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과 영감을 찾는 여행가들을 위한 안내서
전주에 위치한 동네서점과 도서관들을 방문하면서 각 장소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연재하고 있는데요. 이번 글은 지난번 예술마을에 들렀을 때 방문한 전주 '서학예술마을 도서관'이지요. 저번 글에서 서학예술마을의 풍경을 스냅에 담았다면, 오늘은 그 마을 안에 있는 도서관을 좀 더 깊이 살펴볼까요!
예술마을에 들어가는 진입로에 바로 위치한 서학예술마을 도서관은 빨간 벽돌로 만들어진 듯한 느낌의 크기는 크지 않지만 아담하고 이쁜 도서관이에요. 바로 근처에는 전주 교육대학교의 부설 초등학교가 있어서 방문했을 시점에는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있었지요. 제가 살고 있는 집 앞에는 유치원이 하나 있었거든요. 어릴 때에는 그 유치원의 소란스러움이 꽤나 불편했었는데,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시끌벅적한 소리를 들으니까 또 참 좋더라고요. 이런 소란스러움이 오늘날 흔하지 않은 풍경이 되어서 그런가 봅니다.
문득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얼마 만에 보는 거지 라는 생각을 해보았어요. 제가 초등학생일 때는 10반이 넘었고 한 반에 3-40명씩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20명 정도 되고 2-4반 정도 있다고 하니까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많은 친구들은 다 어디 갔을까요)
물론 전주의 상황이라 다른 지역은 또 모르겠지만 얼추 다른 지역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네요. 아이들이 도서관과 동네 운동장, 골목마다 북적북적이던 과거의 모습이 떠올라 왠지 모를 그리운 마음과 쓸쓸함이 느껴지더라고요. (놀랍게도 7-80년대가 모습이 아니랍니다) 괜히 코끝이 시큰해지는 걸 느끼며 도서관으로 걸어갑니다.
서학예술마을 도서관은 예술인들이 모여사는 곳에 위치하고, 예술마을도서관이라는 타이틀이 있어서 그런지 기존의 장소와 다른 몇 가지 특징들이 있었어요. 지금껏 들린 도서관중에는 작은 편에 속해서 그런지 한번 둘러보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둘러보다 보니 앞으로 더 자주 오게 될 거라는 강한 예감이 드는 장소였지요. 그럼 하나씩 특징을 소개를 해볼까요!
일단은 다른 도서관에 비해 작은 크기 때문인지 책들과 읽을 공간이 오밀조밀하게 구성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도서관이라는 느낌보다는 서재에 들어온 느낌이었어요. 편안하게 책을 골라서 아무 데나 주저앉아, 또는 쿠션이 몸을 기대고 책을 볼 수 있는 '쉼'을 위한 공간이랄까요. 길을 걷다가 잠시 발의 피로를 풀어갈 수 있는 작은 쉼터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답니다. 딱딱한 책상과 의자보다는 방석과 쿠션, 그리고 누워서 볼 수 있는 작은 마루로 이루어진 독서공간은 예술마을에 있어서 그런지 더 잘 어울려 보였지요.
그리고 예술에 관련한 책들이 무척이나 많았어요. 사진, 미술, 음악 같은 예술을 다루는 책들이 많이 있어서 이런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오기에는 참 좋을 거 같더라고요. 저도 사진을 찍다 보니 사진가에 대한 이야기나 사진에 대한 책, 또는 다른 작가들의 사진들을 보기 위해 종종 도서관을 이용하곤 했었는데 직접 작가나 제목을 알지 못하면 찾는데 한참이 걸렸거든요. 그런데 서학예술마을도서관은 각 책에 그 작가에 대한 내용이나 책에 대한 내용을 짧게 메모처럼 붙여놓아서 쉽게 정보를 파악하고 책을 읽을 수 있었죠.
그리고 도서관 내부의 공간이 사진 찍기에 참 좋더라고요. 아까 서재에 들어온 거 같다고 이야기한 것 기억하시나요? 전체 공간자체가 하나의 작은 집 안에 서재로 꾸며놓은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아서 나중에 집을 이런 식으로 짓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고양이를 기르진 않지만 돈을 열심히 벌어야 할 이유가 생겼네요)
도서관이라는 느낌보다는 작은 카페, 서재, 아이들의 놀이방 같은 느낌이 들어서 참 편안한 느낌을 받았답니다. 큰 통창으로 햇빛이 들어오고 창 앞에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 도서관 앞에 있는 마당에는 꽃이 심길 공간이 있었고(날씨 이슈때문에 아직은 아니었지만요) 계단을 오르면 작은 교실 같은 공간에 오밀조밀하게 놓여있는 책상과 칠판. 햇빛 좋은 작은 창 너머로 펴져있는 책 한 권, 그리고 햇볕이 따뜻하게 비추는 작은 마룻바닥. 참 치열한 삶 가운데 한 송이 꽃을 피우는 것이 예술인데, 그들의 삶을 응원이라도 하듯이 편안하고 정겨운 공간으로 예술마을 내에 이런 도서관이 있으니까 좋더라고요. 공간이라는 것이 사람을 위로하는 곳이라면 이곳은 그 목적을 제대로 달성했다고 봐도 되겠네요!
이곳을 방문한 이들은 또한 이 지역의 공방이나 사람들을 만나러 가겠지요. 지역과 예술가들의 삶을 지원하는 공간으로써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지 않나 싶어서 참 마음에 드는 장소였어요.
서학예술마을 도서관을 돌아보면 볼수록 '쉼의 공간'으로 생각하고 기획하고 조성했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 생각을 좀 더 명확하게 해주는 것들이 있었지요.
예술은 눈으로 보는 것만 있는 게 아니지요. 이곳에는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들이 여기저기 있었거든요. 하마터면 음악가들이 서운할 뻔했죠. 예술이라는 이름아래 다양한 분야의 예술들을 포함하려는 노력들이 군데군데 보여서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참 정이 가더라고요.
참, 좀 충격적인 순간도 있었는데, 시디플레이어 작동법이라고 안내가 적혀있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시디플레이어도 일반사람들에게는 구시대의 흔적이 되어버렸구나 라는 생각에 조금은 슬퍼지기도 했어요. LP감상을 하기 위한 사용법이 적혀있는 걸 보았을 어른들의 마음이 이러했을까요? 고등학교 때 돈을 모아서 mp3가 지원되는 소니의 시디플레이어를 구입해서 음악을 들었던 게 저에게 있어서 참 좋은 기억이었거든요. 좋아하는 가수들의 음악을 잔뜩 잔뜩 넣어서 야간자율학습시간이나 꽉 들어찬 통학버스에서 들으면서 오가던 기억들이 아직도 생생한데, 작동법을 적어놔야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되어버렸다는 게 참 묘하게 생경스러웠지요.
도서관을 톺아보다 보니 건물 한편에는 작은 전시공간이 따로 있더라고요. 주기적으로 전시가 열리는 거 같았는데 서학예술마을도서관의 독특한 특징이 아니었나 싶었어요. 좋은 전시가 있으면 종종 방문해 보고 다뤄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지요.
전체적으로 둘러보고 나서 전시공간을 나오면 도서관 밖으로 이어지게 되는데요. 이 공간에는 작은 마당 같은 공간이 있어서 계절마다 이쁜 꽃들이 피어나는 공간으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어요. 요즘은 날씨가 춥다 덥다를 반복해서 그런지 아직 아무것도 심어져있진 않더라고요.
도서관에 꽃을 심을 수 있는 작은 마당이 있다는 것 역시 예술마을도서관의 독특한 특징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을 해보았어요. (마당은 너무 황량해서 이쁜 꽃이 심어지면 찍어서 보여드리지요)
오늘의 도보방랑 탐방은 전주 서학예술마을도서관이었어요.
예술에 초점을 맞추어서 관련한 책과 공간들로 만들어진 도서관은 예술마을이라는 지리적 특성과 잘 어우러진 도서관이었지요. 작고 아담하지만 넉넉한 공간으로 여행자와 주민들의 '쉼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공간.
예술이라는 것이 영혼의 위로를 위한 것이기에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과, 일상 가운데 작은 휴식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려서 작은 도서관이 전해주는 예술에 관한 이야기들을 편안히 쉬어가면서 즐겨 보는 건 어떨까요! 당신의 마음에도 이러한 여유 있는 공간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며 오늘의 도보방랑 기록을 마칩니다. 행복한 한 주 되세요.
어느 정도 탐방이 끝나서, 저도 잠시 발을 멈추고 마음에 드는 책을 한 권 뽑아서 읽기 시작했어요. '스트리트 포토 파이터'라는 내용의 책이었는데 읽다 보니 너무 마음에 들어서 구입을 하기로 했답니다. 조만간 이 책에 대한 내용도 한번 다뤄볼까 봐요. 처음에는 제목이 끌려서 (제 이야기 같아서) 읽었는데 읽다 보니 내용이 참 좋더라고요. 거리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할만한 책이었어요.
사진 관련한 책들은 전반적으로 가격이 높아서 구매하기가 좀 어려운 부분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보통은 도서관에서 이렇게 책을 보곤 하는데 이번에 동네서점 둘러보기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알게 된 전주시의 책쿵20이라는 사업을 이용해서 20% 정도 할인받은 가격으로 책을 살 수 있어서 지갑과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랄까요.
간단히 설명해 볼까요!
전주시민만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1. 전주시립도서관 홈페이지에 가입 후 로그인
2. 책쿵20 페이지에 가서 원하는 책을 검색 후 선택
3. 수령할 동네서점을 선택하고 신청하기
그러면 카카오톡으로 알림이 하나 오게 된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지정한 서점에 책이 도착하게 되면 다시 한번 카카오톡 알람이 오게 되고 수령하러 가면 되지요. 저도 얼른 가서 책을 수령해야겠네요.
*글에는 넣지 못한 사진들
도보 방랑가의 유랑노트 브런치북이 30화를 마무리로 연재종료되었어요.
30화 이상을 쓸 수 없다는걸 이제 알았네요. 그래서 이제 새로운 브런치북으로 시즌2 시작됩니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