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타카츠 항에 발을 디디는 순간 낯선 바람이 분다.
험한 파도를 헤치고 도착한 배는 이제서야 속엣 것을 게워내듯 사람들을 꾸역꾸역 뱉어내고 있다.
입국 절차를 밟는데 사람들이 빽빽하게 줄지어 서 있다. 줄이 네 줄로 이어져 있어서 우리는 각자 사람이 덜 선 곳으로 흩어져서 섰다. 입국절차는 꽤 꼼꼼하게 이루어졌다. 여권 사진과 얼굴을 일일히 맞춰보고 안경을 낀 사람들은 안경도 벗어보라고 한다.
나는 7년전 여권을 새로 발급 받았고 얼굴형이 그다지 바뀌지 않았다. 역시 바로 통과.
사람들 틈에 줄지어 서서 여권심사를 받으니 외국에 온 기분이 난다. 심사를 통과하고 나오니 속이 시원하다. 먼저 나와있던 은옥과 수진, 정은과 합류해서 건물밖으로 나선다.
배 한척에 의지하여 망망대해 파도치는 현해탄을 건널 때의 그 두려움과 걱정은 이미 사라져 버렸다.
이 순간 인간이 망각의 동물임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손에 잡힌 캐리어의 휠이 도로에 끌릴 때마다 드륵드륵 경쾌하다. "드르륵 드르륵..." 이 캐리어의 소리야 말로 여행지에서나 들을 수 있는 신나는 울림이지.
항만 주변은 작은 마을로 높고 높은 벼랑위에 지어진 집도 보이고 그 높은 벼랑아래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그리고 터미널 문을 나서자 마자 바로 앞이 주차장이다. 우리를 태울 대형 버스에 캐리어를 넣고 가이드를 따라 나섰다. 일본에 도착한 후 첫 식사를 하러간다. 무척 배가 고팠다. 주차장 옆 횡단보도를 건너 색색의 꽃을 피운 화분들이 즐비한 커피숍을 지나고 예쁜 그림으로 메뉴를 그려놓은 스파게티 식당을 지나고 자판기점을 지나고..골목안쪽, 일본 사람이 운영하는 일본식 식당으로 안내되었다.
우리 팀은 총37명
입구에서부터 이게 바로 일본의 정체성이지 싶은 건물이 나타났다. 그러나 밖에서와 달리 실내는 문을 들어서자 마자 어둡고 좁다.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곧장 이층으로 향한 좁은 나선형 계단을 올랐다.
우리는 3층으로 안내받았다. 2층엔 이미 다른 손님들로 만원이었다. 다다미방들.
3층엔 낮은 천정 아래 역시 다다미 방이었고 이미 우리가 먹을 음식이 다 준비되어 있었다. 다다미방은 매끈매끈하고 시원했다.
개인 별 총5개의 초밥과 우동 한 그릇. 엥~ 이것으로 배가 찰까? 싶었으나 우동국물까지 싹싹 비우고 나니 포만감은 없었지만 기분좋게 허기를 채운 느낌이 들었다.
좀전 까지 울렁거리던 배안에서의 그 불편함을 우동 국물이 씻어주는 느낌이랄까. 특히 종이 그릇아래서 불이 지펴져 먹을 수록 우동이 따끈따끈해서 좋았다. 처음엔 데일 듯 뜨겁던 국물이 점점 식어버리는 한국식 우동과는 다른 점이다.
사진에서 보면 한국식 우동과 다를게 없어 보이지만 보기와 달리 정말 맛있었다. 면발은 쫄깃거렸고 국물은 시원하고 감칠맛이 나면서 고춧가루를 추가할 경우 맛이 칼칼했다. 나는 속이 미슥거렸기 때문에 고춧가루를 넣어먹었다. 생선 초밥은 달랑 하나뿐이었지만 생선이 탱탱하고 싱싱했다.만족.
식후 버스 주자장으로 걸어서 마을 안까지 깊게 들어온 바다쪽을 걸어보았다. 리아스식 해안이다보니 잔잔한 물결이 호수 같아 보이기도 하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우리 차에 탄 일행들 중에 중년의 남자 네 명이 있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그 바다를 강이라고 주장했다가 가이드에게 핀잔을 들었다.
이제 다음 코스는 만제키바시 다리란다. 여기서 총 한시간 반이 걸리는 거리다. 이제 든든하게 배를 채웠으니 실컷 이 시간을 누려야지.
대마도를 여행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낯선 이 곳에서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 많아지기를....
언제나 떠나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던 시간들을 보상받는 시간이 되기를.....
어디로 가야할지. 정말 갈 수 있을지 망설였던 시간들과 외로웠던 순간들을 불러보며 위로받는 시간들이 되길 바라며 버스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