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
강아지의 생일은 8월 28일. 혈통서에 그렇게 쓰여 있었다. 그 날짜를 곧이곧대로 믿어야 하는지에 관해서, 남편과 나는 침묵하기로 했다. 혈통서에 쓰인 대로, 8월 28일이 녀석의 생일이다. 아들은 생일 파티를 어떻게 할 것이냐에 관해 자주 물었다. 강아지는 친구가 없으니 친구를 부를 필요도 없고, 사료와 강아지용 간식만 먹으니 거하게 한 상 차릴 것도 없었다. 개가 생일의 개념을 이해하고 있을 리 없고, 난 최대한 녀석이 좋아할 만한 것이 무엇인가에 중점을 두고 고민을 시작했다.
일단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검색 창에 ‘댕댕이 생일 파티’라고 쳐봤다. 엔터를 치는 순간 주르륵하고 정보가 줄지어 떠올랐다. ‘반려견 생일 파티 대행해드려요.’라는 케이터링 서비스, 강아지 레터링 케이크, 양평 독채 펜션 댕댕이 생일파티 등이 뇌리에 꽂혔다. 큰 비용이 드는 서비스를 이용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호기심에 여러 사이트를 방문했다.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한참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흘렀다. 부모님이 보셨다면 세상이 말세라고 하셨을지도 모른다.
인터넷 검색을 가열차게 하던 중에 알게 됐다. 실제 요즘 젊은 신혼부부 중엔, 아이를 낳지 않고 강아지를 귀하게 키우는 커플도 있다고 한다. 아이를 낳을 경우보다 부담은 줄고, 정서적인 행복감은 유지되니 그들 나름의 좋은 선택일 수 있겠다. 시람은 누구나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갖는다. 꽤 많은 사람들이 국가 발전을 운운하며 아이를 낳지 않고 반려동물을 기른다는 이들을 비난하기도 하지만, 이들에게 아이를 갖고 안 갖고의 문제는 전적으로 당사자들의 몫이라 생각한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중심 잡고 사는 게 가장 힘든 일이라고.
강아지 생일파티를 해준다 하니 양가 부모님이 코웃음을 쳤다. 그래도 나는 신경쓰지 않고 새 가족을 위한 파파티를 고민했다. 고민 끝에 나는 대형 할인점 내에 있는 펫샵에서 강아지용 케이크를 하나 사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좋아하는 간식을 맘껏 먹을 수 있는 날로 정했다. 강아지 입장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 되지 않겠는가.
유기농 당근 케이크에 초를 하나 꽂고 노래를 불렀다. 아들이 손뼉 치며 가장 큰 목소리로 노래했다. 아들과 강아지의 모습이 순간 찡했다. “이젠 무섭지 않아?”라고 물으면, “안 무서워.”가 아니라 “너무 귀여워.”라고 말한다. 내가 용기 내지 않았으면 몰랐을 행복이다. 책임지기 싫었지만 받아들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나니 '책임'지는 대상이 아니라 날 '행복'하게 해주는 존재였으니 말이다.
강아지는 그날 저녁 내내 간식을 늘어놓고, 좋아하는 순서대로 먹기 시작했다. 먹다 버려둔 간식도 그대로 뒀다. 그래, 네 생일이니까 뭐든 마음대로 해. 정신없이 두리번대며 이것저것 먹는 모습도 귀여웠다.
또 한 번 강아지의 생일이 돌아온다. 이번 생일은 어떻게 보내야 할지 생각해본다. 사실, 강아지 생일을 이유로 우리의 추억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작년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아들은 벌써 기다리고 있다.
돌아오는 또 한 번의 생일도, 그리고 또 또 돌아올 그 다음의 생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