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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병호 Nov 02. 2021

타인의 삶을 살지 않기 위해

일에 대한 생각

어제는 디자인 학원 조원들과 함께 근처 카페에서 만났습니다. 제가 커피를 사겠다고 했고, 약속시간에 맞춰 갔는데 이미 조원 모두 커피를 따로 주문했고, 각자 계산한 뒤였습니다. 내심 아쉬웠습니다. 제 마음은 조원들께 대접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각자 계산해서인지 팀원들을 더욱 조심스럽게 대하게 되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제가 커피를 샀다면 제 태도가 흐트러지기 쉬웠을 것 같습니다. 커피 한잔에, 팀원들의 회의에서 내 역할은 ‘커피를 산 사람’이라 생각하고 한발 물러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제 마음에 저도 모르게 틈이 생기고, 관망자로 있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따로 계산하고 나니 저는 제 역할을 조별 모임을 진행하는 내내 찾으려 애쓰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넋 놓고 앉아있다 보면 누군가가 다가와 커피 한잔에 밥 한 끼에 우리의 시간, 재능을 이용하여 본인의 이익을 취해가는 분들을 왕왕 경험하며 살아갑니다. 내가 밥을 샀으니 이것 좀 해줘. 이 사람 좀 소개해줘. 마치 그들은 우리의 것을 양심 없이 갈취하고 헐값으로 훔쳐간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그런 의도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어쩌면 내가 가진 태도에서 시작되는  아닐까 생각하게  하루입니다.


타인의 삶을 살지 않기 위해. 애당초 우리는. 나는 나의 커피를, 너는 너의 커피를 각자 계산하고 앉았어야 했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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