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체크 말체프스키
봄은 작품의 원천을 가진 뮤즈의 매력이 예술가의 창작력을 이끌기도 하죠.
나는 누군가의 뮤즈가 될 수 있을까요? _매일 그림, 날마다 여행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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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미술 기법, 역사적 배경 등 일체의 객관적 사실을 배제한 하루키의 감각과 추상표현으로 쓴 감상입니다.)
+ 하루키 감상
야체크 말체프스키는 1892년 뮌헨, 1900년 파리를 포함한 수많은 국제 전시회에서 상을 수상합니다. 1912년(58세) 그에게 있어 최전성기였습니다. ㅡ 1912년~1921년까지 (폴란드) 크라쿠프 미술 아카데미 총장 겸 교수로 재직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작품 활동을 하였습니다 ㅡ
야체크의 예술적 성공에는 공공연한 비밀이 있습니다. 1881년에 만난 뮤즈 마리아 발Maria Bal. 야체크는 1887년 마리아 그랄레프스카Maria Gralewska를 만나 결혼했으며, 두 명의 자녀를 두었지만 마리아 발과의 관계는 지속되었습니다. 야체크의 오랜 친구들은 모두 마리아 발을 알았고 친했습니다.
야체크와 마리아는 세상에 당당했습니다. 영혼의 친구, (육체적 관계를 맺지 않은) 예술의 감각의 동지였기 때문입니다. 폴란드 신화적, 음악의 여신 같은, 흰색 부들레야*를 닮은 마리아 발. 야체크의 뮤즈,
* 부들레야는 중국이 원산지로 알려져 있으며, 19세기 동안 유럽으로 전파되었습니다. 이 꽃은 자연과의 조화를 상징하며, 특히 사랑과 우정의 메시지를 전할 때 많이 사용됩니다.
1912년 5월. 야체크는 크라쿠프 도심 외곽에 살고 있는 마리아의 집으로 향합니다. 마리아의 집은 아름다운 정원으로 둘러싸인 2층 집입니다. 야체크가 도착하자 마리아가 반갑게 맞이합니다. 야체크는 상기된 표정으로 큰 목소리로 말합니다. "마리아! 크라쿠프 미술 아카데미 교수 겸 총장으로 임명되었어. 내가 해냈다고." 마리아는 다정한 볼 키스와 포옹을 합니다. "축하해 야체크"
맨발의 마리아는 야체크의 손을 잡고 정원 깊숙이 안내합니다. 보라색 1.5m 높이의 부들레야로 가득 찬 정원 깊숙이 들어갑니다. 얼마쯤 걷자 빈 공간이 나타났고, 하프, 삼각대, 흰 캔버스, 의자, 붓, 팔레트가 놓여 있었습니다.
아직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야체크는 말합니다. "거울! 마리아, 나에게 노란색 작업복을 가져다줘. 그래 이 순간을 당신의 하프를 들으며 그려야겠어. 우리의 자화상. 거울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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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프 소리가 들립니다. 맑고 신비로운 음은 점차 낮은음에서 높은음으로 이동합니다. 아르페지오*로. 옅은 안개에 가려진 산으로부터 흘러내린 시냇물. 흐르는 물줄기. 하프 소리는 흘러내림이 아닌 흘러올라 갑니다. 두 개의 흰 손. 한 손은 현을 손바닥으로 누르고 양손 끝은 (47개 현 중 선택한) 현을 튕깁니다. 흐릅니다. 아르페지오.
* 음높이가 차례대로 올라가거나 내려가면서 연주되는 음
2. 부들레야. 부들레야. 0.47그램 흰나비와 노란 나비. 팔랑팔랑. 부들레야. 부들레야. 0.47그램 흰 벌. 윙~윙~ 바람이 불지 않는다. 하프 소리가 들린다. 아프페지오로. 팔랑팔랑 윙~윙~ 대기의 떨림. 미세한 진동. 20㎐보다 작은(인간이 들을 수 없는 소리).
3. 나我는 나(손)다. 인간의 뇌나 심장에 지배받지 않기를 선언한다. 자유의지가 있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대기의 굴곡과 감정, 피부로 전해지는 소리(헤르츠-진동), 나(손)는 춤을 춘다. 발 없는 새가 죽기 전 땅에 내려올 수 없듯 (죽어야만 땅에 내려올 수 있는) 죽기 전까지 나(손)는 멈출 수 없는 춤을 춘다. 나(손)의 지배자 뇌와 심장을 거부한다. 나는 자유다.
4. 야체크는 자신이 완성한 《뮤즈와 부들레야가 있는 자화상》을 봅니다. 갑자기 큰소리로 웃습니다. 연주를 멈춘 마리아는 궁금한 눈으로 그를 봅니다. 눈이 마주치자 야체크는 설명합니다. "이 그림의 제목은 '뮤즈와 부들레야가 있는 자화상'이야. 당신과 나를 위한 그림이지." 마리아는 (자신의) 얼굴표정, 피부, 의상, 헤어 스타일을 훑어보고 미소를 짓습니다.
야체크는 한 걸음 물러서 《뮤즈와 부들레야가 있는 자화상》를 감상하는 마리아의 뒤쪽에서 야릇한 미소를 짓습니다. 들릴 듯 말 듯 말합니다. "하프 소리, 부들레야, 벌레(나비와 벌), 손의 이야기가 있어. 알겠어?"
* 화가 - 야체크 말체프스키Jacek Malczewski (1854 ~ 1929, 폴란드)
+ 전기(1854-1880)
야체크 말체프스키는 1854년 당시 러시아 제국 치하의 폴란드 라돔에서 태어납니다. 그의 아버지 줄리안 말체프스키는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지식인으로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접한 폴란드 낭만주의 문학은 야체크의 예술 세계를 형성하는 토대가 됩니다.
1872년 크라쿠프로 이주한 후, 야체크는 레온 피카르드 미술학교에서 본격적인 미술을 공부합니다. 이어서 유명한 화가 얀 마테이코의 지도(역사화)를 받았으며 이는 야체크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됩니다.
1876년 파리로 건너가 에콜 데 보자르에서 수학하였고, 이 시기 프랑스 상징주의 미술을 접합니다.
+ 중기(1881-1900)
1880년대에 들어서면서 야체크는 폴란드의 역사와 신화를 독특한 상징주의적 방식으로 재해석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1863년 1월 봉기와 관련된 시베리아 유형수들의 이야기를 역사적 사실과 신화적 상상력을 조화시켜 마치 웅장한 교향곡처럼 여러 층위의 의미를 중첩시킨 연작을 그립니다.
1884년 크라쿠프 미술학교 교수로 임명되면서, 그의 예술적 영향력이 더욱 확대됩니다. 이 시기의 대표작 <멜랑콜리아>(1890-1894)는 예술가의 사회적 책임과 개인적 고뇌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ㅡ 맨 하단 그림. 야체크의 대표작이자 널리 알려진 그림 ㅡ
+ 후기(1901-1929)
1900년대 이후 야체크의 작품에서 민족적 주제와 보다 보편적인 실존적 물음들이 다뤄집니다. 폴란드의 자연과 민간 설화에 영감을 받은 작품들이 많아졌고, 자화상 연작을 통해 예술가로서 성찰을 깊이 탐구합니다. 이전의 격정적 애국심보다 성숙하고 관조적 성격을 띱니다.
그러나 야체크는 1918년 폴란드 독립 이후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모더니즘 경향을 따라가지 못해, 구시대 예술가(상징주의)로서 점차 대중에게 잊히기 시작합니다. 1929년(75세) 크라쿠프에서 사망할 때까지, 야체크는 폴란드 민족정신과 보편적 인간성을 상징주의 언어로 표현하는 예술가로 혼신의 힘을 다합니다.
+ 비평적 관점
일부 비평가들은 폴란드 미술사에서 야체크만큼 많은 자화상을 남긴 화가가 없다고 말하며, 야체크의 자화상 집착은 극단적 이기주의와 과대망상증, 복장도착증 때문이라는 의혹을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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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특징
1. 사실주의
초기 야체크의 작품은 사실주의적 경향이 강했습니다. 폴란드 유배자들의 고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였고, 슬로바츠키의 신비주의적 시를 재해석해 그렸습니다. 또한 어렸을 적 스승 얀 마테이코의 영향으로 역사적 주제와 애국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도 많이 그립니다.
2. 상징주의
야체크는 점차 자신만의 독특한 상징주의 어휘를 발전시킵니다. 키메라, 파우누스, 천사, 물의 정령 등 환상적 존재들을 폴란드의 풍경과 결합시켜 러시아의 강제 점령에 고통받는 폴란드인의 정신 상태를 상징적으로 표현했으며, 현실과 꿈의 경계에 위치한 공간을 창조합니다.
3. 독창성
후기 야체크는 더욱 복잡하고 깊이 있는 상징체계를 보여줍니다.
자화상 시리즈: 다양한 가면과 의상을 착용한 수많은 자화상을 통해 예술가의 정체성을 탐구
타나토스 연작: 죽음을 매혹적인 여인의 모습으로 표현하는 등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철학적 성찰
신화와 현실의 융합: 고대 그리스 신화를 폴란드의 민족적 맥락에 접목시킨 독특한 방식으로 작업합니다.
+ 의식 안의 미술관
"<멜랑콜리아>는 마치 한 편의 서사시처럼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창틀에 서 있는 검은 옷의 여인(나라를 잃은 폴란드인의 정신을 상징)은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상징을 보여줍니다." _Wikipedia
그림을 잘 몰랐던 시절. <멜랑콜리아>를 본 적 있습니다.
누구의 그림인지 모른 채 강렬한 인상을 받았고 곧 잊었습니다. 인상만 남긴 채
오늘 우연히 다시 만났습니다.
러시아에 나라를 빼앗긴 폴란드,
폴란드인의 불안과 예술가 야체크의 민족적 고민이 담긴.
직관적으로 들끓는 에너지, 불안, 갈망 등 굉장한 압축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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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비교하고 싶은 그림이 생각났습니다.
외젠 들라크루아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1830)
"우리의 세기는 이 전쟁(제2차 세계대전)에서
비롯될 것이며, 그 세기는 보통 사람의
시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_1일 1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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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혁명 당시 프랑스 시민들은 뜨거운 함성과 환호, 라 마르세예즈 (La Marseillaise)를 부르며 행진했다. 2차 대전 당시 미국의 참전은 미국 시민들이 세계 평화 수호, 세계 정의의 수호자로서 영웅이 되는 경험을 한다. (세계의) 평범한 모든 사람들이여 우리는 (공동체 속 차별 없는) 영웅이다. _하루키
Aaron Copland의〈Fanfare for the Common Man〉(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르)는 미국 클래식 음악 역사상 가장 상징적이고 강력한 작품 중 하나입니다. 이 곡은 단순하면서도 숭고한 분위기로, 전쟁의 시기 속에서 ‘평범한 사람’의 위엄을 찬양합니다.
-. ‘보통 사람(Common Man)’의 위대함을 찬양
-. 귀족이나 영웅이 아닌, 이름 없는 시민, 노동자, 군인들을 위한 경의
-. 미국 민주주의, 평등, 공동체 정신의 음악적 표현
삶이 고양될지 혹은 무해할지, 의식 안의 미술관을 꿈꾸며 ... 감사합니다.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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