사고가 났던 자리인지 모르고 지나쳤던가 봅니다.
한참을 둘러보다 터덜거리며 걸었습니다.
제가 졸업한 S공고를 지나 불광천을 지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성산대교를 걸어서 건너고 있더군요.
다리가 아픈지도 모르겠고 피곤하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걸어서 영등포까지 갔습니다.
집에 도착했는데 불이 모두 꺼져 있었습니다.
아내와 아이가 자나 싶어서 안방 문을 열어보았는데 아무도 없었습니다.
불을 모두 켰는데 집이 비어있는 겁니다. 시계를 들여다 보았습니다. 11시 20분... 어딘가 외출을 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었습니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받지 않더군요.
망설이다가 처가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역시 받지 않았습니다. 제 부모님도, 아내의 친구들도...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불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밖에 나가 볼까 하다가 일단 집안을 둘러봐야겠다고 맘 먹고 거실부터 훑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 방으로 쓰던 작은 방엘 들어갔습니다. 깔끔한 성격의 아내는 특히 아이 방은 무척 신경을 써서 관리를 하는데 아이 방이 어수선했습니다. 며칠째 제대로 치우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안방으로 건너갔습니다.
화장대 위에 무언가 눈에 띄었습니다. 신문기사를 오려낸 종이 쪼가리였습니다.
내용을 읽어보았습니다.
단신으로 처리된 짧은 기사였습니다.
<00월 00일 밤 11시, 청평호수 양진 나루 선착장 부근에서 승용차가 추락해서 사람이 익사하는 사고가 있었다. 사고 당시 차에는 운전자 혼자 탑승하고 있었으며 안전벨트를 제대로 풀지 못해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음주운전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보이며 자세한 것은 부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신문기사 아래에 아내의 다이어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왜 그 시간에 청평호수까지 갔을까? 술이라면 입에도 대지 않는 사람이 음주운전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지?"
이게... 무슨 일이지?
이 기사가...
이게...
내가...
죽었다고...
말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