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주름'에 관하여

연상연하 짝꿍의 열 번째 편지

by 브라이스와 줄리

브라이스에게


연휴 잘 보내고 있어?

며칠 밖에 안됐는데도,

정말 보고 싶었어.

(결국 일정변경으로

예상보다 일찍 보게됐지! 오예)


나는 정말 오랜만에

집에 다녀왔어.

웬만하면 두 달을

넘긴 적이 없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여름을

건너 뛰었던 것 같아.


한창 뜨겁던 여름에

서울에 오셨던 엄마는

한 번 뵈었지만,

아빠는 진짜 오랜만에

뵌거였거든.

반갑게 인사를 하고,

아빠 얼굴을 보는데,

오랜만에 뵈어서 그런지

순간적으로 아빠 주름살이

눈에 확 들어오는 거야.

아빠는 흰머리도

별로 없으시고,

스타일에도 나름대로(!)

관심이 있으신 편이라,

그동안 그래도

동년배의 어른들보단

젊어보이시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설령 나만의 콩깍지라해도)


근데 오랜만에 뵌 아빠는

전보다 머리숱도 적어지셨고,

주름살도 더 깊게

패이셨더라구.

어쩌면 그 동안은

그냥 내가 보고 싶은대로

본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가 아빠께 근심을 드린 게

죄송스러워서

'그래도 아빠는

다 이해해주실 거야,

괜찮을 거야'라고

멋대로 생각해버린.


30년을 넘게 한결같이

새벽 일찍 일어나셔서

같은 직장에 출근을 하시고,

단 한 번도 집에서

회사 얘기를 하신 적이 없는,

힘든 내색을 하신 적이

없으셨기에

사실 '아빠'는

당연히 그런 분이라

생각했던 거 같아.

그러다 나도 일을 하게 되고,

'인생 선배'로서 아빠를

보게 되면서

이전엔 몰랐던 부분들도

많이 알게 됐고.

아빠를 다시 한 번

정말 존경하게 됐달까.

무려 주6일이던 어렸을 적에도

일요일이면 나와 언니를 데리고

산과 들로 다니셨던,

우리 집 세 여자들에겐

누구보다

튼튼한 버팀목이셨던 아빠-


배도 나오시고,

전보다 주름도 더 많이 생기고

부쩍 더 피곤해하시는

아빠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아빠 얼굴을

쓰다듬어 드렸어.

여기에 아빠의 세월과

우리의 모든 역사가

담겨 있다고

생각하니까

왠지 모르게 뭉클해지면서

'고생하셨어요'라고

말씀 드리고 싶었거든.

근데 막상 그렇게

직접 표현하진 못하고

뜬금없이 아빠 얼굴을

매만져드렸어.

아빠는 영문도 모른채

그냥 '씨익' 웃으시더라구(ㅎㅎ)


'엄마' '아빠'와 관련된

얘기는 아마 우리 모두가

끝도 없을 거라 생각해.

그냥, 집에 오랜만에

다녀오면서

문득 '아빠의 주름살'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어졌어.


나도 언젠가 나이가 들고,

또 결혼을 하게 되면

아이도 낳게 될거고,

그 아이들을 내 두 어깨에

짊어지고서

그렇게 살아가는 날이 오겠지?

힘들더라도

내 인생과 더불어

누군가의 인생에 의미있고,

가치로운 역사의 증명이 되는

주름살들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


너에게도

이런 얘기가 있다면 들려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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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에게,


오늘 참 반가웠어 :)

예정에 없던 만남이라도,

항상 반가운 마음이 들어서

참 감사하고 즐겁고

또 기쁘고 그래.

(우리의 자화자찬은

여기까지만 :D)


아빠의 주름살,

엄마의 돋보기 안경 같은

느낌이 드는 단어라고

말하고 싶어.


항상 건강할 줄 알았던

부모님이 조금씩 조금씩

약해지는 모습을

보이는 그런 느낌이랄까.


너의 글을 보면서

먼저는 30년, 이라는

단어의 무게감을 새삼 느꼈어.

30년은 우리가 살아온 날보다

많은 날인,

엄청난 길이의 시간이야 그치?


먼저 그 긴 시간동안

묵묵히 당신 자리를

하루도 빼놓지 않고 지켜온

아버지께 박수를 보내고 싶어.

아니 박수 뿐만 아니지,

말로 다할 수 없는 감사도.

말하지 못한 감사까지도.


나도 요즘엔 종종

아빠의 주름살을 느낄 때가 있어.

특히 아빠의 말수가 줄고,

생각이 더 깊어진 듯

목소리도 낮아지고,

피부가 점점 노화로 처지면서

눈꼬리가 같이 내려와

마치 자연스레 미소를 짓는다는

인상을 받기 시작할 때.

어떤 모습인지 그려져?


더욱 어른이 된다는 건

이렇게 낮아지고, 주름이 지고,

내려오는 건가봐.

하지만 젊었을 때의

혈기왕성함 대신,

자연스러운 미소와 느긋함을

얻는다면,

나는 이 변화는 찬성하고 싶어.


아들로서 부끄럽다는 핑계로

줄리처럼 아빠에게 살갑게 표현을

잘 하지는 못하지만,

아빠의 주름살 진 모습을

나는 존경해.

줄리가 표현한 대로,

아빠의 주름살은

인생에 의미있고,

가치로운 역사의

증명이 되는 것이니까.

오늘은 철저히

아빠의 주름살에 대한

너의 정의에 동의해.


너도, 나도

아름다운 주름살을 얻어

자연스러운 미소를 가지는

멋진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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