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것은 모두 제가 지어낸 이야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직장내 괴롭힘 가해자가 2년 동안 피해자의 SNS를 염탐하며 피해자의 게시글들을 전부 아카이빙하고 있었다면? 피해자 SNS를 뒤져서 피해자 입사 2년 전 SNS 게시글로 블로그의 존재를 알아냈다면? 블로그를 운영 중이라는 걸 알고 열심히 검색을 돌려서 결국 피해자의 블로그를 찾아냈다면? 피해자의 SNS와 블로그 주소를 동료 직원들과 공유했다면? 블로그 게시글들도 아카이빙 했다면? 본인 SNS와 블로그가 소문이 난 것도 모르고 있던 피해자가 퇴사를 앞두고 퇴사일기를 작성했다면? 근데 그 퇴사일기에 괴롭힘 당했던 일화들을 적었다면? 그래서 가해자의 가해사실이 회사에 소문이 쫙- 나버렸다면? 그렇지만 피해자는 문제제기 없이 조용히 퇴사해줬다면? 근데 피해자가 퇴사하고도 가해자가 피해자의 SNS와 블로그를 계속 감시했다면? 그러다가 내 평판이 박살이 난 건 전부 네 탓이라며 변호사까지 선임해 피해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면?
이러면 정~말 무섭겠다 그쵸? 허구의 이야기라 참 다행입니다.
이 이야기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다행히 가해자가 고소장에 자백이나 다름없는 말을 써놔서(피해자가 쓴 게시글 내용이 전부 고소인(가해자)과 있었던 상황을 적은 거라, 글을 읽자마자 고소인 얘기라는 걸 알 수 있었대요. 그렇지만 피해자의 게시글 내용은 전부 허위사실이래요.), 피해자는 처벌을 받진 않을 것 같아요. 고소인을 특정할 수 있는 말을 적어놓질 않았으니 특정성부터 성립이 안 되고, 고소인의 바람과는 달리 허위사실은 하나도 적은 게 없고, 글을 적을 당시에 고소인을 비방하려는 의도도 없었거든요. 그냥 소수의 이웃 블로거나 좀 읽어보겠거니 하고 적은 글이었으니까요. 회사 사람들이 블로그까지 추적해올 줄 누가 알았겠어요?
경찰서에서 연락을 받고 나서 고소장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청구가 인용되어 고소장을 확인하기 전까지 두려움에 떨던 피해자는 막상 고소장을 읽고 나서는 안심했답니다. 아무에게도 알려준 적이 없는 블로그가 어떻게 소문이 난 건지 피해자도 정말 궁금했었는데, 고소인이 친절하게 적어주었더라고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블로그를 알아냈으니, 소문이 난 건 내 잘못이 아니었구나! 싶어서 정말 안심이 되었대요. 그래도 혹시 몰라 만 원을 내고 변호사랑 전화상담 15분을 했는데, 나름 업계 탑 변호사님이 법적으로 해결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라고, 변호사를 선임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네요.
피해자는 고소장을 읽고나서 실망도 많이 했답니다. 고소장에는 피해자에 대한 허위사실이 가득했거든요. 근태가 불량해서 다수의 상사에게 지적을 받았고(단 한 번의 지각도 하지 않았는데, 아무에게도 근태 지적을 안 받았는데), 업무능력이 현저히 부족했고(그렇다기엔 근무평정 점수가 좋았는데), 근무시간에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교육부서에서 들으라고 해서 억지로 들은 직무교육이었는데)와 같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 말이에요. 거짓말로 가득한 고소장을 보고나서야 피해자는 깨달았답니다. 사실은 그 가해자가 피해자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짜치는’ 사람이었던 거예요. 피해자는 친한 지인들에게 괴롭힘 때문에 힘들다고 하소연하면서도 항상 그래도 가해자가 일은 잘한다고, 일로는 배울 점이 많다고 칭찬을 하고 다녔었는데... 고소장 꼬라지를 보니 일을 잘한다는 건 다 착각이었을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가해자를 칭찬하고 다녔던 자신이 창피하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가해자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비싼 돈 들여서 변호사 선임해서 고소를 했는데, 피해자가 처벌받지는 않을 거 같아요. 전부 본인이 초래한 일인데, 자기객관화가 안 되는 사람이니 억울해서 미쳐버릴까요? 피해자는 과연 가만히 있을까요? 마음 같아서는 무고죄로 고소하고 싶지만, 그렇게까지는 안 할지도 모르겠네요. 피해자는 이번 일로 알게 되었답니다. 반성할 줄 모르는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걸요. 가끔 보면 본인 잘못은 전혀 인정하지 않고 모든 원인을 타인에게 돌리는 그런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에게는 변화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피하는 게 상책인 거 같다네요. 죄를 지으면서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끼면 다행인데, 그것조차 안 되는 사람들은 뭐... 갱생의 여지가 없죠. 다른 사람을 칼로 찌르면서도 내가 쥔 칼 앞에 네가 서 있는 게 잘못이라고 말하는 그런 사람들은, 그냥 상대하지 않는 게 정답이겠죠.
그렇지만 바라봅니다. 언젠가 기적처럼 본인의 잘못을 반성하는 날이 오기를. 그런 날이 오지 않으면 가해자가 너무 불쌍하니까. 평생 억울해하면서 사는 것보단 본인 잘못을 후회하는 게 더 낫지 않겠어요? 일단 나는 그렇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