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시작점은 이름이 불리는 순간부터 아닐까. 비로소 이름이 불려야 의미 있는 존재가 된다는 시 구절 하나를 떠올린다.
직장에서 알파벳 7개짜리 웹사이트 주소 하나 짓는 데도 2박3일이 걸린 적이 있다. 꽃집 사장인 친구는 꽃집 이름 정하는 데만 1년이 걸렸다고 한다. 이름 짓기는 중요하고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부르기도 좋아야 하고 좋은 의미가 담겨야 한다. 쉽게 바꾸지 못하고 계속 불리는 것이라 생각하면 매우 머리가 아프다.
사업 종목은 정했고, 이름을 정해야 사업자등록이나 패키지 구성 물품 제작 등 이어질 모든 단계에 착수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우리집 식구들은 얼레벌레 작명소를 임시개업했다. 우선 떠오르는 이름 후보를 몇 가지 추려 친구들에게 의견을 물어보았다. 후보에 대한 의견을 정리해 보니 해당 이름을 선택하는 이유가 대부분 세 가지로 추려졌다.
1.쿠키집이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알 수 있으면 좋겠다
2.감성이 담긴 이름이 좋겠다
3.너무 장난스러운 느낌이 아니면 좋겠다.
투표수가 균등하게 갈리는 게, '이거다' 싶은 이름은 없어 보였다. 그래서 피드백 받은 요건들을 보완하여 새 이름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나는 식탁에, 부모님은 거실 소파의 각자 자리에 앉아(주로 자기가 편하게 머무는 자리다) 며칠 동안 아무 단어나 내뱉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것, 그냥 아는 단어가 사전 넘기듯 전부 튀어나올 기세였다.
그날도 밥을 씹어먹던 내가 문득 중얼거렸을 때였다.
“티타임, 커피타임, 타임, 모먼트… 쿠키모먼트.”
“어?”
내 말에 부모님이 동시에 고개를 반짝 들었다. 유레카. 눈이 마주친 우리는 드디어 ‘이거다’ 싶었다. 이전에 이름을 생각해냈을 때는 없던 반응이었다. 피드백으로 도출한 위의 조건들도 갖추고, 식구들 마음에 쏙 든 이름이라는 것도 중요했다.
나중에 들었는데 엄마가 아빠에게 속닥속닥 물어봤다고 한다.
‘여보, 근데 모먼트가 뭐야?’
엄마는 대졸학력에 sns도 능숙하게 이용한다. 그래서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세대라는 것을 간과했다. 어쨌든 모먼트 뜻을 몰라도 듣기 좋은 이름이렸다. 그럼 된 거다.
좋은 이름인지는 모르겠다. 지인들은 여전히 ‘쿠키몬스터’라는 캐릭터 이름으로 잘못 알고 있기도 하고, ‘쿠먼’이라 줄이기보다 ‘쿠몬’으로 줄여 부르기도 한다.(ㅎㅎㅎ) 별명이라고 생각하면 재밌는 해프닝이다. 가족들과 머리를 모아 ‘이거다’싶은 이름을 찾아낸 데에 큰 의의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