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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wrts Dec 24. 2020

옛 주소

나와 화목하려고 매주 화,목에 쓰는 시 - 6


1.

처음 소리 내 외운 것은

자리를 쉬 뜨지 않네

기역부터 히읗까지

끈끈히 혀에 붙어


백이십육 다시 육번지 

청운 피아노 집 첫째 딸이라든지

일학년 육반 이십육번

이학년 사반 이십팔번 같은



2.

전공이니 연봉이니 계약이니

덕지덕지 내려앉기 전

그러니까 접착력이 가장 셀 때


힘이 남아돌아 

까치발 깨금발로 날뛰는

아이들을 앉혀놓고

북녘 고향 집 주소를 외우게 했다는 

노인 이야기가 생각났다



3.

눌어붙은 딱지들이 무거운 날

급히 일어서기만 해도 어지러워

밑에 깔린 오랜 글자를 끄집어

여전히 틀림없이 외워 보며


옛집 거실 장판 아래나

동전 뒹굴던 그네 맡 모래

오글오글 패 삼세번 하던 분홍 바가지

밥그릇 국그릇에 펼치던 

그물 우산 밑에서

꼴깍 목 축이듯 낮잠을 잔다



4.

시간에 쫓겨 살며

시간에 기대어 쉬네

꿈결에도 가장 익숙한 베개를 끌어다

십 분 더 눈을 붙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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