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고 심베르그
천사도 부상을 당합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수 있고요. 우리도 실수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말아요. _매일 그림, 날마다 여행 中
*
(작가, 미술 기법, 역사적 배경 등 일체의 객관적 사실을 배제한 하루키의 감각과 추상표현으로 쓴 감상입니다.)
+ 하루키 감상
심베르그는 1896년 런던, 1897년 파리와 이탈리아 여행을 끝내고 핀란드 미술 협회 회원이 됩니다. 협회로부터 제안을 받아 비푸리 프렌즈 오브 아트Viipuri Friends of Art에서 드로잉을 가르칩니다. 그는 학생을 가르치는 일에 큰 기쁨과 보람을 느꼈습니다.
1903년 가을. 탐페레에 있는 성 요한 교회로부터 제작 의뢰를 받아 교회를 방문합니다. 교회 내부를 자세히 관찰하는 한편 교회 측과 내부 장식에 대한 미팅을 했습니다. 시내에서 한참 떨어진 교외여서 (마차로) 편도 2시간쯤 거리였지만 심베르그는 자신의 첫 교회 장식 예술이라는 기쁨에 연신 설레었습니다. 미팅이 끝난 오후 4시. 아직 밖은 밝았고 가을로 물든 세상은 점차 색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는 가을바람에 이끌려 교회 밖을 걷기 시작합니다.
쭉 뻗은 길. 양 옆으로는 자작나무가 늘어서 있었고, 호박색을 띈 나뭇잎은 드문드문 매달려 있습니다. 가을바람은 심베르그의 머리카락을 건들고 흔들었고, 때때로 위로 올립니다. 심베르그는 영감을 받으면 걸음을 멈추고 스케치를 시작합니다. 짧으면 1분. 길면 10분, 20분. 차곡차곡 스케치는 가을 낙엽처럼 쌓입니다. 문득 길 끝에서 낯익은 사람이 걸어오는 것을 발견합니다. "누구지, 게오르크?"
검은 모자. 검은 옷. 검은 구두의 게오르크였습니다. 심베르그한테 드로잉을 배우고 있은 제자 게오르크. 시선은 아래를 향한 채 양손에는 나무 봉을 들고 길을 따라 걸어오고 있습니다. "게오르크. 나야 심베르그" 손을 들어 인사를 했지만 전혀 반응이 없는 게오르크. 게오르크 뒤에는 갈색 재킷, 검은 바지, 해진 낡은 구두, 양손에 나무 봉을 들고 있는 처음 보는 소년이 따라 걷고 있습니다. 심베르그를 똑바로 응시한 채.
심베르그에게 "쉿, 조용히 해!"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잠시 말없이 지켜본 심베르그는 결심한 듯 다시 게오르크에게 다가가 묻습니다. "게오르크 왜 말이 없는 거야. 왜 양손에 나무 봉을 들고 걷는 거야. 무슨 일이지?" 게오르크는 말없이 앞을 향해 계속 걸었습니다. 갑자기 낯선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우리는 추락한 천사를 돕고 있어요. 서둘러야 해요."
심베르그는 깜짝 놀랐습니다. 두 소년 이외에는 아무도 없는데. 심베르그가 잠시 멈칫한 순간 두 소년은 빠르게 멀어져 갔습니다. "내가 환상을 봤나? 아니면 사자*를 본 건가?" 서둘러 스케치를 시작합니다. 두 소년이 나무 봉에 싫고 가는 (상상의) 천사를. 스케치가 끝나자 바람이 옷깃을 건듭니다. 벌써 날이 어두워졌습니다. 서둘러 마차를 타고 집으로 향합니다.
* 使者 - 인간이 죽으면 저승으로 데리고 간다는 매개자. 동서양 모두 존재한다.
&
1. 핀란드 전설에 검은 옷을 입은 사자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전설은 전설일 뿐 나는 믿지 않는다. 오늘 오후에 만난 게오르크(를 닮은 착각이었을지 모를). 분명 게오르크였는데. 어쩌면 사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는지 모른다. 그래야 죽음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지. 문득 작업실 책상 위에 놓인 메모를 본 심베르그.
나는 무엇이고, 어디에서 왔는가? 나는 어디로 가고, 무엇을 할 것인가? — 페카 할로넨
2. 그렇다면 왜! 소년이지. 한 명은 아는 소년(이라고 믿고 싶은). 한 명은 모르는 소년. 의문의 나무 봉 두 개. 모르는 소년의 응시.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 요새 잠을 잘 자지 못한다. 문득 소년의 목소리가 들린다. "추락한 천사 ... 있어요." 미완의 스케치 속 날개가 부러진 듯한 천사가 흐릿히 구부정하게 앉아 있다.
3. 연필 끝으로 캔버스를 톡톡 쳤다.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중성적 이미지의 천사, 머리카락은 금발. 피부는 창백했다. 흰 천으로 눈을 덮었고, 흰 드레스를 입고 있다. 날개는 천사를 덮을 만큼 컸다. 두 사자 사이의 날개 부러진 천사. 정확히는 '빛'이 천사로 '흰' 색화 한. 빛과 같은, 영혼. 영혼-바람 캔버스에서 주변 색과 흰(빛) 색은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4. 흰 = 망각이다. 인간이 죽으면 기억이 사라지고, 산자들은 죽은 자를 잊는다. 망각의 천사.
때때로 잊는다는 것은 삶을 견디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기억하는 것이 곧 복수심이 되는 순간, 망각은 축복이 된다. _니체 (『도덕의 계보학』)
* 화가 - 휴고 게르하르트 심베르그Hugo Gerhard Simberg (1873 ~ 1917, 핀란드)
+ 전기(1873-1899)
휴고 게르하르트 심베르그는 1873년 핀란드 함리나에서 태어납니다. 어린 시절부터 예술에 대한 열정을 보인 심베르그는 1893년 핀란드 예술 협회 드로잉 학교에 입학. 정식 미술 교육을 받습니다. 이 시기 악셀리 갈렌-칼렐라와 같은 유명 화가들의 지도를 받았으며 다양한 미술 기법을 배웁니다.
1896년 런던, 1897년에는 파리와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서유럽의 현대 미술을 접하고 르네상스 거장들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특히 파리에서 공부하는 동안 상징주의 미술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심베르그만의 독특한 예술 스타일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 시기의 경험은 심베르그가 핀란드 상징주의 미술의 선구자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됩니다.
+ 중기(1900-1908)
예술적 성숙기였던 1900년대부터 심베르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상징주의 스타일을 확립하였고 핀란드 미술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1904년 탐페레 대성당의 프레스코화 작업을 맡아 '가난한 자의 축복'과 '부활' 등 종교적 주제를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해석한 작품을 완성하였고, 1906년 핀란드 국립미술관에서 첫 개인전을 열어 주목을 받습니다.
1907년 헬싱키 핀란드 예술 협회 미술학교 교수로 임용됩니다. 이 시기 심베르그의 작품들은 죽음, 질병, 고통과 같은 어두운 주제를 시적으로 승화시켜 핀란드 민족 정신과 보편적 인간성을 독특하게 표현합니다. 특히 '상처 입은 천사'와 '죽음의 정원' 같은 대표작들은 그의 예술적 성숙도를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 후기(1909-1917)
1907년에서 1913년 사이 심베르그는 아테네움에 있는 핀란드 미술 협회 드로잉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칩니다. 1910년 심베르그는 아니 브레머(Anni Bremer)와 결혼. 톰(Tom)과 우라베아타(Uhra-Beata)라는 두 자녀를 두었고, 우라베아타는 성장해 예술가가 됩니다.
심베르그는 1917년 아타리Ähtäri에서 건강이 악화되어 사망합니다.
+ 비평적 관점
일부 비평가들은 심베르그의 상징주의적 접근이 너무 모호하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합니다. 그의 작품이 종종 해석하기 어려운 상징들로 가득 차 있어, 관객들이 그의 메시지를 명확히 이해하기 어려움을 지적합니다. 또한 심베르그의 작품은 종종 죽음, 악마 등의 어두운 주제들을 다룹니다. 일부 비평가들은 이러한 주제들이 너무 우울하고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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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특징
1. 초기 시기
1896년과 1897년에 심베르그는 런던, 파리,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현대 유럽 예술에 노출되었습니다. 이 여행들은 그의 예술적 시야를 확장시켰고, 그는 "가을", "서리", "악마의 놀이", "알렉산드라 이모"와 같은 초기 작품들을 핀란드 예술가 가을 전시회에 출품하여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 시기의 작품들은 주로 풍경화와 초상화였으며, 그의 기술적 능력과 색감을 보여줍니다.
2. 상징주의
심베르그는 상징주의 예술가로서 성장하였고, 그의 작품들은 주로 음산하고 초자연적인 주제를 다루며, 어두운 분위기와 이세계적인 장면을 자주 묘사합니다.
3. 개인의 주제와 실험
후기 심베르그는 상징주의 주제를 탐구하면서 더 개인적이고 내적인 요소들을 작품에 통합하기 시작합니다. 그의 후기 작품들은 색감과 형태의 실험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보여줍니다. 또한 추상적이고 표현주의적인 요소들도 포함합니다. 이 시기 심베르그는 해안 풍경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많이 그립니다.
+ 의식 안의 미술관
고대 유대인의 개념은 바람과 물이 창조되지 않은 유일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바람은 핀란드 신화적 연결에서 탄생의 원동력으로 작용했습니다. 핀란드의 민속학자이자 신화학자인 마르티 하비오는 히브리어 단어인 바람, ruah 를 영으로, 신, û aelohîm을 강력함으로 번역했습니다. 바람의 위안과 정화의 힘은 구원의 약속에 있습니다. _Finnish spirit
하기 작품은 심베르그의 <바람이 불다> 입니다.
그림을 보다. 기시감이 들었습니다.
흰 공작새. 남미에서는 흰 공작새가
영혼이 변한 모습이라고 합니다.
가족. 친구. 연인. 사랑하는 누군가가 죽었을 때
흰 공작새는 하늘 높이 날개를 펼치고 솟아오릅니다.
그리고, 점차
공작새는 바람이 됩니다. (하기 그림처럼)
오랜 시간 방랑한 바람.
사랑하는 이를 발견합니다.
생명을 원합니다.
바람이 붑니다.
생명이 된 바람.
자연은 순환합니다.
인간은 자연체입니다.
"음악이 있는 동안, 근심은 사라진다." _1일 1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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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필요 없다. 바람을 느끼고, 영혼과 대화하듯, 눈을 감고 온몸으로 감상하시길, drop, drop, drop. _하루키
이 곡은 단순한 세레나데가 아닙니다. 퍼셀은 음악이 감정과 고통, 심지어 죽음까지도 초월할 수 있음을 노래합니다. 마치 인간의 비극적 운명을 음악으로 ‘유예’하는 듯한 순간이죠. 특히 “drop, drop, drop...” 하는 부분은 단어와 음이 절묘하게 일치하며,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정적과 함께 청자를 무의식 속으로 이끕니다. _나무위키
삶이 고양될지 혹은 무해할지, 의식 안의 미술관을 꿈꾸며 ... 감사합니다. 하루키
+ 출처
[1] 위키피디아: Hugo_Simberg
[2] Wikiart: Hugo_Simberg
[3] Artvee: Hugo_Simbe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