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몰타의 음식
몰타에 오기 전, 누구에게라도 몰타의 먹거리에 대해서 물으면 글쎄 라고 할 뿐 긍정적인 답은 별로 없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그 사람이 갔던 레스토랑은 관광객이 많은 지역이었거나 피자나 햄버거, 샌드위치 등 세계 어디에서나 먹을 수 있는 메뉴였지 않았을까.
슬리에마의 페리에 있는 많은 레스토랑들에는 아침부터 밤까지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어느 날 저녁, 슬리에마의 야외 레스토랑에서 왁자지껄한 여행객들 사이에서 와인 한 잔 기울이면서 시킨 음식은 해산물이었지만 튀긴 기름의 기름기가 그대로 남아있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풍미를 별로 느낄 수 없는 그런 재료들로 만들어진 음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텔을 가기 위해 매일 지나다니는 길에 보면 이곳은 늘 손님들로 붐빈다.
몰타의 기나긴 역사만큼 음식도 다양한 융합을 거쳤을 것이지만 몰타의 요리는 많은 부분에서 이탈리아, 특히 시칠리아와 매우 비슷하다고 한다. 몰타에서 식전에 먹는 빵인 브루스케타 Bruschetta도 이탈리아식이다. 몰타의 음식에 대해 사실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 하지만 눈만 뜨면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 음식이었으니 어쩌면 음식이야말로 내가 제일 많이 겪은 몰타의 속살이 아닐까 한다.
처음 몰타에서 먹은 발레타 어퍼 바라카 가든 입구에 있는 레스토랑의 크림해물파스타의 맛과 비주얼은 그럭저럭이지만 가격은 다른 곳보다 15유로로 비싼 편이었다. 하지만 발레타의 큰 길가에 위치한 레스토랑의 메뉴판에 쓰여 있는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는 않았으며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편안하게 가격도 저렴한 맛 좋은 몰타식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하자르임과 임나이드라 신전을 지나면 나오는 Siggiewi의 동네 아주머니가 엄지를 치켜세우며 추천해 주었던 마을 레스토랑에서 먹은 튜나 샐러드와 비프 랩, 커피 두 잔까지 15유로에서 거슬러 받았다. 비프 랩은 다른 곳에서도 먹어봤지만 대부분 만족스러웠다. 얇은 밀가루 랩으로 싼 속에 꽉 차게 고기가 들어가 있는데 양이 무척 많았다.
몰타는 토끼 요리 Fenek가 유명하지만 관심도 없이 그냥 패스, 뭐니 뭐니 해도 몰타의 음식은 생선요리이다. 고조의 슬렌디 베이에 묵은 날, 탈리야에서 먹은 생선요리와 몰타 본 섬 남쪽의 어항인 마샤쉴록에서 먹은 씨푸드의 신선함과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은 지금 생각해도 감동이다.
하지만 내가 제일 자주 즐겨먹었던 몰타 음식은 파스티찌Pasizzi다. 큰 조개처럼 생긴 파스티찌는 몰타 어디에나 있는 파스티찌리아에 있는데 어디를 가도 구할 수 있다는 것은 몰타 사람들이 즐겨먹는다는 뜻일 것이다. 페스추리 안에는 몰타 전통 치즈와 으깬 콩이 들어가는데 바쁠 때 따끈따끈한 파스티찌 두 개만 먹으면 아무 걱정이 없다. 물론 음료와 같이. 배낭 안에 넣고 다니는 비상식량으로 최고지만 페스추리여서 가루가 떨어지기 때문에 실내에서 먹는 것은 자제를 해야 한다. ㅎ
몰타에는 음료가 많다. 고조에서 생산되는 질 좋은 와인과 국민음료인 키니도 몰타에서 생산되는 음료이며 맥주도 다양하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커피는 이탈리아처럼 에스프레소도 많이 마시며 아메리카노를 시켜도 매우 진하다. 나는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많이 넣어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데 항상 우유를 넣을 수 있도록 비치가 되어 있는 곳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