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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삣 Apr 06. 2020

노인과 두릅 새싹

사는 맛 레시피(새싹맛)

 동네 도서관에서 빌린 것 '요조의 아무튼 떡볶이'를 다 주려고 일부러 산길로 접어들어 섰다. 요조의 떡볶이 책을 재밌게 읽었는데 떡볶이에서 재밌는 이야기를 뽑아내는 작가의 감각이 탁월했다.


에서 맘에 와 닿는 구절이 있었는데  시커 먹고 꼬리 달린 악마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귀여움이라 했다. 아이들의  천진스러운 귀여움과 새싹 시작의 귀욤 에는 제아무리 험악한 악마라 해도 질 수밖에 없겠다.


진달래 개나리 꽃들이 지고 연두색 새싹이 나오고 있고 벚꽃과 복사꽃이 피고 지고 있었다. 바람 불 때마다 꽃은 눈물처럼 꽃잎을 쏟아낸다.


 요즘은 비대면 접촉이라 서관 책 반납 통에  빌린 책을 넣고 내려오는데 할아버지 한분 햇볕 따뜻한 곳에서  쪼그리고 앉아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무엇인가에 골똘하고 있었다. 뒷모습 표정이 있어서 솔직한데  동그마니 앉아는 모습이 아이 같 보였다.


앞으로 가서 보니 두릅 새싹 한 줌이 할아버지 손에 들려 있었다.  도시 도서관 주변의 어디서  뜯으셨는지도 신기했지만 그걸 무슨 산삼이라도 되는 듯 쓰다듬고  지극히 바라고 계셨다.


봄이라 시장 가서  사 먹어도 되지만 노인의 쓰다은 거의 몰입의 경지이다. 꼭 먹는 맛 때문만은 아니고 새싹의 신기함에 집중하는 듯 보였다.


 가는길에 공원으로  들어서니 아이들이 신나게 놀고 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밖에 나오면 안 되지만 아이들의 들볶임으로 나온 부모들의 표정은  뭔가 개운하지 않고 밝지만은 않다.


 남자아이들은 역시 활동적인걸 좋아해서 분수대 주변의 평평한 곳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연을 날리거나  두발 달린 작은 자전거를 한 발을 땅에 딛고 힘을 내며 과속하며 달린다.


"야홋 신난다. 바람개비도 쌩쌩 쌩" 


앞에 꽂아 놓은 바람개비가 신나게 돌아가고 있다.


 머리를 양갈래로 높게  묶은 꼬마 여자아이는 오색 바람개비 사탕을 달달하게 먹으며


"바람개비 사탕은 너무 맛있  빙글 빙글 돌아기도 하고 다섯 가지 맛이나 엄마 " 하는데 너무 귀여웠다.


사탕 맛에 집중하며 엄마손을 잡고 걸어가는데 정작 엄마는 마스크 끼고 같이 가는 친구와 수다 삼매경이다.


와 꼬마의 눈이 마주쳐 눈을 찡긋 해줬다.


층간소음에 갇혀있는 아파트 윗집 아이들이 생각 났다. 아래층에 사는 나는 거의 드럼 속 밑에 사는 수준이지만 아이들이라 따지지도 못한다.


부모들이 주의를 주겠지만  주의 줘도 아이들은 원래 뛰는 게 본능이라 이런 공원에 나와서 놀게 해야 하는데 요즘은  맘 놓고 그럴 수도 없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으니  층간 소음이 더 심해졌다.


그래도  귀여운 아이들을 보니  희망이 보인다. 아까 도서관 산길에서 본 노인도 이런 느낌으로 두릅의 새싹을 바라보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어린싹들에게  좋은걸 물려줘야 할 텐데 공원에도 나뭇잎이 갈색을 벗고 새싹이 나고 있다.

가는 길에 바람개비 사탕을 편의점에서 사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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