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화목하려고 매주 화, 목에 쓰는 시 - 15
1.
나도 못 풀던 문제
빨간펜 선생님도 못 풀던 문제
어머님, 착오가 있었나 봐요
네, 선생님, 문제집도 사람이 만드는 거니까요
그렇게 그 문제는 끝나나 싶었는데
엄마는 낮이 밤이 되도록
식탁 위에 학습지를 펼쳐 놓고
콩나물 다 다듬고
물병도 다 소독해 놓고
밤새 연필을 깎아
셈에 셈을 굴렸지
이거 답이 52㎡였어
어느 이른 아침보다
말갛게 웃는 엄마는
다시 부엌으로 가더라
상쾌한 나들이를 마친 뒷모습
2.
엄마 내 사연이 뽑혔어
굿모닝팝스 라디오 책에
내 엽서가 실렸어
뜀뛰는 나를 보며
엄마는 가만히 수화기를 들었어
솔미가 오늘 너무 기쁜 일이 생겨
학원에 갈 마음이 없을 겁니다
가도 뭐 집중이 되겠어요
이런 날은 냅두지요
어머, 엄마, 그때였나 봐
나도 언젠가 엄마가 돼야겠어
마음을 먹었던 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