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arsaxlokk과 골든 베이
마샤쉴록Marsaxlokk
발레타에서 81번 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30여분 가면 바닷가 마을이 나온다. 일요시장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눈치껏 사람들이 내릴 때 따라 내리면 그곳이 마샤쉴록Marsaxlokk, 바다 내음을 안은 바람이 코끝에 와 닿는다. 원래는 일요일 새벽부터 열리는 어시장으로 시작해 오전에 파장하는 모닝 마켓이었지만 지금은 돈으로 살 수 있는 모든 것을 판매하는 시장이 되었단다.
버스에서 내리라는 눈짓과 미소를 보내며 노부인이 우리를 일으켜 세우고 버스에서 내리더니 바닷가 방향을 알려준다.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 정도였지만 버스에서 내리는 현지인들의 행렬을 보면 이미 모닝 마켓은 아닌 듯, 그냥 하루 종일 시장이다. 해안을 따라 두 줄로 장이 서 있는데 파장을 서두르는 상인들도 눈에 보이고 어떤 이는 떨이라며 남은 참치와 홍합, 새우 등을 싸게 사가라고 손짓한다.
파는 과자와 빵의 종류는 얼마나 많은지, 365개의 교회가 있는 몰타에서는 1월과 2월을 제외하고는 전국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축제가 있다고 한다. 주로 성인들을 기리기 위한 축일에서 발전한 축제일에 먹는 과자와 빵의 모양과 재료가 서로 다른 것이다. 과자구경을 하고 있자니 배가 더 고파진다. 일단 점심을 먹어야겠다. 마샤쉴록에서 지중해 시푸드를 먹으려고 얼마나 기다렸던가. 뒤에는 오 마이 갓, 황홀하리만치 많은 레스토랑들이 들어서있다.
레스토랑들의 메뉴들을 구경하면서 골랐지만 대부분 메뉴가 비슷하고 손님들도 많다. 어디든지 들어가도 좋을 것 같았다. 게다가 가격도 너무 좋다. 2인에 20유로 하는 오늘의 메뉴를 시키니 홍합과 새우 등을 섞은 푸짐한 해산물들과 화이트 와인 등이 곁들여 나온다.
마샤쉴록은 여행을 오기 전부터 몰타에서 내게 가장 흥미를 끌었던 지역이다. 바닷가 마을로 발레타까지도 지도상으로는 멀지 않을 것 같고(와서 보니 멀다), 공항도 가깝고, 먹을 것도 많고, 숙소도 좋고, 그래서 숙소를 예약할 장소로 슬리에마와 마지막까지 줄다리기를 했던 곳이었다. 슬리에마에 숙소를 잡은 일은 잘한 일이 되었지만, 작은 섬에서 그냥 잘 먹고 쉬고 오자는 생각이 강했다면 마샤쉴록을 선택했을 것이다.
‘몰타의 눈’그리고‘호루스의 눈’
슬리에마와 비슷하게 바다는 호수 같은데 크루즈선이나 요트 대신 알록달록한 어선들이 바다를 수놓는다. 시장에서 느껴지는 삶의 활력까지 더해서 이곳은 생동감으로 넘치는 곳이다. 몰타에는 전국에 가졸라와 타워 등을 세워 경비를 보는 초소들이 참 많다. 특히 가졸라에는 ‘눈’과 ‘귀’가 새겨져 있어 적의 침입에 대비한 몰타인들의 마음가짐을 나타낸다. 나는 그 ‘눈’이 수상했다. 그것은 이집트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호루스의 눈’이 연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곳에 오면서 가장 먼저 했던 일은 해안에 떠 있는 어선들의 눈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이곳의 어선인 전통 배 Luzzu에는 뱃머리 아래를 보면 두 개의 눈이 붙어 있다. 고조의 Mgarr항에서 전통어선인 루쯔를 설명한 것을 읽어보니 악마의 눈이라고 적혀 있었으며 몰타에 대한 책을 썼던 어떤 이는 그것을 오시리스의 눈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어부들이 열심히 장식하는 그 아름다운 눈은 액운을 물리치고 고기를 많이 잡게 해달라는 지극히 주술적인 의미의 상징인 그 눈은 분명 ‘호루스의 눈’이었다.
호루스는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인물로 오시리스와 이시스의 아들로 파라오를 상징하기도 한다. 호루스는 아버지 오시리스를 죽인 삼촌인 세트를 홍해로 던져버리고 승리했지만 왼쪽 눈을 세트에게 뽑히고 말았다. 그러자 지혜의 신 토트는 달의 힘이 깃든 왼쪽 눈을 호루스에게 선물한다. 그리하여 태양을 상징하는 오른쪽 눈과 달을 상징하는 왼쪽 눈을 가진 호루스는 이집트의 낮과 밤을 모두 지킬 수 있는 힘을 갖춘 파라오가 되었다. 그러므로 호루스의 눈은 이집트 파라오의 왕권을 상징하는 문양이다. 고대 근동지역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이집트의 문화는 페니키아의 상인들을 따라 지중해와 메소포타미아 지방으로 퍼져 나갔으며 호루스의 눈은 밤낮으로 액운을 쫓는 문양으로 사용하면서 뱃머리에 그려 넣는 용도로 사용 되었다. 이집트에서 호루스의 눈은 생활 속에서 많이 사용하는데 특히 장식품으로 많이 사용된다.
터키에서도 ‘악마의 눈’이라는 전통 부적인 나자르본주Nazar Boncugu를 많이 볼 수 있다.
마샤쉴록은 1565년 몰타 공방전에서 오스만 군이 상륙하여 발레타 쪽으로 진군했던 곳이며, 1798년에는 나폴레옹도 이곳으로 상륙하여 성 요한 기사단을 몰타에서 쫓아냈으니, 다른 곳에 비해 깎아지른 절벽도 없고 완만한 경사를 가지고 있어 대대로 살기 좋은 어촌은 적들이 들어올 수 있는 대문 역할을 한 것이다. 여전히 접근하기 좋은 이곳은 지금도 몰타 최대의 어항이며 수출입 창구이다. 그래서일까, 다른 곳의 전통 배들보다 이곳의 Luzzu루쯔들은 눈을 더욱 부릅뜨고 있다.
동도 트기 전, 호텔의 창문을 열고 나가니 해안선을 따라 새벽빛을 따라 달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세계에서 제일 운동을 안 하는 사람들이라는데, 통계는 통계일 뿐, 슬리에마 해안에서는 말티즈의 날씬한 여인들이 바람을 가르며 달린다. 턱을 괴고 꿈을 꾸듯, 내가 달린다. 꿈같은 해안선을....
골든베이와 아인투피아Ghajn Tuffieha
슬리에마에서 1시간에 한 대 오는 225번을 한참을 기다려 탑승, 그래도 오늘은 봐줄만하다. 몰타에서 하루의 시작은 버스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간에 맞춰만 와 준다면 그날은 베리 오케이~
골든 베이로 가는 길, 이제는 낯익은 줄리앙을 지나 부지바에서 왼쪽으로 꺾어 들어간다. 버스를 타고 다니니 깊숙한 마을까지 들어가는 버스가 지나가는 마을들을 구경하는 것도 일상이 되었다. 그러다가 맘에 드는 마을이 나오면 내려서 구경하고....
골든베이 마을도 오지는 오지인가 보다. 아침이기도 하지만, 현지인은 없고 관광객 예닐곱 명만 골든베이 정류장에서 내린다. 유명한 5성급 호텔들의 모습이 더 적막해 보이는 해변이지만 쓸쓸해 보이는 해변은 오히려 충만한 빛으로 인해 정말로 금빛모래 해변이다. 이곳은 낙조가 아름다워 해 질 녘이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으로 유명한데 일부러 찾아가는 낙조보다는 내게는 우연히 만나는 일몰이 더 아름답다.
골든베이에서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면 자연보호구역인 아인투피아Ghajn Tuffieha가 나온다. 사실 골든베이의 명성에 가려 있지만 골든베이보다 더 아름다운 곳이 이곳이다. 언덕을 오르면 타워를 만나고 타워에서는 골든베이와 아인투피아해변이 모두 보인다. 이어지는 가던 길 그대로 조금만 더 가도 자연보호 구역답게 손대지 않은 자연과 어우러진 깊은 청록색과 에메랄드색의 바다 색깔을 보여준다. 인적이 없는 것이 살짝 꺼려지긴 하지만 특별한 것이 없어서 더욱 특별한 해안선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