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화목하려고 매주 화,목에 쓰는 시 - 6
1.
처음 소리 내 외운 것은
자리를 쉬 뜨지 않네
기역부터 히읗까지
끈끈히 혀에 붙어
백이십육 다시 육번지
청운 피아노 집 첫째 딸이라든지
일학년 육반 이십육번
이학년 사반 이십팔번 같은
2.
전공이니 연봉이니 계약이니
덕지덕지 내려앉기 전
그러니까 접착력이 가장 셀 때
힘이 남아돌아
까치발 깨금발로 날뛰는
아이들을 앉혀놓고
북녘 고향 집 주소를 외우게 했다는
노인 이야기가 생각났다
3.
눌어붙은 딱지들이 무거운 날
급히 일어서기만 해도 어지러워
밑에 깔린 오랜 글자를 끄집어
여전히 틀림없이 외워 보며
옛집 거실 장판 아래나
동전 뒹굴던 그네 맡 모래
오글오글 패 삼세번 하던 분홍 바가지
밥그릇 국그릇에 펼치던
그물 우산 밑에서
꼴깍 목 축이듯 낮잠을 잔다
4.
시간에 쫓겨 살며
시간에 기대어 쉬네
꿈결에도 가장 익숙한 베개를 끌어다
십 분 더 눈을 붙이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