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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 Apr 22. 2016

햇살만이 고요한, 붉은빛의 카스바에는

#  Morocco - Marrakech에서 아틀라스 ‘에이트벤하두'

  ‘에이트벤하두Ait Benhaddou’ 

   

많은 여행자들에이트벤하두를 보고 사하라까지 가기 위해서는 마라케시나 페스의 여행사에서 판매를 하는, 아틀라스 산맥을 넘어 다데스나 토드라 계곡에서 1박을 한 다음 사하라 사막에서 1박을 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2박 3일 패키지 상품을 이용을 한다. 쉽게 많은 곳을 둘러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시간이 빠듯한 패키지 상품은 약간의 아쉬움을 남겨주기도 한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마라케시에서 7시 30분 경 출발한 미니버스는 지그재그로 산을 넘어가는데 승객들을 생각해서 버스는 가다 쉬기를 반복하지만, 좀체 버스를 타고 멀미를 안 하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속이 울렁거린다. 그리스 신화 속 이름인 아틀라스의 풍광을 감상하기는커녕 몇몇 손님들은 멀미로 괴로워하는데 약 2시간여를 달리니 아틀라스 고개의 정상이다. 지도를 보니 우리의 중간 목적지인 와르자자트Ouarzazate까지 잔잔하게 구불거리는 레이스 모양을 하고 있다.


아틀라스 산맥 고개의 정상
정상에서 파는 타진을 요리하는 그릇

 

황금 루트의 오아시스 ‘에이트벤하두Ait Benhaddou’    


점심때가 가까워져야 멀리 낮은 강물 저편으로 에이트벤하두Ait Benhaddou 마을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다가온다.    

 

그 옛날부터 사하라 사막 남부의 가나 제국(지금의 말리)에서는 사하라 사막을 지나서 모로코의 도시(지중해와 아랍세계로 가기 위해)로 황금과 상아, 노예와 고무, 목화 등을 싣고 올라가는 길이었거나, 그것과 바꾼 아랍에서 온 소금과 구리, 말과 직물 등을 싣고, 가나 왕국으로 가기 위해 힘든 아틀라스 산맥을 넘는 상인이었거나, 지나가는 길손에게는 물이 흐르는 카스바의 정경은 낙원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강건너에서 본 에이트벤하두 정경


황금 루트라 부르는 이 대상로는 말리의 나이저강에서 알제리를 거쳐 모로코에 이르는 길로, 로마 점령 시절인 서기 300년경에 개척된 길이다. 수단에서 북아프리카로 이어지는 황금 루트도 마찬가지로, 로마 점령 시절에 로마인들은 사하라 남부에서 채취한 금으로 군인들과 공무원들의 봉급을 충당했다고 한다. 지금도 사하라 사막에서 짐을 담당하는 단봉낙타는 그 시절 로마인들이 시리아에서 들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7세기 아랍인들이 마그레브에 들어올 무렵에는 사하라 남부의 말리(당시에는 가나 왕국)와 수단은 황금의 땅으로 알려져 있었다.   

  


인류에게는 재앙의 시작이었던 대항해시대의 시작    


가나 왕국(지금의 말리)은 금 수출로 오랫동안 전성기를 구가했으며 마그레브와 모로코의 황금기로 간주하는 알모하드 왕조 시기는 사하라를 건너 도착한 금으로 인해 경제적 문화적 도약을 이뤄내며 번창한 대도시는 아랍의 대도시들과 교류하며 문화적 통일성이 이루어졌다. 9~14세기 동안 활발했던 중서부 사하라의 황금 루트는 14세기 누비아의 기독교 왕국과 이집트 맘루크 왕조의 공격으로 대상로가 차단이 된다. 금의 공급이 차단되자 마그레브 국가는 물론 유럽 국가들 특히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매우 상황이 어려워진다.


역사학자인 ‘이브 라코스트Yves Lacoste’는 이것이 엔리케 왕자를 비롯한 포르투갈 사람들이 금을 찾기 위한 목숨을 건 탐사 항해에 나선 이유라고 했다. 포르투갈 항해사들이 금을 찾아 조심스럽게 서아프리카 해안을 따라 내려오면서 시작된 첫 항해로 유럽을 제외한 인류에게는 엄청난 재앙인 대항해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15세기부터 시작된 500년간의 백인에 의한 식민지배의 시작은 그야말로 인류 비극의 시작이었다.    

  

베지터블 타진


점심을 먹기 위해 들어간 에이트벤하두가 보이는 테라스가 있는 레스토랑은 결혼 피로연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만큼 많은 손님들로 정신이 없다. 이런 곳에서 음식 맛이 있을 리는 만무하지만 타진과 쿠스쿠스를 주문했다. 소고기 타진은 80 디르함, 베지터블은 45 디르함으로 가격도 센 편이다.


모로코의 전통음식은 재료들을 낮은 불에 오랫동안 찌는 음식이 많아 우리나라의 찜과 비슷하지만 우리처럼 강한 고추 양념을 안 하기 때문에 재료의 맛이 살아있다. 맛을 따지자면 기호에 따라 다르지만, 짜거나, 맵거나, 달거나 하지 않아 음식에 까다로운 사람도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순한 음식이다.  



   

에이트벤하두 마을은 다리를 건너가거나, 강 가로 내려가서 돌다리를 건너 들어갈 수가 있다. 베르베르인 가이드 아저씨는 키가 훤칠한 것이 입고 있는 깊은 두건이 달린 긴 망토형의 모로코 전통복장인  버누스burnous가 매우 잘 어울린다. 자신은 이 마을에서 태어난 베르베르인이며 영어도, 프렌치도, 베르베르어도 아랍어도, 이탈리아어까지 할 줄 안다면서 손가락을 꼽으면서 자랑이다. 대단하다고 추켜세우니 “너는 뭘 할 줄 아냐”면서 되묻는다. “난 오로지 한국어밖에 몰라!”,  이 사람은 한 눈에 딱 밥맛이다. 게다가 설명은 하는 것인지, 닳고 닳아서 의욕도 없이 슬슬 동네 한 바퀴 산보하는 것처럼 그냥 대충 하는 것이 가이드치고는 보기 힘든 캐릭터다. 뾰족 모자가 달린 ‘버누스’라고도 부르는 ‘질레바’가 멋있어서 봐준다. 하지만 베르베르인들이 살아온 여정을 말해 주는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짠하고 생각이 복잡해졌다.  


   

베르베르족 가이드 , 사진은 흔쾌히 찍으라고 한다.
너무 귀여운 문패
크사르 에이트 벤하두

베르베르족의 마을인 에이트벤하두Ait Benhaddou는 11세기 사하라 남쪽의 말리에서 모로코의 마라케시로 향하는 카라반의 황금을 운반하는 교역로에 위치해 쉬어가기에 좋은 길목으로 한 눈에도 요새화가 되어있는 카스바 마을이다. 마을 앞으로는 강바닥을 흐르는 물이지만, 짐을 싣고 온 고단한 단봉낙타를 먹일 만큼 풍부한, 높은 아틀라스의 눈 녹은 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린다. 


외부인들이 카스바Kasbah라고 부르는 크사르는 흙으로 높게 지은 요새와 주택들이 밀집되어 있는 사하라의 전통 마을을 지칭한다. 마을에는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지은 사각형 모양의 안뜰을 중심으로 4개의 망루가 있는 Kasbah들이 있으며, 카스바의 벽은 높고 일반 주택과 마찬가지로 창문은 없거나 아주 작다. 때로는 방어를 쉽게 하기 위해 언덕 위나 항구의 입구에 세우기도 했다고 하는데 지역에 따라서는 도시에 사는 권력자들의 요새형 별장으로도 만들어졌다.


지금은 이 곳에 살던 대부분의 주민들은 강 건너 마을로 이주해서 살고 있으며 몇 가족은 지금도 이 곳에 살고 있다고 한다. 꽤 규모가 커 보이는 에이트벤하두는 여섯 개의 카스바와 대략 50채의 개별적인 성채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모로코의 전통적인 건축방식으로 기단은 돌로 만들지만 흙으로 쌓아 올린 주택은 1층은 마구간이나 가축들이 거주하며 농사용 창고로 주로 사용되었으며 계절에 따라 2충과 3층은 주거공간이다.     


창이 작은 마을의 주택


카스바 강 건너에는 새 마을이 보인다.


이 곳은 많은 영화들의 로케이션 장소로 유명하다. 역사적으로 잘 보존된 성채와 지금은 많은 사람이 살지 않아 호젓할 뿐 아니라 앞에는 강이 흐르는 덕분에 구경하는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차단이 용이해서 촬영 환경이 매우 좋아 보였다. 한 주민이 영화 글래디에이터를 찍은 당시 사진을 보여준다. 알고 보니 1963년 Sodom And Gomorrah부터 시작된 영화 촬영은 약 20여 작품에 이른다.  


와르자자트Ouarzazate 마을 근처에는 영화사들이 지어놓은 넓은 야외 스튜디오들이 보인다. 언뜻 봐도 어설퍼 보이지만 영화 속에서는 멋진 장면의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는 북아프리카는 영화 로케이션 장소로 최적인 것 같다. 기술은 가까운 유럽의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으며 아틀라스 산맥에서는 사철 눈을 볼 수 있고, 지중해 쪽으로는 눈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풍광이 있으며, 사하라 사막과 아름다운 오아시스들이 가까이 있고, 임대비용이 저렴한 넓은 땅은, 건조한 기후로 인해 촬영이 기후로 인해 연기되는 일은 드물 것이다.   


와르자자트를 지나 한 나절 차를 타고 어두운 밤이 되어서야 별빛처럼 반짝이며 길을 밝혀주는 가로등을 따라 다데스 협곡Dades valley의 호텔에 도착을 했다. 와르자자트에서 100km 정도에 있는 이곳을 왔으니 그냥 묵묵히 차만 타고 온 것이다. 멋진 협곡은 내일 아침에, 깎아지른 계곡 앞의 물이 흐르는데 여름의 협곡이라면 끝내주겠지만 소리만 들어도 한 겨울의 협곡은 춥고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난로가 있는 산장의 레스토랑은 사하라로 향하는 각국의 여행객들로 법석이는데 캄캄한 세상에 다데스 계곡 산장의 불빛만이 흥청거리는 것 같다. 구수한 콩 수프와 담백한 찜닭 같은 닭고기가 들어있는 타진과 쿠스쿠스로 푸짐한 저녁을 먹고 나니 하루 종일 울렁거렸던 내장도 진정이 된다. 계곡의 물소리는 밤이 깊어갈수록 커져만 가는데 고단한 몸은 물소리마저 자장가로 들리나 보다.    


다데스 계곡Dades Gorge과 토드라 협곡Todra Gorge    


오늘 중으로 사하라로 들어가야 하니 이른 아침, 동도 트기 전에 출발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호텔 주위의 계곡을 한 번 둘러보고 싶었는데 어두워서 산책도 할 수 없을뿐더러 일찍 일어나 출발하는 것도 바쁘다. 계곡을 따라가는 길에 보이는 다데스 계곡의 풍광은 큼지막한 조물주의 손으로 대충 주물러 놓은, 둥 형태의 아기자기한 바위들이 계곡을 향해서 흘러내릴 것 같은데, 원숭이 손가락 계곡monkey fingers valley이라고도 한다고 한다. 물을 따라 자라는 은사시 나뭇가지들이 아침 햇살에 반짝이고, 오아시스를 따라 카스바와 도시들이 형성되어 있으며 야자나무가 있는 계곡에는 농사도 제법 짓는다. 그 옛날 바다의 지층이 켜켜이 보이는, 단단하지는 않지만 깎아지른 절벽을 가지고 있는 아틀라스 산맥의 풍광과는 사뭇 다르다.  


다데스 계곡의 평화로운 아침 풍경


하이 아틀라스의 동쪽,  토드라 협곡이 시작하는 계곡에는 Tinghir oasis가 펼쳐진다. 밀림을 연상케 하는 키가 큰 야자나무들과 무너져 내린 카스바도 있지만, 원시적이지만 순전하고 고결해 보이는, 햇살만이 고요한 붉은빛의 카스바에는 아직도 소수의 사람은 살고 있다는, 오아시스가 흐르는 마을은 장관이다. 이처럼 넓은 오아시스가 있는 곳이었으니 제법 큰 도시가 발달해 있는 것은 당연한 것,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현재의 도시Tinerhir가 떠들썩하다.


다데스계곡Dades Gorge에서 토트라로 이어지는 협곡은 40Km에 가까운데 마지막 600m인 토드라 협곡이 가장 스펙터클 하다고 한다. 가장 좁은 곳의 넓이는 약 10m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좁은 곳도 있다. 협곡으로 들어가기가 무섭게 세찬 골바람은 사람의 무게쯤이야 날려버릴 기세다. 여름에는 신선이 부럽지 않겠다. 

풍요로운 토드라협곡의 Tinghir oasis
토드라 협곡에 발달한 도시 Tinerhir
토드라협곡의 무너져 내린 카스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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