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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너는 나의 반려 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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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정은 Nov 14. 2021

너로 인해 알게 되는 것들

새로운 세계

하나.

강아지를 가족으로 맞이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예전에는 가정 분양이 대부분,아니 다른 방법이 크게 존재하지 않았다. 집 밖에는 도로며 골목을 헤매고 다니는 버려진 개들도 많았다. 초등학교 시절, 나도 자꾸 따라오는 동네 개가 무서워 혼비백산해서 집으로 돌아온 적이 있다. "개"에게 주어진 권리 같은 건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우리의 경우, 아이가 가진 두려움을 사랑으로 바꿔주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에 아이가 원하는 강아지여야 했다. 분양 방면에 지식이 많지 않았기에 주변의 추천을 받아 펫샵을 이용하게 됐고, 투명 케이지 안에서 활발하게 구르는 녀석을 고르게 되었다. 물론 나중에 개 공장과 경매 시스템 이야기를 듣고 내내 마음이 저렸다.

현재 대부분의 펫샵 강아지들은 ‘개 공장’으로 불리는 곳에서 번식해 경매를 통해, 이른바 ‘유통’된다. ‘국제공인인증 혈통서’가 있는 밍밍이는 좀 괜찮은 환경에서 태어났겠구나 싶었는데, 집에 돌아와 구글 지도로 확인해보니 출생지로 적힌 곳은 이름만 번지르르한 개 공장이었다. 게다가 혈통서를 더 자세히 보니 근친 교배로 태어난 강아지였다. 남편과 나는 절망했다. 아직도 이 정도구나.

작고 예쁜 강아지만을 선호하는 사람의 욕망이 만들어낸 괴물 같은 과정이었다. 귀여운 강아지의 귀를 보거나 꼬리를 볼 때 생각났다. 지금도 어느 낡은 공장에서, 어떤 개는 평생 새끼만 낳고 뜬 장(사육하는 동물의 배설물을 쉽게 처리하기 위해 밑면에 구멍을 뚫어놓은 철장의 일종)에 앉아, 다른 동물의 배설물을 몸으로 막아내고 있겠구나 싶었다.

입이 썼다. 마음이 휑했다. 그리고 막연히 미안했다.

둘.

개의 행동에 대해 많은 공부를 했다. 꼬리를 흔든다고 다 환영하는 게 아니고, 눈을 끔뻑거린다고 졸린 건 아니다. 개는 모든 색채를 인식하지는 못하고, 소리도 주로 단음절로 기억한다고 했다.

책을 찾아보고 표현을 연구한 건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잘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불행한 사고를 막아줄 것이고, 즐거움이 가득한 반려 생활에 더 가깝게 안내해줄 거라 믿었다. 아이가 함께 살고 있기에, 강아지에 대해 사전 지식을 갖는 것은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개의 지능에 관해서도 연구했다. 슬프게도 우리 집 강아지가 똑똑한 견종이 아니었기 때문에, 효과적인 훈련을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 했다. 보통 배변 훈련은 몇 개월이면 다 끝난다던데, 우리 개는 아니었다. 새끼 때는 배설물의 양이 적어서 그나마 치우기가 편했고 냄새도 심하진 않았지만,배설물의 양도 곱절로 늘어가자, 나는 좀 힘들었다. 그나마 저렴한 배변 패드는 밍밍이의 소변을 다 흡수하지 못해서 비싸고 두꺼운 것으로 바꿔야 했다.

놀랍게도 우리 강아지는 1년이 다 돼서야 용변을 가릴 수 있게 되었다. 난 정말 기뻤다(거의 포기했었다). 그리고 한편으론 이렇게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을 난 참지 못하고, 이런 아기를 다그쳤구나 싶어 약간 미안했다. 그러나, 만약 1년이 지나서도 실수가 잦았으면 난 정말 화가 많이 났을 것 같다(이건 정말 확실하지).

밍밍이는 현재 야외 배변형 강아지이다. 산책을 좋아하고, 산책하는 동안 용변을 해결한다.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위해 너무나도 잘된 일이긴 한데, 걱정도 있다. 혹여 비라도 쏟아지는 날이면, 난 배변 패드를 깔고 사정한다. 밖에 나갈 수 없는 날이면 온종일 용변을 참기 때문이다.

“여기에 쉬해도 돼. 제발 집에서도 쉬 하자.”

훈련된 강아지에게 예외란 없다. 내 강아지의 경우 그랬다.

셋.

강아지는 날 정말 자신의 엄마로 인지한다. “엄마한테 가.”라고 말하면 나에게 오고, 아들이 학원에 가면 자연스럽게 내 무릎 위로 올라와 턱을 괸다. 밤에 잘 때는 내 옆으로 오고, 혼내면 눈치를 본다. 가끔은 유리창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오래도록 짖는다. 정말 자기 모습을 모르는 걸까. 매번 신기하다.

“엄마가”라고 말하면 열 살 아들과 2살이 안 된 강아지가 함께 날 바라본다. 난 애도 낳고 개도 낳은 능력자가 된 셈이다.

사랑과 관심 앞에 불가능이란 없다. 오늘도 두 녀석과 함께 한 단계 더 성숙한 엄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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