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 무력해지고 지쳐갈 즈음에 사랑하는 대상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너무 이기적인 생각일지 모르나 내가 사랑하는 그만이 오직 나의 투정을 받아줄 수 있을 거라는 예정된 위로감만으로도 나는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또다시 이기적인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그가 나의 공허함을 메워줄 수 있을 존재라는 생각 덕분에 나는 그를 이용하듯 고개를 숙일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이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 생각한다. 날씨가 울면 시간의 흐름에 흐느끼며 자신을 묻을 영원의 더미를 어딘가에서 찾으려 하니 말이다. 나의 나약함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외치면서 고개 젓기를 그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랑하는 자여. 그렇게 나에게 오지 말아 달라 요청한다. 나에게 이용당하지 말아 달라. 어느 누구도 타인을 대신해 살아갈 책임은 없다. 어떤 관계도 서로를 착취해선 안 된다. 하지만 기어이 자신을 내주겠다는 이로써 오겠다면 조금만 기다려달라. 내가 좀 더 나눌 수 있을 때까지, 나를 덜 사랑할 수 있을 때까지, 스스로를 흔쾌히 외로움의 먹이로 내놓기까지 기다렸다 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