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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 또 어디 갈까?

여행 그 후

by 프로이데 전주현 Dec 15. 2024

오키나와를 다녀온 이후, 만나는 친구들마다 여행이 어땠냐고 물었다. 이것저것 잔뜩 섞여 있는 여행지라고 오키나와를 소개했다. 그때마다 찬푸르를 설명했고 오키나와의 역사를 짧게 전했다. 여행지에 관한 인상을 나눈 뒤에는 여행을 함께 다녀온 이들에 관한 썰을 풀었다. 주로 사자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이야기를 듣던 친구들은 하나같이 "역시 쉽지 않아." 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부모님과 정기적으로 여행을 다녀오는 한 친구는 "자녀와 여행할 때 하지 말아야 할 것 십계명이었는데 엄마, 아빠가 잘못 알아들으셨는지, 지켜야 할 십계명이라고 받아들이시더라고?" 하면서 어깨를 토닥였다. 이제 막 유부월드에 진입하여 시부모님과의 여행을 앞두고 있던 또 다른 친구는 근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고, 이미 겪어 볼 것 다 겪어본 유부월드 선배는 미간을 잠깐 찌푸렸을 뿐 우아하게 커피를 마셨다.


언제까지나 여행지에서의 일만 꺼내면서 지낼 수도 었다. 가을의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체크리스트의 처음과 끝을 하나둘씩 지워나가는데 집중하며 지냈다. 써야 할 글, 쓰고 싶은 글을 섞어가면서 썼고 독립출판 제작자로서 북페어에도 몇 번 참가하며 독자들을 만나러 다녔다. 시부모님을 뵐 일도 좀처럼 없었다. 남편이 이따금 거는 안부전화가 전부였다.


그래도 어쩌다 짬이 나긴 했다. 오키나와에서 다녀온 지 한 주 정도 지났을 때, 여행을 다녀왔던 넷이서 통화를 했다.


"안녕하세요."


먼저 통화하고 있던 남편과 시부모님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러자 저너머 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유, 우리 새아기!"


허허, 참. 여독은 다 푸셨는지, 일교차가 큰데 감기에 걸리시진 않았는지, 의례적인 대화가 오갔다. 그러다 갑자기,


"우리 다음엔 또 어디 갈까?"


사자가 한껏 기대에 부푼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마치 짜기라도 한 듯, 남편과 나는 침묵했. 맞장구치는 목소리가 없자 화제가 넘어갔다. 통화를 마치고 나서 남편과 나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회심의 눈빛 교환이었다.


"여지를 줘선 안돼."

"그럼. 확답은 나중에 드려야지."

"다음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게 귀여우시네."

"우리 아빠가 좀 귀엽긴 하지."

"그래서 미워하 못하겠어. 치명적이야."

"하이에나로서의 사명을 잃지 마. 봐주면 안 돼."


소리 없는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여행지도, 마음도, 모든 게 찬푸르였던 오키나와에서의 3박 4일이었다. 다음이 있을지 불확실한 그 여행을 기약하며, 사요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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