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온통 버터 생각뿐이야
24.12.10 14:38 씀
돌아가는 자전거 바퀴에 엉덩이가 덩실거린다
모카포트에 묻은 커피 얼룩 옆에 뽀드득하게 닦인 그릇들
그 사이를 파고드는 건 스캣, 끝없는 스캣이다
후루룩 말아먹는 건 문장
그리고 멸치국수 한 그릇뿐
곧 청귤처럼 푸르스름하고 달콤한 저녁이 올 거야
네가 말한다
양파 껍질이 바스러지지 않도록
실고추가 흰 죽에 떨어져 없어지지 않도록
가지볶음이 기운 없이 식지 않도록
투명한 얼굴을 하자 올리브유를 챙기자
둥그렇게 그어놓은 경계선을 사뿐사뿐 걷자
-네가 춤을 춘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네 옆에 앉은 이가 말한다
이래 봤자 바뀌지 않는다고
왜
그는 온통 버터 생각뿐이야 고소한 거 미끌거리는 거 부드러운 거 안아주기만 하는 거 살 찌우는 거 밥을 마다하는 거 없어도 되는 거 황금빛이 나는 거 표면도 속도 매끈한 거 녹진한 거 촉촉한 거 녹기 쉬운 거 계속 생각나는 거
밥 먹자-네가 말한다
그렇지만
밥 먹자
나는 빈 밥그릇을 두 개 꺼내어 밥솥 앞에 두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 이후에 네 문장을 네 옆에 앉은 이가 집어삼켰는지
버터 바른 빵 냄새가 부엌에 가득했는지는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