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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는 아이와 매 맞는 아이

별별 사람들 30화

by 매콤한 사탕

초등학교 아이들을 차로 납치하려던 일당이 뉴스에 보도되고 나서

하굣길 아이를 데리러 나오는 학부모들이 부쩍 늘었다.


'무서운 세상'


Y는 평소 초등학교 2학년이라면 엄마 없이 등하교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몇 년 전 비슷한 납치미수가 자신의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있었다는 말에

하굣길 학부모 행렬에 동참하게 되었다.


그리고,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그 일이 생겼다.




Y는 교문에서 30M쯤 떨어진 곳에 서서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Y의 아이가 막 교문을 나서는데

한 아이가 앞을 가로막고 서더니

갑자기 Y의 아이 뺨을 세게 쳤다.

뺨을 부여잡고 몸을 휘청이는 아이를 두고

그 아이는 쌩하니 뛰어가버렸다.


충격적이지만 하교 시간 교문 앞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우는 아이를 진정시키고 Y는 담임선생님에게 하이톡을 보냈다. (하이톡 - 학교 앱 채팅기능)

이윽고 담임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담임선생님은 처음에는 아이들끼리 놀다가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하셨는지

한쪽 말만 듣고 판단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었다가

Y의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고, 같은 반 학부모들도 있었다는 말에 바로 조치를 취했다.




Y가 전화를 받은 것은 10시가 지난 늦은 밤이었다.


"늦은 시간에 연락드려 죄송해요. 제가 큰 애 학원픽업 때문에 시간이 없어요. 너무 놀라셨죠. 죄송합니다."


가해 아이 어머니는 속사포 랩을 하듯 빠르게 성의 없는 사과를 이어나갔다.


"아유, 죄송해요. 저도 속상해 죽겠어요. 작은 애가 또 말썽이네요. 형은 그렇지 않은데. OO고 아시죠? 거기 다니거든요."


OO고, 전국에서 비싸기로 손에 꼽는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였다.

Y는 지금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소리치고 싶은 걸 꾹꾹 참고 있었다.


"애 아빠도 OO거든요. 우리 집안에서 작은 애만 유독 저래요. 어릴 때부터 워낙 장난기가 심해서 몇 번을 말해도 도무지 듣질 않네요. 애가 저러는데 어쩌겠어요. 방법이 없어요."


Y는 갈수록 끓어오르는 화를 억누르며 냉랭하게 받아쳤다.


"그래도 어머니께서 아이에게 가르쳐주셔야죠. 같은 반 친구들을 때리는 게 어떻게 장난이에요?"

"어머, 선생님한테 들으셨어요? 다른 애들한테 그런 거? 말하면 안 되는 건데."

"아니요. 선생님한테 들은 거 아니고요. 저희 애가 뺨 맞는 거 같은 반 친구들이 다 봤거든요."

"아, 그러셨구나.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야! OOO 너 이리 와봐! 지금 너 때문에 엄마가 사과하고 있잖아! 너 바른대로 말해! 애들 다 있는 앞에서 친구 뺨 때렸어? 맞아?"


수화기 너머로 아이가 울먹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지는 둔탁한 소리와 비명. Y는 너무 놀라 급하게 소리쳤다.


"저기요! 저기 OO어머니!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우리 작은 애가 잘못했다면서요. 벌 받아야죠. 저요. 내 자식이라고 해서 가만두는 스타일 아니에요. 저 애 때려요. 잘못했으면 맞아야죠. 너 이리 와! 잘못했어? 안 했어? 바른대로 말해. 더 또 맞고 싶어?"




"너무 무섭고 소름 끼치더라.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지?"


Y는 그날 밤 감정이 올라왔는지 자신의 어깨를 감싸 안고서 치를 떨었다.


"우리 얘 뺨 때린 그 애가 진짜 미웠거든. 근데 그 여자 소리를 들으니까 걔를 구하러 당장 달려가고 싶더라고."


Y는 내게 가해 아이를 도울 방법이 없냐고 물었다.

나는 학교폭력자문위원회에 참여한 적 있는 척척박사 J에게 방법을 물어보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학교에서 그 일에 관여할 수 있을지 좀처럼 확신이 들지 않았다.


친구의 뺨을 친 아이에게 무작정 얘가 뭘 안다고 아이 잘못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아이는 사랑대신 폭력으로 자라나고 있다.

아이의 더 큰 잘못을 막으려면 어른부터 막아야 하지 않을까


심리학을 배우든 안 배우는 상관없다.

나는 Y처럼 어디에서 그 어른을 막을 수 있을지 몰라 허둥대고 있었다.


학교폭력 가해자인 동시에 가정폭력 피해자

그 아이 생각에,

우리는 마음이 멍이 든 것처럼 먹먹해졌다.



별별사람들 31화는 시즌2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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