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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르키 Sep 05. 2023

처음으로 아기를 품에 안아 재운 날

연두 7일, 내가 평생 비축한 환대와 사랑의 느낌을 주고 싶다.

출산 일주일째. 엊그제 나를 괴롭혔던 젖몸살이 확연히 나아졌다. 젖몸살을 낫게 하려고 여러 방법을 써봤다. 산후조리원 원장에게 이틀 동안 가슴마사지를 10분 정도 받았다. 눈물이 흐를 만큼 아팠다. 3시간마다 유축도 한다. 어제와 오늘은 새벽 3시, 6시에도 일어나서 유축했다. 몸의 기운이 빨리는 느낌이다. 그래도 유축하면 돌덩이처럼 딱딱해졌던 가슴이 조금은 말랑말랑하게 풀린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아기에게 직접 모유수유를 하는 것이다. 아기를 껴안는 것은 참 좋지만, 아직까진 수유하고 나면 어지럽고 피곤하다. 


오늘은 처음으로 아기를 품에 안고 재워봤다. 아침 9시 반과 오후 6시 반에 각 2시간씩,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서 아기를 내 방으로 보내준다. 아기를 보면, 일주일 전 "응애애" 소리를 처음으로 듣던 때의 희열이 떠오른다. 아직 아기는 웃을 줄 모른다. 지금 웃음은 배냇짓일 뿐, 의미를 담은 웃음은 아니다. 대신에 아기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변을 관찰한다. 혼자서는 고개를 돌리지 못하니까 열심히 눈알을 굴린다. 


나는 아기와 눈을 맞춰본다. 귀여워서 노래가 나온다. 내 멋대로 만든 노래에 노랫말을 붙인다. "연두는 엄마의 모든 것, 엄마의 사랑" "하느님 부처님 감사합니다. 우리 아기 만나게 해 주셔서." 갓 태어났을 땐 거의 없던 갈색 눈썹이 매일 조금씩 자라는 모습이 신비롭다. 내가 평생 비축해 놓은 환대와 사랑의 느낌을 우리 아기에게 전부 다 쏟아주고 싶다.  


유축해 둔 모유를 먹이고 토닥이며 노래를 불러주니 아기가 스르르 눈을 감았다. 내 냄새와 심장소리에 익숙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아기를 재우고도 30분 정도 품에 안고 소파에 앉아있었다. 졸음이 쏟아졌다. 허리도 아프고 어깨도 결리고 자세도 나빠진다. 팔엔 아직 주삿바늘 자국과 산후마사지 멍이 남아있다.  

 

요즘은 TV를 보면서 자주 눈물이 난다. 나는 원래 TV를 별로 안 좋아하지만, 조리원 안에선 마땅히 할 일이 없어서 유축하며 TV를 본다. 아까는 <꼬꼬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의 '흥남부두 철수' 편과 <금쪽상담소>를 보다가 눈물을 흘렸다. 이산가족이 된 사람들, 엄마가 보고 싶다며 우는 금쪽이의 얘기를 보며 나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엄마와 떨어지게 된 아이들의 사연이 가장 가슴 아프다. 모성이란 선천적인 것이 아니며, 강요할 수 없는 것이지만, 우리 아기를 생각해 보면 누구도 엄마인 나만큼 사랑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이미 '너는 나의 모든 것'이라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언젠가 아기도 이렇게 엄마를 사랑하고 애달프게 그리워하겠구나...


윤숙 님이 내게 자주 하던 말이 있다.

"너희들을 내가 꼭 오래 데리고 살 거야. 내가 밥도 다 해먹일 거야. 나는 아프면 안 돼."

젊었던 윤숙 님의 불안함과 의지가 전해져서 어쩐지 짠하면서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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