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랑 찌이익'
전자제품이 고장으로 가는 것들은 소리부터 이상하다. 연일 30도를 넘어선 폭염으로 집안이 후끈거렸지만 에어컨 켜는 것은 싫고 해서 선풍기만 켜고 지냈다. 처음엔 선풍기 소리인가 했지만 자세히 들어보니 오래된 냉장고소음이었다.
늘 잔잔하게 돌아가는 소리가 아닌 '치이익 가르랑찌이익'
듣기 싫은 소리가 냉장고 쪽에서 계속 나도 있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냉감이 덜하고
냉동고를 열어보니 얼린 바나나가 슬슬 녹고 있었다.
아뿔싸 이것은 as로 될 문제가 아닌 것 같아서 그날 밤에 바로 인터넷으로 냉장고를 할부로 주문했다.
다음날 남편은 as 부르자고 하는데 진즉부터 냉장고를 교체해야 했었다.
냉장고 서랍의 플라스틱이 나가고 기우뚱거리는 다리에 나무조각을 받치고 해서 쓴 지가 벌써 십여 년이 넘었기 때문이다.
마트에서 잔뜩 장 봐서 냉장고를 채운게 후회되는 순간이다.
냉장고는 4~5일 후에 온다고 하는데 그동안 제발 멈추지 말길 바라고 있을 뿐이다.
냉장음식은
김치 냉장고에 보관하면 되지만 고기 생선 바나나 얼린찐 마늘등 냉동식 재료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냉동음식부터 먹어볼 생각으로 냉동고를 뒤 져 보니
냉동고 한구석에 주홍빛의 페트병이 눈에 들어왔다.
원래는 작년겨울에 귤이 흔할 때 얼려서 올여름 가장 뜨거운 태양이 내리 쐬는 여름 한복판에서 타임캐슐 개봉하듯 먹으려 했었다.
상하기 전에 얼른 마셔야지 하며 귤즙과 탄산수를 섞었다. 다행히 마실만은 했지만 언 걸 녹여먹으니 산뜻한 귤향이 덜했다.
지금 밖에는 비만 '주룩주룩'
인생이 생각대로 척척되면 좋겠지만 약간씩 어그러지는 묘미가 있다.
사람이 계획해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이 있다면 '그 나름대로 받아들여야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귤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