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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wrts Dec 29. 2020

지하철 미닫이

나와 화목하려고 매주 화,목에 쓰는 시 - 7


1호선을 타면 까닭 없이

매무새를 반성한다


나는 어찌 제대로 된

주름도 먼지도 피로도 없이


사는 게 귀찮다며

돌아누운 벽에다 대고

달이 홀쭉해질 때마다

엄살을 떨었는지


말간 얼굴을 들킬까

옆칸으로 옆칸으로

문을 밀며 도망가다


익은 냄새에 붙잡혀

미닫이에 반쯤 걸쳤다


간유리 낀 방문

드르륵 열어 절반만 젖혀도

안부를 건네던 할머니 냄새


등에 눌어붙은 파스를 더듬으며

우야노 우리 강아지

공부하느라 욕보제


곱게 앉아 공부나 하는 얼굴

상한 데는 없는지 더듬던

그 눈주름 혹시 여기로 떠났나


어느 칸 어느 문을 밀어야

다시 그 방이 열리나

주인도 냄새도 파스도 없고

이제 사진만 높이 걸린 빈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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