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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에 햇살을 채우면
30화
수영장에 햇살을 채우면
24.12.19 16:16 씀
by
프로이데 전주현
Jan 3. 2025
깜빡 잊고
물을 채우지 않은 수영장
바닥에는 정사각형 타일과 타일이 가득하다
타일과 타일을 이어주는 실리콘에서 쩌걱쩌걱
마른 소리가 난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다른 걸 채우자
다른 거라니
햇살은 어때
그 따가운 걸 무엇하러
수영장에 햇살을 채우면 빛이 가득 들어찰 거야 그러면 물 없이도 일렁일 수
있겠지 흔들릴 수 있을 거야
그때 우리는 실리콘 선 위에서 두 팔을 좌우로 벌리
겠지
평균대 위를 걷는
소녀와 소년처럼 행동이
조심스러워질 거야
흔들린다는 건 불안정하단 거잖아
불안정한 건 살아있단 거잖아
살아있단 건 무엇이야
선 위를 걷는 소녀와 소년이, 같은 방향을 걷느라 눈이 마주칠 리 없는 소녀와 소년이, 서로의 표정을 짐작하는 거지
그 두 사람을 따라
평균대 위에 오르는 우리가 있는 거지 떨어지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타일과 타일 위를 걷는 새가 되는 거지 그렇게 날아오르는 거지
깜빡 잊고 물을 채우지 않은 수영장
위로는 끝없는 파랑이 펼쳐있다
이음새 없이 넓디넓은 천장에서 첨벙첨벙
충만한 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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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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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데 전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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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다 버린 구원을 너와 함께 주워오고 싶다
저자
지음지기의 쓰는 사람. 독일어 강사이자 문장 수집가, 스크랩북 메이커. 라디오와 함께 하는 일상과 평생 외국어를 공부하는 인생을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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