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화목하려고 매주 화, 목에 쓰는 시 - 5
1
성실한 아버지는
일찍이 상가 건물을 샀습니다
버텨낸 시간을 이르는 말들에
자리를 찾아 주자면
수업료가 없어
교탁 멀리 쫓겨난 것이
일찍이
등기 서류에 서명 도장
혹시 몰라 지장까지 찍은 건
마침내가
올바르겠습니다
일 층부터 순서대로
고깃집, 찻집, 우리 집이었습니다
고깃집 아주머니는
진작에 두어 번 세 들어오며
잦은 이사를 치렀습니다
어금니로 껌을 씹을 땐
슬리퍼 끄는 소리가 났고요
막내아들은 거뭇하게 잘도 생겨
밖으로 부르는 이가 많았습니다
하루는 누가 다급히도 불렀는지
오토바이를 타고 멀리 나가
더는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한 번 떠난 터에 다시 들어와 살면
자식이 화를 입는다더라는 소문이
사람 대신 문턱을 넘었습니다
2
살점이 그을기 전에
불판을 갈아 주는
성실한 청년들을 보면
언제 저 목장갑들을 벗나
궁금합니다
간만에 먼 데 나가서 먹는다더니
겨우 일 층에 내려가
고기를 사 먹던 날
학교에서 누가 괴롭히면
재깍 알려 달라며
그는 불판을 갈다 말고
목장갑을 벗었거든요
그래 놓고는 운동장에서라도 스치면
아는 채도 않은 까닭에
그 말이 진짜인가를 두고
잠깐 괴로웠습니다
죽고 태어나는 일이
자고 깨는 일과 닮아
누운 자리에서
이어 살 수 있다면
그도 지금쯤 삼 층 주인집에서
남이 굽는 고기 몇 점에
배부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