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7/일/흐리고 비
우연히 접한 연시(戀詩). 동서양 한 편씩.
달달함 한도 초과.
10월엔 시월(詩月)처럼 일기를 시로 써 볼까? 생각했었다. 아주 잠깐. 가을이니까.
일관되게 늘 꿈은 야무진 편이다.
가을밤 밝은 달에 / 이세보(1832∼1895)
가을밤 밝은 달에 반만 핀 연꽃인 듯
동풍(東風) 세풍(細風)에 조으는 해당화인 듯
아마도 절대(絶代) 화용(花容)은 너뿐인가 하노라
-해동가요 주 씨(周氏) 본
이세보는 살아생전 458수의 시조를 썼다. 조선시대에 가장 많은 시조를 지은 인물.
시조의 주제 내용은 부정부패 비판, 유배, 애정, 도덕, 절후, 기행, 옛일에 대한 고찰(考察), 여행지를 두루 지나며 느낀 감흥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빛나는 별이여 / 존 키츠(1795~1821)
빛나는 별이여, 내가 너처럼 한결같다면 좋으련만-
밤하늘 높은 곳에서 외로운 광채를 발하며,
참을성 있게 잠자지 않는 자연의 수도자처럼,
영원히 눈을 감지 않은 채,
출렁이는 바닷물이 종교의식처럼
육지의 해안을 정결하게 씻는 걸 지켜보거나,
혹은 산과 황야에 새롭게 눈이 내려
부드럽게 쌓이는 것을 가만히 응시하는 게 아니라-
그런 게 아니라- 그러나 여전히 한결같이, 변함없이,
아름다운 내 연인의 풍만한 가슴에 기대어,
부드럽게 오르내리는 것을 영원히 느끼며,
그 달콤한 동요 속에서 언제까지 깨어있으면서,
평온하게, 그녀의 부드러운 숨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렇게 영원히 살고 싶어라- 아니면 차라리 죽어지리라.
키츠는 18세기 영국 낭만주의 전성기의 3대 시인 중 한 사람. 폐결핵으로 25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했고, 그가 썼던 시도 일생 동안 비평가들에게 높게 평가받지 못했지만, 사후에는 많은 후대의 시인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두 편 다 범접하기 어려운 감성과 시어로 선을 넘지 않고 묘한 설렘을 준다. 굳이 하나를 고르라면 짧고 간결한 시조가 내 취향이지만 키츠의 마지막 구절, ‘아니면 차라리 죽어지리라(or else swoon to death)’는 번역을 그렇게 해서 그런지 동양적 정서가 얼핏 비친다.
가을밤, 밝은 달, 빛나는 별. 시가 절로 넘쳐흐를 조합이다.
가을밤 구름에 싸인 차가운 달처럼
하얀 그리움으로 감싸 안은 붉은 볼.
연시(軟柹). 어제 예능프로(놀라운 토요일)에 간식으로 나온 전주 남부시장 홍시찹쌀떡 생각에 한 수. 가을은 시의 계절. 시월은 시의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