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1월. 어느덧 1월의 마지막을 향해가고 있다. 무료하든 유료 하든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고, 당연하게도
아직 이룬 건 딱히 없다. 한 달도 되지 않은 지금 뭔가 이뤘다고 하면 대박이겠지만 그런 일은 역시 일어나지 않았다.
조금만 냉정해지자.
그간 24년 23일 동안 나는 무엇을 하면서 보냈는가 말이다.
뭔가 시작을 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아무래도 똥 마려운 똥개처럼 조급함에서 오는 불안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지금의 글을 적는 것처럼 뭐라도 시작이라도 했으니 자기 위안이라도 삼아야겠다. 이 말이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너무 창피하다.
물론 포기했다고 하기엔 아직 많이 이르고, 그런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으니 그것 또한 다행이다.
그나마 위안인 것은 하루도 빠짐없이 독서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틈날 때마다 집에서나 회사서나 책을 옆에 두는 것이 생활화시켰다. 나름의 [루틴]이 생겼다.
결혼하기 전만 해도 독서가 나의 별거 없는 취미 중에 하나였 거만, 아이들 키우고 회사생활에 찌들다 보니 자연스레 책이라는 소재는 처박혀있기 일쑤다.
다시 찾은 이유는 좀 더 나의 미래를 위한 것이다. 가진 거 없는 가난한 가장에게 책이라는 소재는 천금과도 같은 해답 안내서다. 해답이 없어도 괜찮다. 힌트라도 얻으면 엄청난 소득이겠다.
현실적인 여건상 기술을 배우기도 힘들고, 다니는 회사에 멋지고 당당하게 사표를 던지며 어떤 것에 투자를 한다거나 창업을 하기에는 용기도 비용도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괜히 현실을 생각하니 우울하다)
분명 나의 앞날을 좀 더 밝게 해 줄 힌트들이 가득한 그곳에서 시작해 보자.(다행히 집 근처 도서관의 존재는 너무 고맙다)
이제 막 초등학생을 앞두고 있는 첫째, 4살 터울 둘째가 버티고 있는 우리 집.
그들이 자기 전까지 어떤 시간을 배분으로 하루를 대해야 할 것인가?
1. 생각했었다.
독서만이 아니라 가장의 개인 사생활은 아이들이 자기 전까지는 사치라는 것을 말이다.
2. 생각한다.
그 사치라는 것을 해보기로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만 같은 하루를 보낸 후 몰려오는 뒷맛이 영 게운치 않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루틴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거나, 애초에 실현불가능한 욕심 가득한 루틴을 정했는지도 모른다.
하루에서 확정되어 있는 고정 루틴은 빼자(이를테면 자가용으로 출근하는 시간, 업무시간, 퇴근시간등).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지금의 시답잖은 글이라도 쓸라치면, 조용한 시간이면 좋겠다. 온전한 나만의 시간이 허락되는 일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너무나도 간단한 그 시간.
새벽
경험해보니 참 여러 가지로 장점이 많은 시간이다.
나열해 보자.
출근 준비가 여유롭다
회사 지각할 일이 거의 없다
빈 속이 아니라 뭐라도 먹고 출근이 가능해졌다
전날의 일과를 정리할 충분한 시간이 보장된다
조용한 새벽시간은 차분한 마음으로 글을 쓸 수 있어 집중이 잘 된다
남들보다 일찍 시작한다는 은근한 자부심이 생겼다
여기까지가 현재 나의 상황에서의 장점이다.(분명 개인에 따라 더욱 많은 장점들이 존재할 것이다)
물론 충분한 수면을 보장하기 위해 취침 시간을 앞으로 당긴 건 어쩔 수 없다. 하루아침에 2시간이나 일찍 일어나는 습관으로 돌려버린 것은 생각보다 굉장히 힘들다. 근데 아침 딱 5분만 참으면 되더라. 아니 1초 만에라도 할 수 있다. 눈뜨자마자 일단 서 있거나, 화장실을 가거나, 스트레칭을 하면 된다. 움직이면 된다. 그것도 힘들면 답 없다. 단순한 게 답이듯 일찍 일어나는 습관은 별거 없는 본인 의지다.
일찍 일어나기 위해 일찍 자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막상 시작해 보니 초보자에겐 이 또한 잘 지켜지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이미 늦게 자는 루틴이 습관화되어 있는 나에겐 일찍 잠드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큰 마음으로 다짐해야 하는 건 힘들어도 밤에 금방 잠들 수 있도록(강제가 되었지만) 당분간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40대 중반을 향해 달리다 보니, 4~5일만 평소보다 1~2시간 일찍 일어나니 밤에 일찍 잠드는 게 수월 해졌다.
일찍 일어나기 위해 일찍 잠든다는 생각을 가지자.
애들 재우는 시간에 같이 자버리면 그건 그거대로 또 하루가 너무 재미없다. 최소한 아내와는 2~30분이라도 대화하는 것은 정해보도록 하자. 애들이야 마음대로 되지 않는 존재이기에 일찍 잠들지 못하고 놀려고만 하면, 그래서 늦어진다면 그건 그거대로 잘 때 같이 자버리면 그만이다.
나의 루틴에 새로운 방식이 생겨나고, 버려야 할 낡은 것들이 생겼다.
어쩔 수 없이 좋아하는 TV쇼나 유튜브 콘텐츠 같은 건 포기해야 하는 사치가 되었다. 어쩔 수 없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당연한 법이다. 주말에 재방송이나, 자투리 시간에 유튜브 보면 그만이다. 딱히 아쉽운 마음은 들지 않는다.
얻은 게 더 많으니 훌륭한 선택이다.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확보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 확대
시간이 없어서 못한다는 궁색한 변명을(알면서도 수행하기 힘든) 나 스스로 하지 않아서, 시간을 만들어서 한다는 자신감과 자부심이 생겼다.
급한 마음에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실패하고 실망했던 지난 과거의 경험과 추억들이 아련하다.
시간이라는 모두에게 주어진 유일한 존재를 활용함으로써, 나만의 루틴을 만들자.
누구에게나 주어지고, 누구에게나 공평하며, 누구에게나 권리가 주어지는 시간이라는 존재.
그래서 푸념을 할 기회조차 생기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그에 대한 책임은 선택으로 오는 본인에게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