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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싱 Jan 25. 2021

고기보다 오래 살아남은 채식, 양갱

이토록 달콤한 비건


매끈하고 부드러운 모양과 몰캉한 식감, 달콤한 맛까지. 양갱은 세대를 가리지 않고 사랑받는 간식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할머니 입맛의 증표로 여겨지곤 했지만, 지금은 전문 디저트 가게가 생겨날 만큼 힙한 뉴트로 간식이 되었다.

 

양갱을 만들기 위한 재료는 단출하다. 물과 한천, 팥앙금 혹은 녹차, 과일 등 양갱으로 만들고픈 어떤 것이면 충분하다. 설탕은 기호에 맞춰 넣고 원하는 모양의 틀에 부어 굳히면 되니 혹여 모양이 망가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똥 손'도 만들 수 있는 디저트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엔 양갱을 만들었다. 한 해 동안 함께 고생해준 팀원, 종종 식량과 마음을 나누는 따뜻한 이웃, 존경하는 선배,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선물을 하고 싶었다. 이 모두가 좋아할 만한 간식으론 양갱만 한 게 없지. 투명했던 물이 끈적하게 끓어오를 때까지, 눌어붙지 않게 젓고 또 저어가며 올해는 어떤 마음이었나, 또 어떤 마음이 오고 갔나, 생각했다.

 

언젠가 우리나라에서 성공적으로 대중화된 채식 음식 중 하나가 양갱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양갱(羊羹)은 양고기 양, 국 갱을 쓴다. 한자 그대로 '양고기로 만든 국'이라는 뜻으로 고대 중국에서는 양고기 국, 즉 선지와 유사한 형태의 음식을 먹었다고 한다. 승려들은 선지 대신 비슷한 색을 띠는 단팥을 넣어 먹곤 했고, 중국으로 유학을 떠난 일본 승려들에 의해 퍼지며 달콤한 간식으로 통용되는 오늘날의 형태에 이른다. 훌륭한 비건 대체식이다.


“으, 맛없을 것 같아”


언젠가 밥을 먹기 위해 식당에 들어갔을 때 메뉴판 '채식'의 메뉴를 보고 한 지인이 이런 말을 뱉었다. 자신도 모르게 자동반사처럼 나온 모양이었다. 내가 옆에 있다는 걸 알고 바로 뜨끔한 것 같았지만 마음이 좋지 않았다.


어째서 ‘채식’이란 단어가 붙었을 때 맛에 대해 과소평가를 하는지 의아하다. 하긴, 나만 해도 이전에 슴슴한 무 같은 이미지를 상상하곤 했으니까. 하지만 과소평가로 인해 시도조차 하지 않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이유로 어떤 식당은 채식이 가능함에도 굳이 채식 메뉴, 채식 식당이라는 점을 드러내지 않기도 한다. 아랑곳하지 않는 채식인들은 여전히 비건 메뉴와 비건 옵션이 가능한 식당을 부지런히 공유하고 있지만 말이다. 


할 수 있다면 그런 이들에게 “저.. 혹시 양갱 조와해...?”하고 물은 뒤 달콤한 양갱 하나 건네며 경직된 마음을 녹여주고 싶다.


이제 ‘양갱'을 떠올렸을 때 초기의 모습은 상상하기 어렵다. 밖에 나가면 고깃집이 발에 차이고, 인스타그램 피드에는 고기 요리가 끊임없이 쏟아지는 세상에서 원형을 전복한 채식 요리의 존재가 참 반갑다. 그리고 이 반가운 사실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달콤한 채식을 즐기길 바란다. 몰랐던 익숙함을 느끼길 바라고, ‘으-’ 대신 ‘오!’가 먼저 튀어나오길 바란다. ‘채식’ 타이틀이 기어이 기꺼운 존재가 되길 바란다. 아마도 그렇게 될 것이다. 왜냐면 진짜 맛있으니까!

 



팥 양갱 레시피


재료

(모양 틀 한 판 분량, 약 7개)

팥 양갱: 물 200ml, 팥앙금 170g, 한천 5g, 설탕 40g, 소금 2g, 물엿 25g / 팥 밤 양갱: 밤 4알




RECIPE


0. 밤 양갱을 만들 예정이라면 미리 밤을 조리해두도록 한다. 양갱은 생각보다 금방 완성되기 때문에!      

1. 200ml 물에 4-5그램 한천(약 한 스푼)을 넣고 약 10~15분가량 불려준다.

2. 한천 물이 끓는 동안 앙금과 설탕, 소금, 물엿을 계량해둔다.

3. 이쯤 조리가 완료된 밤을 잘게 다진다. 살짝 서걱거려도 좋다.

4. 끓어오르는 한천 물에 계량한 앙금을 풀어주고 눌어붙지 않게 잘 저어준다.

5. 앙금이 모두 풀렸다면 나머지 설탕과 소금, 물엿을 풀고 걸쭉한 상태로 만든 뒤 모양 틀에 부어준다. 밤 양갱을 만들고 싶다면 모양 틀 높이의 반만 채우고 밤 다이스를 올린 뒤 나머지 높이만큼 양갱을 채운다.

6. 냉장고 혹은 베란다 등 차가운 곳에서 3시간 이상 굳힌 뒤 빼내면 완성!


잘라놓으니 그럴듯하다.
최대한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가지고 있는 종이 호일과 깨끗하게 보관해둔 종이 패키지를 활용해 포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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