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카타역에 도착해 먹은 첫 끼는 카레였다. 누가 가보라고 추천해 줬기 때문이다. 근데 지나고서 생각해 보니 왜 프랜차이즈 카레 집을 추천해 줬는지는 모르겠다. 심지어 그는 일본은 도쿄 밖에 안 가본 사람이었다. 후쿠오카에 가는 나한테 도쿄에서 먹어 본 프랜차이즈 카레를 추천해 줬다. 그게 바로 프랜차이즈의 장점이군.
메뉴가 많길래 고민 끝에 로스까스 카레를 골랐다. 카레집에서 자판기처럼 생긴 식권 기계를 처음으로 써봤다. 자판기 음료를 뽑는 것처럼 지폐를 넣고 음식 버튼을 누르려고 했는데 자꾸만 지폐를 뱉어냈다. 알고 보니 버튼을 먼저 누르고 지폐를 넣는 순서였다. 음식은 금방 나왔고 나는 포크를 함께 받았다. 카레인데 포크요?
일본에서는 숟가락으로 밥을 떠먹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카레라이스는 아무래도 숟가락으로 먹어야 하지 않나 의아하다. 그래도 일단 포크로 돈까스를 집어보니 카레가 아주 되직한 소스 같아서 포크로도 충분히 먹을 수 있다. 카레가 끈끈해서 포크를 준 것인가, 포크로 먹으라고 끈끈하게 만든 것인가.
나중에 안 사실인데 이것은 가나자와 카레라고 해서 원래 이렇게 걸쭉한 카레라고 한다.
이게 다시 먹고 싶어서 한국에서 일본식 카레를 판다는 식당에 가면 전혀 다른 것이 나온다. 끈적한 카레가 먹고 싶었는데 이 맑고 묽은 카레 수프는 무엇인가- 몇 번이나 고민한 끝에 인터넷에 검색해 보고 알게 되었다.
그 다다음날에는 버스터미널 식당가에 돈테키라는 것을 먹으러 갔다. 돈은 돼지고기, 테키는 스테-키 그러니까 스테이크다. 돼지고기 스테이크. 근데 달큰짭짤한 소스에 졸인 거다. 그럼 구운 돼지고기 조림?
어쨌든 좀 짜다. 소스는 또 끈적 그리고 되직하다. 고기 옆에 채 썬 양배추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이건 장식용일까 하면서 주변을 보니 일본인 손님들은 양배추를 싹싹 먹고 나간다. 일본인은 양배추를 좋아하는 걸까. 나도 괜히 한 번 입에 넣어본다.
어라 이거, 이거 양배추를 같이 먹으니까 간이 딱 맞잖아? 돼지고기 한 조각에 양배추 채를 크게 한 입.
혹시나 싶어 핸드폰 사진첩을 열어보니 카레집에서도 분명 채 썬 양배추가 있었다. 채 썬 양배추에는 간을 맞추는 역할도 있는 걸까. 내 마음속의 사전을 펼쳐서 ‘일본의 맛’ 페이지 맨 밑에 ‘가늘게 채 썬 양배추’라고 적어 넣었다.