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은 말 하고 싶은데 싫은 내색 할 수 없는 식당

사는 맛 레시피(유머의 맛)

by 달삣

살다 보면 싫지만 싫은 내색을 할 수 없는 상황들이 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라는 속담이 꼭 들어맞는 일이 있었다.


서해안 여행길이었다.

'한 끼를 먹더라도 남이 해준 밥은 소문난 맛집으로 고고'


여행을 하다 보면 맛집을 검색하게 되는데 서해로 갈 일이 있어서 노포라고 하는 방송을 탄 집을 방문했다.


충청도 서해안 게국지가 유명하다고 해서 맛집을 검색해서 ㅇㅇㅇ 문을 열고 들어가니 마침 자리가 나서 게국지와 보리굴비를 시켰다.


밑반찬을 비롯한 차려진 음식은 예전에 외할머니가 해준 것 같은 깊은 맛이 났다. 게국지의 맛에서 외할머니의 맛을 떠오르게 했으니 음식이 감칠맛이 나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식사 내내 옆에 딱 붙어서 있는 주인의 지나친 게국지에 대한 설명으로 밥을 편하게 먹을 수가 없었다.


"어디서 오셨슈"

"아 네 서울에서요"

"무슨 일로 다가유"

"서해 쪽에 일이 있어서요"

"아 게국지 자시러 일부러 온 것은 아니구유"


'뭐지 이 사람 자기가 백종원이라도 되는 것 아냐'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리굴비를 좀 심혈을 기울여 발리려고 하는데도 안 가고 계속 옆에서 게국지 설명을 한다.


"원래 게국지는 박하지라는 돌게로 담그는디유 짠지를 담가서 그간장을 넣어 끓여유 그래서 게가 안들어가유 가을에는 박하지가 더맛있쥬"


"아 그렇구나 물 좀 갔다 주세요"


하고 밥숟갈을 뜨려 하니 또 말을 부친다.


"코로나로 국물은 국자로 따로 떠드세요"

주인장이 무안할까 봐 '그만해 그만하라고' 말도 못 하고 속으로 만'이제 좀 그만 떠드세요'만 외쳤다.

여기서 싫은 내색을 하면 서로 뻘쭘해져서 밥맛을 잃을게 뻔해 보였다.


그래도 주인장은 잘해보려고 애쓰는 거겠지 생각하며 게국지 국물을 국자로 덜었다.


코로나 시대에 아무리 마스크를 꼈다고 해도 뭔가 위생적이지 않은 것 같고 밥도 편하게 먹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손님 한 팀이 들어오니 주인은 주문받고 그 테이블에 가서 우리에게 했던 게국지의 유래에 대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거기서도 손님들이

"아 그렇구나"

하며 주인 말에 경청을 한다.

밥을 먹으러 온 것인지 강의를 들으러 온 것인지 모르겠다.


유명세를 타니 얼마나 잘난척하고 싶을까 하는 심정에 숭늉을 갖다주길래


" 유명 맛집이라 줄 설 것 같았는데 한가 하네요" 하니까

"코로나 때문에 손님이 잔잔하게 오네유"


하며 또 말을 이어가려는데 옆 테이블에서 반찬 리필을 부탁한다. 음식 맛이 좋았는지 옆 테이블에서 리필을 세 번 정도 더하니

주인이 열이 슬슬 받았는지 뼈 있는 농담을 던진다.


"여그 오려면 딴 데서 밥 좀 먹고 오지 그랬슈 바로 옆집에 짜장면 집도 있는데유"


농담이라고 생각해서 사람들은 웃었지만 갈수록 가관인 형국이다. 한번 뜨면 이렇게 내려올 줄 모르게 기가 사는 것인가. 웃는 얼굴에 정색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화내고 따지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어서

밥을 편하게 먹지도 못하고서는

"맛있게 먹었어요"하고는 자리를 나오는데 주인장은 바쁜지 대꾸도 없이 테이블을 치우러 간다.


여직것 눈치 없는 주인장에게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는 게 재밌을 뿐이다.

계속해서 밥 먹는 내내 옆에서 떠들어 댈 텐데 말이다.

"아 네"

"아 그러세요"

"아 그렇구나"

하고 싫어하는 신호를 줘도 못 알아차리는 게 참 난감했지만 충청도식 유머가 웃기기도 해서 차마 싫은 소리를 할 수가 없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라는 속담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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