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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코뿔소란

우당탕탕 스무고개

by 하라

내 아이가 말을 배우면 가장 해보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끝말잇기놀이랑 스무고개.


끝말잇기는 아직 무리이지만 스무고개는 큰 아이와 한 네 다섯 고개쯤으로 줄여서 놀이가 가능하다.


내가 몇 가지 힌트를 주고 아이가 맞추기 시작했는데 아이가 말하는 정답의 타이밍을 보며 수위를 조절하면 된다. 처음 시작할때는 정말 단순하게.


ㅡ나는 누구일까요? 나는 목이 아주 깁니다.


이러면 신나서 곧장


ㅡ기린!!! 하고서 목청이 터질듯 외친다 ㅋㅋㅋ


놀이를 계속 할수록 점점 난이도가 높아져가고 그러면서 문득 이녀석이 이렇게나 많은 단어를 알고 있었나 새삼 놀라기도 한다.


요새는 제법 실력이 늘어 입장을 바꿔 아이가 문제를 내고 내가 맞출때도 있다.


물론 아이가 내는 문제는 너무 쉽다. 그러나 나는 일부러 꼭 한 두 번씩 틀린 답을 말한다. 어렵게 문제를 냈다는 생각에 우쭐해하며 신나하는 모양새를 보는게 놓치기 아까운 순간이기 때문이다.


어제는 산책길에 절로 흥이 난 큰 아이가 막 문제를 내기 시작한다.


ㅡ이건 뿔이 있어!


ㅡ그리고 이건 언제든 싸울 준비가 되어있어!



정답은 코뿔소였다.


그런데 정답보다도 '언제든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이라는 부분에서 남편과 나는 빵터졌다.


꼬뿔소에 대한 어떤 기억이 아이에게 늘 싸움이 준비되어 있는 모습으로 남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이다운 참신한 표현에 정말 한참을 웃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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