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자의 이야기(7)
평범한 말이지만, 인생은 '공수레 공수거'라고 한다.
살면서 어느 곳에도 욕심부리지도, 집착하지도 말아야 한다. 그저 비어있는 통을 묵묵히 걸어 가야하야 한다.
손에 쥔건 아무것도 없이 떠난다지만,
살아있는 동안 우리의 손은 늘 무언가로 꽉 차 있게 된다.
죽음 뒤에는 손에 쥐던 것들이 드러나고
남겨진 자들은 자연스럽게 그 쥐던 것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한다.
그의 물건을 치워야 하고, 살면서 남겨진 여러 기록들을 정리해야 한다.
흔적 지우기.
살아있는 이들이 해야만 하는 숙명 같은 일이다.
죽은 이의 흔적을 쫓아가다보면 그가 살았던 삶의 민낯이 드러난다.
특히 돈 문제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가 된다.
예상대로 동생의 재정상태는 좋지 못했다.
공수레 공수거라지만, 그는 오히려 빈손이 아닌 마이너스 손으로 가버린 셈이다.
살아있을 때도 빚 때문에 가족들에게 손 벌린 적이 많았다.
그럴때면 번번이 아들의 빚을 해결해준 부모님이 답답했다. 힘들게 번 돈을 고스란히 아들에게 주는 부모님이 가련했고, 그런만큼 동생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아픈 손가락에 더 신경이 쓰이는게 부모의 마음이라는 걸 알기에, 군소리 않고 나도 보태왔었다.
하지만 동생에게는 그 사이 또 빚이 쌓여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그가 자살한 여러 이유 중 하나였으리라 짐작해본다.
그가 떠나고 나서 생각했다.
만약 그 빚을 갚아 동생이 살아올 수만 있다면 그 몇배라도 갚을 수 있을텐데.
마이너스였던 그의 인생을 정리했다.
상속포기 절차는 생각보다 복잡했고, 준비해야 할 서류도 많았다.
이제 그가 살아있었던 흔적은 사라지고 동생은 비로소 공수거로 떠나게 됐다.
살아간 기억, 그리고 남겨진 흔적.
그리고 이를 지워가는 과정.
죽은 이는 전혀 알지 못하는, 그러나 살아남은 이에게는 지독한 슬픔의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