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대한 생각
후배는 오늘 고향에서 혼자 기차 타고 내렸는데... 뜬금없이 외롭더라고 했다. 난 홀로 상경했다. 첫 직장의 상사는 내가 학연도 지연도 없으니 어떻고... 하며 지인도 없으니 발로 뛰라 하고, 누굴 만나야 하냐고 물으니 알아서 하라고 했다. 어떻게 제안하냐고 하니 알아서 제안하라고 했고, 3개월 안에 성과를 내지 않으면 다시 고향에 돌아가라고 했다. 다행히 성과가 생겼고, 덕분에 3년 넘게 다녔다.
오늘 밤 갑자기 천둥이 쳤고, 잠시 뒤 영화처럼 비가 쏟아졌다. 나는 잠이 들었고 일어나니 아내가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주섬주섬 옷을 입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밖을 나섰다. 비는 그쳐있었다. 짧게 내렸나 보다. 비 온 뒤 가을밤 흙냄새가 바닥에서 올라왔다. 이 차가워진 공기에 매년 외로워했고, 걸으며 견디며 지나온 시간이 후배의 상경 소식에 자꾸 생각이 났다.
짧게 왁 하고 내린 비처럼, 짧게 왁 - 하고 울던 하루하루가 쌓여 이제는 후배가 찾아오는 선배가 되어있다. 처음에 서울 왔을 때 선배 한 명이 없었는데, 나는 한 명쯤 있었으면 하는 그 선배로 후배에게 기억에 남고 싶은 욕심이 들었나 보다. 어서 만나자고, 맛있는 식사를 사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뭘 먹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지. 어떻게 잘 들어주지. 뭘 마시지. 뭘 보여주지.
잠시 뒤 연락이 왔다.
“그냥 한번 만나주셔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