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간장 달일 때

어짜피 삶은 소금 커피와 레몬케잌(짠맛)

by 달삣

뽀글뽀글~

한여름 고동색 집 간장이 가스레인지 위에서 폴 폴 끓고 있다. 거품이 점점 탄력을 받아 끓어 넘치고 있다. 마치 간장의 거품이 밀려오는 파도의 포말처럼 끊임없이 떠오른다.


'여름 장마라는데 간장은 잘 익고 익나?'

봄에 된장과 간장을 분리해서 걸러둔 간장에서 콤콤한 냄새가 났다. 간장독을 열어 봤다. 킁킁~

아! 간장이 쉬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전에는 간장을 다리지 않아도 맑은 간장을 만들 수 있었는데 올해는 하얀 조팝나무 꽃 같은 간장 꽃이 피질 않았다. 맘에 들지 않은 색의 곰팡이가 생겼고 걷어내도 색이 탁해갔다.


아파트라 간장 다리는 냄새는 조심해야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끓여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대한 냄새가 안나야 할 텐데 걱정 반 긴장 반 환기를 시켰다. 간장은 잘 졸여지고 있다.


간장을 항아리에서 들통으로 옮겨 담고 가스레인지에서 끓고 있는 부유물들을 지금 열심히

국자로 걷어 내고 있 중이다.


오래도록 간장을 끓이지 않고 담는 습관이 있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두면 간장 맛이 잘되려니 하고 냄새의 이상함을 눈감고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미적 되다간 간장의 골마지와 곰팡이가 생겨서 버릴까 두려워서다.


간장을 끓이며 지난 시간들을 생각해본다.

몇 년 새에 주위분들이 몇 분이 연달아 돌아가시고 식구들이 아프고 하여 병원으로 쫓아다니느라 나 자신을 돌볼 겨를도 없었는데 간장 들여다볼 시간이 있었겠는가!


느닷없이 더운 탓에 모자를 눌러쓰고 다녔어도 맘이 안정이 안되어서 그런지 뭔가 응축시키고자 하는 생각에 간장을 다리고자 한 것도 있다.


마치 길가다 운동화 끈 고쳐 매는 심정이었다.


간장의 불순물들이 떠오르는 것을 걷어내며 맘이 정화되며 마치 마음속 불순물들도 떠내는 것 같았다. 이렇게 한번 끓여야 응축되고 나쁜 것들이 빠져나가고 단단해지는 구 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도 간장 다리는 냄새는 어찌나 고약한지 나쁜 것들이 빠져나갈 때는 그냥 나가질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장의 부유물들은 걷어내도 자꾸 떠올랐다.


끝도 없이 떠오르자 이만하면 되겠지 하고 가스불을 껐다.

식구들도 친구도 힘들면 나를 찾아왔고 나는 그들의 이야기와 물질적 시간 도움을 을 거절하질 못했고 어쩌다 싫은 내색 늘 하면"열 잘하다 하나 못하면 섭섭해하는 일들이 일어났다."

하지만 정작 나는 그 들을 쫓아다니느라 정신을 못 차렸다.


원래 내 성격 상으로는 간장을 걸러서 햇볕에 오래 두고 뚜껑을 열었다 닫었다를 반복하여 천천히 익어가며 간장의 맛을 내는 것 늘 좋아한다.


인간관계도 간격을 두고 무심한 것을 좋아하는데

식구들에게는 아내 엄마 맏딸 맏며느리는 영원히 도우미인 것이다. 그러니 필요하면 내 생활을 접고 도와야 했다.


간장은 세월이 가면 간장독 밑에 수정체 같은 소금덩어리가 생긴다. 하지만 조바심이 언제부터 인가 생긴 것이다. 맑은 소금 수정체 기다리는 것보다 간장 자체에 신경을 쓰기가 싫었던 것이다.


마지막 부유물을 걷고 간장을 식히며 간장이 맛없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 성급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간장을 끓여도 고초균이 살아나서 감칠맛을 유지할 수 있다니 다행한 일이다.


꼬리 한 냄새 속에 단내가 숨어있었는지 아파트 앞 숲 속 청설모가 16층까지 올라왔다.


뭐든지 한 번은 정리하고 내실 있게 응축시켜야 힘이 생기나 보다.

내가 힘이 나야 남에게도 힘을 나눠 줄 수 있는 게 아닌가 한다.


뭔가 잘못 돼가는 느낌이 있을 때는 쉬어가는 간장을 끓일 때처럼 대차게 손을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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