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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사라지는 날

별별 사람들 29화

by 매콤한 사탕

개기월식이 있던 날

둘째 조카와 달을 보러 나갔다.


새벽 3시가 넘은 시간

아무 생각 없이

덜렁 반바지를 입고 나오는 바람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어느새 가을이 온 것이었다.


둘째 조카는 며칠 전 15살을 꽉 채웠다.

사춘기가 한창인데 첫째인 말미잘과는 달랐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사춘기를 겪는 것이다.

서로 다른 별에 살고 있는 것처럼


어느새 키가 훌쩍 자란 녀석이 긴 목을 한껏 들어 달을 바라보았다.


"삼촌, 달이 사라지고 있어."


유독 둥글고 밝은 달에 검붉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옛날엔 인스타에 보면 갓생 사는 사람들뿐이었잖아."


너의 옛날과 나의 옛날의 시간적 차이는 어느 정도일까

며칠, 몇 개월, 몇 년, 수십 년

아이의 과거는 너무 짧고, 나의 과거는 너무 길다.


"근데 요즘은 많이 달라졌어. 꼭 자신의 좋은 부분만 보여주려고 애쓰지 않는 것 같아.

우울하고 힘든 자기 모습을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더라고."


누굴까?

나는 요즘 녀석의 관심을 사로잡은 그 인스타의 주인이 궁금했다.


"난 그게 더 보기 좋아. 있는 그대로 자기를 드러내는 거. 저 달처럼 말이야. 그게 더 위로가 되는 것 같아."


나는 녀석을 따라 목을 길게 빼고 달을 올려다보았다.


얼룩덜룩 검붉은 달


오늘 밤,

달은 태양 빛을 온전히 받을 수 없었지만

그래도 달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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