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하며
19개의 장으로 단순히 정리되기는 했지만, 사실 이 프로젝트는 코로나기간에 시작해서 약 3년간 진행되었던 프로젝트이다.
당시 관광업계 뿐만 아니라 대면이 필요한 직업에 종사했던 대부분 사람들이 생업을 잃었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간 지나갔던 많은 직업 중에서 관광통역안내사라는 직업이 나와 가장 성향에 맞았고, 비수기의 기간에 또 다른 나의 자아실현이 가능하였기 때문에 더욱 애착이 많이 갔던 직업이라서 마음의 상처가 컸다. 관광업계에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직장인이 되었고, 나도 그랬다. 문과출신인 내가 어찌어찌 IT업계에 들어가서 PM까지 하긴 했지만 항상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을 꿈 꿨다. 단지 그때와 같지 않았던 것은 이 업계가 언제든 외적인 이유로 문이 닫혀 버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체득하게 된 것이다.
생업은 관광통역안내사, 하지만 원래는 작가가 되고 싶었던 나는 두가지를 결합할 수 있는 방향을 생각해보았다. 한국의 가이드북이 지역기반이 아니라 문화나 생활양식을 기반으로 제작이 되면 어떨까 생각했고, 영어를 쓰는 많은 국가들이 한국의 불교문화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기억했다. 템플스테이등을 체험을 많이 하지만 의외로 사찰문화에 대해 정리해놓은 가이드북은 없었다. 따라서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불교를 컨셉으로 한 가이드북을 제작하고, 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드는 생활비와 제작비용은 직장생활로 대신하기로 하였다.
불교관련 가이드북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전해들은 동갑내기 가이드 희진이는 직접 조계종에서 수업을 들을 때 받았던 사찰 예법책을 전해주었다. 제주도에 계신 현동학 관광통역안내사님께서 불교문화사라는 책을 추천해주셨다. 인도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던 언니는 흔쾌히 지금은 구하기 힘든 불교의 고 서적들을 지원해주었다. 조현섭교수님께서 소개해주신 가섭스님께서 부처님의 생애부터 읽어보라며 단 한권 보유하고 계시던 책을 건내주셨다. 마지막 어떤 여행사에서 타종교와의 비교가 가능한 책을 보고 냉큼 샀다. 생각을 하니 여러 지원들이 이어졌다. 2년여간 어찌 어찌 경전을 제외한 약 20여권의 책을 읽었다.
여행 가이드북이기에 외국인이 자주 가는 사찰들로 17개 정도의 템플스테이를 했다. 운이 좋게도 코로나시절에 직장을 잃은 관광업계 종사자에게 제공하는 무료 템플스테이를 진행하기도 했고, 갔다가 좋았던 사찰에서 부모님과 같이 신청할수 있는 이벤트도 진행해 어머니랑 같이 템플스테이를 하기도 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규모와 종단의 사찰에는 친구와 같이 가기도 하고 혹은 자원 봉사를 하기도 하면서 3년을 지냈다. 나에게 책을 제공해주시는 친절한 스님도 만나기도 하고 조용히 친해지는 시절인연들도 생겼다. 사찰들은 각각 자신이 가진 고유한 매력이 있었고 나만 갠소하고 싶은 사찰이 생기기도 했다. 어느 한 순간도 소중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어떤 인연들은 아직 소중히 이어가는 중이다.
경전은 혼자서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현재의 생활과 연결된 교리를 듣고 싶어 정토회 불교대학에 들어갔다. 코로나시절이라 즉문즉설로 유명한 법륜스님을 실제 뵐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이해하기 쉽게 기초 불교공부를 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흩어져 있던 이야기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었고 현실적인 예들로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설명할 거리를 만들 수 있었다. 붓다는 멋있는 사람이었고, 그의 생각을 쫒아가기는 쉽지 않아보였다. 그렇기에 성인이구나 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누군가 나에게 불교신자냐고 물었다. 나는 붓다를 멋있다고 생각하고 그의 말을 존경할 만해서 공부는 하고 있지만 신자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나에게 ”그게 불교 신자예요“라고 대답했다. 남에 의탁하지 않고 스스로 수련하여 깨달음을 얻는 종교 불교. 붓다의 세계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