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로 살아가는데 잘 해야할 말이 하나 있다면,
'정산은 언제 되나요?' 라는 말입니다.
강의를 하며 거의 반년이 걸려 돈을 정산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차일피일 발주처 핑계로 미루던 금액이 한 참뒤에 들어오게 된 것이죠. 평균적으로 1~2개월은 당연한듯 정산일정을 말해주는 업체가 많아 되려 정산 시점이 강의 참여여부의 중요한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왜냐면,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생계형 강사이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정산이 늦어지는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문제는 발주처가 따로 있기 때문에 생기는 일 입니다. 즉, 내가 사업의 주체가 아니고 나에게 돈을 주는 다른 '갑'이 있다는 것이죠. (그럼 나는 '병'이 되어버리네요..) 물론 우리는 발주처가 따로 있다는 것을 모르고 일을 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이 것이 돈을 늦게 지급하는 사유가 되면 안되는 것이죠.
기업은 내부에 현금을 일정 수준 보유하고, 급여 등의 비용 지급을 이 cash flow와 연동해서 고민하게 됩니다. 1인 사업체가 하는 일이라도 이는 똑같이 적용되는 사업 운영의 기본입니다.
만약 그 것이 월급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매달 월급날이면 전전긍긍하게 된다는 사장님의 글을 자주 보게 됩니다. 사업을 하지 않아도 월급 주기가 세상에서 제일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죠. 위 업체들도 직원이 있겠죠. 강사에게 돈을 주지 못한다는 것은 직원의 월급도 주기 어렵다고 유추가 되는데... 과연 그럴까요?
자신들의 사업을 함께한 강사도 일시적으로나마 회사의 직원입니다.
강의를 발주하는 시점에 계획된 일이고, 강사의 급여 수준도 정해져 있습니다. 예측하지 못한 돈이 아니라, 사업의 가장 중요한 원가입니다. 대부분이 강사를 외부에서 조달(?)하기에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돈이기도 하죠. 그래서 정산의 기준이 명확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월급을 늦게 주는 회사의 평판이 좋을리 없는 것 처럼, 강사의 정산 시점과 약속도 그러합니다.
또 먼저 업체에서 알려주지 않습니다.
10개 중 한 두개 정도 정산에 대한 코멘트를 달아 주시거나, 굉장히 빠른 시점에 정산을 해주시기도 합니다. 그러나 흔한 경우는 아닌데요. 인력 수급이 필요한 상황에 자칫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물어야 확인 가능한 경우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예전 어느 변호사님의 말씀처럼 방송 참여를 의뢰 받았을 때 출연료를 꼭 먼저 물어본다는 말이 공감이 되었습니다. 특히 금액의 수준도 확인을 한다고 하셨는데요. 방송의 경우 정산 시점이 정해져 있으니, 지급이 예상이 되기 때문이겠죠. 또 떼먹을 일이 없을테니 금액의 수준만 확정하면 참여 여부가 판단 가능할 듯 합니다.
그래서 강의 전 반드시 '정산 일정'을 확인하고, 강의를 진행합니다.
마치 기업 입사 시점에 연봉 협상을 하듯 Go or Stop을 결정하는 것이죠. 물론 여기까지 가서 금액과 정산 일정을 확인하면 거의 하게 됩니다. 간혹 정산이 늦다는 평가를 듣게 되면 그 점도 얘기를 직접 드리고, 정산이 지연되지 않도록 당부도 합니다. 대신 '다음에 더 많은 기회를 드릴게요' 라던가, '저희가 많이 하고 있어서 앞으로도 있습니다' 하는 얘기로 떼우는 곳은 더 주의합니다.
진짜 내 손에 와야 있는 것이지, 오기 전까지는 내 것이 아니니까요. 괜한 기대감으로 10번 중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일을 만들지 않는게 좋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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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전체 주제가 '극 I형 강사'라고 전제를 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정산 문제를 꺼내어 상대방에게 묻는것은 저에게도 힘든 일 중 하나입니다. 추심하는 것 처럼 느껴지기도 하니까요. 물론 어느 강사님은 '덕분에 아이 학원도 보냅니다'라고 우스개 소리를 진지하게(?) 하시기도 합니다. 여전히 힘든 이야기긴 하나 ... 앞서 얘기한 것 처럼 일에 대한 대가가 안그래도 짠 바닥에서 돈마저 지급이 늦는다면 어떤 동기부여도 되지 않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