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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작 Nov 28. 2015

널 사랑해, 아날로그하게


널 사랑해, 아날로그하게.


음악. 지금은 우리가 멀리 있을 지라도. 김광민


서툼. 기다림. 진심. 배려. 따뜻함. 영원함.

그리고 아날로그.



난 서툴지만 당신에게 솔직하고 싶다.

느리지만 당신에게 진심을 다 하고 싶다.

가진 것이 없지만 당신에게 주고 싶다.

외로운 사람이지만 당신에겐 

따뜻한 사람이고 싶다. 

난 당신 곁에 영원하고 싶다.



#01. 서툴다.

솔직해지고 싶었다.  


"나는... 그러니까 나는.."

"응 뭐."

"나는.. 아니 다른 친구들은..."

"다른 친구들은 뭐."

"다른 남자 동창들은.. 좋은 회사에서 벌써..."

"..."

"그리고 집도.. 결혼 준비도 다했고.. 우린.. 뭐야.."

"..."


결국 비교해버렸다.

3년 전 그날 나는 그에게 내 마음을 전달하기 위한 가장 정확하고 비겁한 방법을 사용해 버렸다. 그리고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여자처럼 카페에 엎드려 눈물 콧물을 다 흘리며 훌쩍이기 시작했다. 그간 끙끙 앓고 있었던 마음을 결국 이렇게 풀어놓은 나에게 속상해서, 또 이런 내 말을 듣고 그가 떠나버릴까 봐 두려워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의 무너진 자존심만큼 우리의 사랑도 녹아내릴까 두려웠다.


그가 엎드린 나의 팔 아래로

티슈 몇 장을 쑥 밀어 넣었다.


"나 봐"

"지금 얼굴 못 들어."

"모자 씌웠으니까 나한테 기대고 나가자."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카페 안의 환한 조명과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밖으로 나왔다.

나오자마자 모자를 끌어내리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가 차가워진 내 손을 잡아주었다.

나는 더 눈물이 나서 그를 꼭 안았다.

그리고 가장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난 너를 사랑해"

"나도, 사랑해"



#02. 느리다.

진심을 다하고 싶었다.


그는 항상 내가 세 마디를 말하면 그제사 한 마디를 말했다. 내가 참새처럼 그날 있었던 흥미로운 일들을 열심히(거의 재연 드라마 수준으로) 말해주면 그는 웃거나 "응, 아."같은 짧은 호응을 하곤 했다. 분명 내 말에 관심 없다는 표정은 아닌데, 피드백이 이렇게 시원찮아서야. 사랑 표현에 관해서도 그랬다. 나는 "자기야 나는 지금 심장이 콩 쾅 콩 쾅 뛰어. 지금 너무나 행복하고, 사랑해." 등의 섬세한 표현이 가능했지만 그는 내가 '언제 말하나 보자~.'라는 뾰로통한 표정을 짓고 나서야 특유의 시원한 미소를 지으며 "사랑해."라고 담백하게 말했다. 이런 대화가 늘 반복되니 나만 애타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아서 힘이 빠졌다. 그런 어느 날 그가 문득 내게 시 하나를 내밀었다.


<단 한 순간 만이라도>


한 순간이라도

당신과

내가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당신도

알게 될 테니까요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 D. 포페



서툴고, 느리고, 가진 것 없고, 외롭지만 그래서 

더 솔직하고, 진심을 다 하고, 

더 주고, 따뜻한 사람이고 싶은 것. 

사랑만큼은 아날로그 하게

당신 곁에서 영원하고 싶다고-


어느새 나와 결혼까지 한 그에게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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