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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삣 Mar 19. 2020

보들레르 시

사는 맛 레시피(죽을맛)


 요즘처럼 힘들 때는


어른들의 말씀으로 힘을 얻고자

책장을 서성는 습관이 있는데

맨구석에 눈에 들어오는 책이 있었다.


 '보들르'시인의 이야기 책이다.

이 책은  살다가 힘들고 암울할 때 한 번씩 꺼내 보는 요즘  세계적 우한 폐렴 때문에 마음이 안 좋아 꺼내보았다.


그동안 책을 많이 정리했는데 이상 하게도  이 책 남아있는 이유는 나의 우울과 함께하는 동반자 같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리 밝은 편은 아니지만 나의 청춘은 음울 그 자체였다.


이 책을 30년 전에 충청도 대천 남자랑 데이트할 때 한 서울시청 앞 서점에서 샀는데 그 남자랑 있으면 그따분할 수가 없었었다.


술도 못 먹는 남자가 맥주 먹으러 가서 팝콘을 튀밥이라 하질 

"이런 튀밥은 계속 공짜로 주나 봐" 아가씨와 건달들 뮤지컬 보러 갔을 때도"지는 태어나서 뮤지컬 첨 봐"하며  나에게 줄 장미꽃이 창피하다고 꽃을 신문지에 둘둘 말아 오질 않나 하여간  일부러 웃길라고 그런 것 같지는 않았

하여간 만나면 지루했다.


그 남자와 뮤지컬 보고 들렸던  서점에서  ' 보들레르 일대기'를 고르니 "참 자신과 어울리는 책도 골라"하던 말이 생각이 난다. 그리고는 인연이  안되는지 헤어졌다. 지금 같으면 '진짜 재밌는 남자'했을 텐데 그 당시는 그런 남자를 만나는  내가 한심할 정도였다.


 어느 날 그는 좋은 여자 만났다면서 이별 통보하고 헤어졌다. 쩝. 잘됐다 싶었다.


오랜만에 책을 뒤적거려도 보들레시는 역시 어렵다. 바랜 책장을 여기저기 넘기다 보니 맨 뒷장까지 갔는데 눈에 들어오는 시가 있었다. 시를 천천히 읽다 보니 낡은 책장처럼 기억이 뒤로 넘어간다.


직장 생활할 때 등산반에서 지리산 천왕봉 등반할 때가 생각이 난 것이다.


지리산은 말 그대로 구릉이 완만한듯하게 길게 이어져 지리지리 하게 산을 오르던 기억이 난다.

끝이 없이 길게 이어지는 여름 산행이었다.


"천왕봉 산장에서 쉬어 갑시다."


하고 선두의 등산 리더들이 외친다. 뒤에 쫓아가던 무리들은 약간 불만을 내비쳤다.

코앞이 천왕봉 정상인데  쉬자고 하니 약간 실망이 큰 것이었다. 리더 격인 이사는 워낙 말이 없는 사람이지만 그날은 꽤 단호하게 외쳤다. 꾸물한 날씨가 비가 올 것 같다고 했다. 그때는 즘처럼 스마트 폰도 없는 시절이었는데 등산을 많이 해본 선두자들의 말을 들은 것이다.


 우리가 도착한 오후 산장은 널널하며  한산했다.

도착한 우리는 밥도 하고 참치 김치찌개도 끓여서 저녁도 일찌감치 먹었다.


"비 안 오는데,  이사는 자기 맘데로야"

" 워낙 따로 노는 사람이아"

"일정에 차질이 생겨서 어떻게 휴가 하루 더 써야 하잖아 뭐야 뭐야" 하고 있는데 갑자기 검은 구름이 몰려오더니

"우르릉 쾅쾅"하고

장대비가 막 쏟아지니 등산객들이 산장으로 마구 몰려들었다. 산장 면적은 한정돼있는데 사람들이 물밀듯 들어왔다.

나중에는 버스 안처럼  등산장비 매고 서 하염없이  천둥치고 하염없이 몰아 치며 리는 비를 바라보는사람들도 있었다.


화장실이라 할수없는 푸세식변소까지 사람들이 차고 거기서 라면을 끓여 먹는 사람들도 있었다.


푸세식 화장식이라 구더기들이 버글버글 화장실 벽으로 바닥으로 끓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사람들은 다 적응하며 산다는 걸 보았다.


비록 칼잠해도 끼여서 자고


다음날 날이 밝자

아침을 해 먹고 왕봉을 올랐다. 천왕봉은 산장에서 그리 멀지 않아서 들렸다 내려오면서 생각을 해보니 리더의 결정이 얼마나 중요한가 생각해  보았다. 만약에 그전날  천왕봉을 오르고 하을 했더라면  내려오는 도중에 낭패를 보았을 것이다. 지리산 변소의 구더기를 생각하며 보들레르시를 계속해서 어내려갔다. 구더기와 악조건의 현실들이 오버랩된다.



보들레르 시


나직이 무겁게 덮인 하늘이

기나긴 시름에 사로잡힌 마음 위해

뚜껑처럼 짓누를 때

방으 지평선의 테를 바싹 죄며

어둠보다도 더욱 음산하게

검은 낮을 우리에 쏟아부을 때


 천하가 하나의 축축한

토굴 감방으로 변하여 그 속에

망은 한 마리 박쥐 인양

겁에 질린 날이리저리

부딪고 썩은 정에

머리를 찧으며 퍼덕일 때.

ㅡ악의 꽃


 청춘 한  캄캄한 천둥 치는 빗속이었으니

여기저기 찬연한 햇살 구름을 뚫고


그 전우의 연속 중에  가장 찬연한 여우볕의 햇살을 즐 어린 시절의  푸른 낙원....


문학과 지성 보들레르


그렇다.


지금 힘들어도 '악의 꽃'에처럼 시를 발견하듯

전우의 여우볕을 즐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봄볕이 좋아  마스크 끼고 살금살금 나가서 꽃구경을 다.하늘은 맑고 매화처연히 피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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