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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명희 Apr 11. 2022

모두 다르다. 하지만 같다

PIDA Cambodia  시민교류_반티에이쁘리업, HRTF, 3SPN

"장애인이 반티에이쁘리업에서 생활하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반티에이쁘리업 교장, 츠렉부다, 2018

“캄보디아에 사는 장애인들은 부끄러움, 두려움이 많습니다. 그런데, 반티에이쁘리업에서 함께 생활해 본 경험이 있는 장애인들을 삶의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우리학교에 입학하면, 직업훈련뿐 만아니라 시장보기, 요리, 청소등 등 공동체 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도움을 받아야 할 장애인보다는 생활인으로서 반티에 살게 됩니다. 나의 삶에 필요한 일을 직접 해내면서 자신을 믿게됩니다.”

 반티에이쁘리업에서 처음생길 때부터 20년 넘게 일해 온 반티 교장선생님, 츠렉부다(Chrek Vuthda)의 대답이었다. 1990년대 반티 초기에 지붕만드는 것부터 함께 해왔던 교장선생님은 2018년에도 그자리에 계셨다. 말주변이 없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는데, 말수는 적으셨어도 캄보디아 장애인에게 직업훈련학교 반티에이쁘리업의 의미를 명료에게 전달해 주셨다. 반티에이쁘리업(이하, 반티)는 캄보디아 내전 이후, 난민캠프에서 구호활동을 하던 예수회가 1991년 설립한 장애인직업훈련학교이다. 설립초기에는 캄보디아 전쟁으로 인해 후천적 장애를 입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나, 2018년 교류단이 방문했을 때에는 정신지체를 포함한 다양한 장애인들이 함께 그룹별로 한 집에 살며 살림을 꾸리고, 직업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고 있었다. 


반티의 책임자로 계시던 권오창 신부님을 만났다. 반티에 특별한 시설이 더 갖춰진 것도 아닌데, 마을살면서 아무것도 못하던 장애인이 반티에 와서 살림을 어떻게 할 수 있는 지 물었다. 권오창 신부님은 같은 장애가 있는 사람만 모여 있는게 아니라, 각기 다른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함께 살면서 자기 가진 역량에 따라 맡은 부분을 해낸다고 했다. 반티의 장애인 한 명 한 명은 분명 혼자 삶을 이어나기에 어려움이 있지만, 한 집에서 부족한 부분은 서로 도우며 살면 삶은 가능하다는 것을 배운다고 했다. 문득 직업훈련 보다, 이것이 반티가 사람을 성장 하게 만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티에이쁘리업 책임자, 권오창 신부, 2018

장애인 뿐만이 아니다. 사실 사람은 혼자 살수 없다. 그런데 돈만 충분하면 돈으로 물건과 서비스를 사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 한다. 그러나 그 역시 그 돈을 받고 나에게 필요한 일을 해줄 사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돈이 부탁과 설득, 협력을 요청하는 일- 즉 다른 사람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는 과정을 생략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자주 돈 뒤에 숨어 사람에게 아쉬운 소리 하기를 꺼린다. 자기 자신을 작아지게 만들기 때문일까? 내가 한 일에 돈을 제대로 요구하고 받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돈 만큼  진심을 담은 요청의 말이 필요하다. 


권신부님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도 반티에 입학해서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들을 서로에 기대서 해나가는 법을 경험하고 배우고 싶었다. (하면서, 나는 여기 머무는 것 공짜가 아닐텐데, 얼마면 될까 생각하는 얕음. 돈으로 생각하는 버릇은 고쳐야 한다. 흐흐.)  내가 반티에 살아보고 싶었던 이유는 내가 못하는 것-누군가에게 기분좋게 부탁하기, 협력을 요청하기-을 채우기 위함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혼자서 안되던 일을 함께 만들어 갈 때, 내가 다른 사람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는 괜찮은 사람이란 것도 느끼게 될 것 같았다. 권오창 신부님의 말씀대로다. 함께 서로 도우며 사는 것은 자기를 귀한 존재로 여기게 되는 비결이 되겠다. 


수업과 일이 끝나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학생들, 반티에이쁘리업



모두 다르다. 하지만 같다. 

반티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모습에, 며칠 전 방문한 HRTF와 벙꺽호수 주변 마을 여성들의 얼굴이 겹쳤다. 상황과 입장은 다르지만, 서로 존경하고 존중하며, 혼자는 감당하기 어려움으로부터 서로를 지키며 사는 것이 같았기 때문일까?  HRTF는 이제는 땅이 되어버린 벙꺽 호수에서 토지보상운동을 벌이고 있는 단체다. 벙꺽 호수 주변에 살던 주민들은 정부가 벙꺽 호수와 주변부를 토지개발회사에 팔았을때, 하루아침에 자신의 집에서 쫓겨나가거나, 80만원정도의 적은 돈을 받고 집을 넘겨주어야 했다. HRTF의 안내로 호수 주변에 남아 정부를 상대로 운동하는 어머니들을 만났다. 인터뷰를 한 할머니 중 한 분은 이제는 평화적으로 시위하고, 정부에 목소리를 내는 데 자신이 생겨, 다른 지역에 비슷한 이슈가 있을 때 연대투쟁을 가서 지원하기도 한다고 하셨다. 세상에 목소리를 내본 적이 없는 할머니에게 과연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을까? 할머니는 자신의 주거지를 되찾기 위해 자기가 어떤 것을 할 수 있는 지 알았고 행동했다. 또, 자신을 위해 행동하고 난 뒤,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찾아가 연대했다. 


1화에서 말했듯이 발전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불안함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면, 큰 건물과 시설 지원도 중요하지만, 거기에서 한 발 물러나 더 자신과 다른 사람이 꼭 같이 귀하다는 것을 알고 서로 나누는 삶, 공동체의 가치를 체감하도록 돕는 것 또한 발전한 나라 한국이 다른 나라를 돕는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원조, 그러니까 돕는다는 말보다 다른 말을 쓰고 싶어졌다. 우리모두가 지구라는 공동체의 일원이라고 생각하고 존중하고 존경하며, 상대의 어려움에 함께 힘을 보탤 수 있는 것은 보태면 좋겠다. 내가 쓴 이야기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라타나끼리에서 댐건설로 수몰된 마을에서 만난 청년들(관련내용), 벙꺽호수가 매립되고 강제퇴거에 대항해서 투쟁하던 HRTF 어머니들, 그리고 반티의 청년들은 사는 지역, 처한 환경만큼이나 모두 다르다. 하지만 인터뷰 중에 이분들이 원하는 것은 같았다.  공감이었다. “한국에 우리 상황을 제대로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어려움을 알고 한국국민들이 우리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함께 목소리를 내주면 좋겠어요.” 였다.




반티에이쁘리업(Banteay Prieb)은 캄보디아 난민캠프에서 구호활동을 하던 예수회가 내전 이후 설립한 장애인직업훈련학교이다. 설립초기에는 캄보디아 전쟁으로 인해 후천적 장애를 입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나, 2018년 교류단이 방문했을 때에는 정신지체를 포함한 다양한 장애인들이 함께 살며, 삶의 필요한 기술과 돈을 벌기 위한 직업기술을 배우고 있었다. 캄보디아가 경제적으로 발전해가고는 있으나,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태어난 마을에서 제한 적으로 살며, 장애인을 위한 보장구나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비장애인들처럼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힘들다. 반티에이쁘리업은 이러한 장애인을 세상밖으로 나오게 하여, 1년-2년 공동생활을 하면서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 장애인이 자립적으로 세상을 살 수 있도록 돕는다. 반티에이쁘리업은 정부의 토지개발 정책에 따라 학교부지반환의무로 30년간 학교가 자리잡고 있었던 껀달지역에서는 2020년 마지막 졸업생을 배출하고, 2021년 작지만 새로운 터전을 잡아 새로운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Housing Rights Task Force (HRTF)는 2003년 초 프놈펜에서 강제 퇴거와 주택 권리 보호에 관한 집회에참여한 것을 계기로 캄보디아 국내·외 개인과 NGO들의 비공식적인 연합체로 설립되었다. HRTF는 강제 퇴거의 구체적인 사례를 해결하기위한 접근법을 논의했으며 참여자들은 이러한 퇴거에 영향을 받는 공동체에 대해 다양한 종류의 지원을 서로 해나가기로 약속 했다. 2009년 말 캄보디아 내무부 (Ministry of Interior)에 비정부기구 (NGO)로 정식등록 했으며,  프놈펜에서 강제 퇴거 위기의 가정을 보호하기 위한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3S Protection Network
3SPN은 3S 지역의 3개의 강(Sesan, Srepok, Sekong)에 건설되는 댐이 지역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지역주민에게 알리고, 댐 건설 반대 운동을 벌일 수 있도록 지원한다. 더불어 건설 과정에서 받을 수 있는 보상들을 피해주민의 입장에서 더 합당하게 조정하고, 댐 건설 계획을 대안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Ratanakiri, Stung Treng Province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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